[2009 여성노동교육] 직장내성희롱을넘어, 힘있는 조직 만들기 첫째날 후기
아 기다리고 기다렸던, 민우회 2009 여성노동 상담원 교육이 <직장 내 성희롱을 넘어 힘 있는 조직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23일-24일 양일 간 진행됩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23일) 교육의 첫 날이었는데요.
1강노동+섹슈얼리티: 직장 내 성희롱의 숨은 배경 찾기
2강직장 내 성희롱 법적 규제와 대응
3강직장 내 성희롱 대응과 해결, 매뉴얼을 넘어서
이런 강의들이 있었습니다. 제목만 봐도 어떤 강의일지 궁금증이 일지요. :)
먼저, 이번 교육의 경우 직장 내 성희롱을 중심으로
회사를 포함한 조직에서의 성 평등 문화 전반에 대해 집중해보고자 기획된 것이지요.
1강이 시작되기 전에 이번 여성노동 상담원 교육의 의미와 강의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신기루가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참가하신 분들과 서로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고요.
1강은 전희경(시타)님의 노동+섹슈얼리티 강의였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성희롱에 대한 판단은 왜 헷갈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흔히 직장 내에서 여성노동자는 ‘여자가 아닌 동료로 대해 달라’라고 말하지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성은 노동현장에서 여성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들과 직면하게 됩니다. 여성노동자가 여성으로 보여야 하는 상황, ‘여성’보다도 ‘노동자’로서 보여 지고자 하는 상황 간의 딜레마는 끊임없이 반복되고요. 즉, 여성이면서 여성이 아니어야 하는 딜레마인 것이지요. 이는 노동/일 영역 등 사회적으로 여성이 배제되고 차별받아 온 역사적 맥락이 있기 때문이지요.
성폭력에는 반대하기 쉽지만, 성폭력이 무엇인지는 알기 어렵다는 말과 함께 전희경님은 무엇보다 ‘현실’이라는 것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피해자 여성의 현실(여기에서 현실이란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각자의 이해, 인식, 진실을 말합니다.)은 가해자 남성의 현실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수많은 현실들 중에 무엇이 진실인가? 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을텐데요. ‘객관성’에 입각하여 현실과 또 다른 현실을 저울질하기보다는 누군가의 현실(진실)을 지지하고 그 편에 서는 게 정의로운 사회로 이끌 수 있겠는가의 차원에서 생각해보기를 제안하셨습니다.
그리고 여성의 몸이 자원이 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맥락과 이분법적(섹시한 몸/ 아이를 낳는 몸) 관점이 가져오는 문제를 짚어주셨고요. 그리고 일종의 권리(성폭력을 당하지 않을 권리)로서 성폭력 예방을 말할 때 나올 수 있는 ‘함정’ 즉, 여성은 약해서 보호의 대상이 된다면 남성은 여성을 지킬 권위를 계속 가져가게 될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보호’의 대상으로서 여성의 범주가 위계화 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가해자의 ‘말(사유방식)’에 익숙한 사회라는 점, 이로 인해 피해자의 말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왜곡되는 문제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였지요. 재미있고 생생한 사례들로 강의를 채워주셔서 정말 유익하면서도 이해가 쏙쏙 잘 되었던 강의였답니다. :) 정말로 이후 진행되었던 2, 3강을 더 쉽게 이해하도록 한 강의였습니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서 2강이 시작되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의 이해와 문제제기 절차에 대해 최진협(나우)님이 강의해주셨습니다. 강의 시작에 앞서 최진협님이 강조하신 점은, 법적 대응은 사건 해결에 있어서 목적이 아닌 수단이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법적 대응까지 가지 않고 성희롱 문제가 해결되는 게 제일 좋겠지요. 그러나 그것이 잘 안될 경우 혹은 대응이 필요할 경우라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관련법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더 열심히 들었답니다. :)
강의는 직장 내 성희롱 법제정의 역사, 직장 내 성희롱의 개념과 그 요건들을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강의는 PPT로 진행되어 자칫 점심 식사 후 추(가을이니까)곤증이 염려되었는데 전혀 졸리지 않았다지요. 사실 법이라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상황에 맞는 실제 사례들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법조문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은 사라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이어진 3강은 직장 내 성희롱 대응과 해결, 매뉴얼을 넘어서라는 제목으로 열렸는데요. 성희롱 사건의 해결 및 처리 방법에 있어서 기계적으로 매뉴얼대로 접근하게 되는 문제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부딪히게 되는 다양한 국면들에 대해 드러내보고 타개하고자 하였지요. 이를 위해 이번 강의는 일반 강의와 다르게 토론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박봉정숙(박봉)님의 사회로 세(박석진/인권운동사랑방, 강해현/공공운수연명 공공노조, 이은의, 삼성전기)분의 토론이 있었는데요. 박석진님과 강해현님은 각 조직 단위에서 겪은 성희롱 사례의 해결 과정 및 반성폭력 내규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박석진님의 경우 사건 시 대책위를 꾸려 해결하고자 하는 과정 속에서 나왔던 질문과 고민들을 털어놓아주셨습니다. 많은 고민들이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성폭력으로 명명할 수 있겠는가 즉, 성폭력 판단에 대한 모호함의 고민이 있었다는 부분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또한 성폭력 사건의 해결을 해결로서 확정짓기 어려운 부분을 지적해주셨는데요. 대책위든 피해자의 결단으로든 종결은 가능하지만 완전한 해결이란 정말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강해현님은 해당 조직에서 일어났던 성폭력 사건의 후속조치에 대한 설명과 고민들을 말씀해주셨는데요. 내부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처리규정을 가져와 각 규정조항들 중에 특징적인 것들을 설명해주셨습니다. 자유토론 시 함께 강의를 들었던 분이 말씀 하신대로 ‘맥락적 이해’로서 사건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한편, 맥락이나 상황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 말은 어렵지 않지만 기존의 내규나 지금 우리의 인식 틀만으로는 담아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 더구나 사례마다 다 다를 수 있다는 점들 때문에 더 어려운 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삼성전기를 상대로 열심히 투쟁하고 계시는 이은희님의 토론이 있었는데요. 스스로 평범하다고 소개하셨지만, 사실 이렇게 대기업을 상대로 자신의 ‘현실’을 끊임없이 드러내고 활동하시는 모습에 오히려 대단한 힘을 느꼈답니다.
특히 사건을 진행하시면서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낙인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제는 변화되어야 하지 않는가라는 과제를 던지셨습니다. 이은의님께서는 당사자로 싸우고 있는 사건에 대해 언론 등에 알릴 때 자신의 실명이나 사진이 드러나는 것을 외부에서 조심스럽게 재차 확인하는 것이 곧 피해자에 대한 낙인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러한 낙인이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더 좌절감을 주게 한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요. 그래서 이은의님께서는 낙인의 프레임이 아닌 공감의 프레임으로! 사건과 피해당사자에 대해 볼 필요가 있음을 말씀해주셨지요.
3강 이후 진행된 자유토론시간에서도 활발하고 유의미한 토론이 이어졌답니다. 오히려 시간이 부족했다지요. 하아! 오늘 강의(1-3강)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걸 배우고 느끼고 깨달았는데 내일 강의까지 들으면 정말 뿌듯한 가을을 보낼 것 같습니다. 하하! 물론 고민할 점, 성찰할 점들도 많았지만요. 내일 강의까지 마저 듣고 열심히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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