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후기①]가난한 '우리'에 대한 보고서_발제
2009년 6월~9월 3개월간의 조사 과정 결과에 대한
토론회가 드디어 인권위에서 열렸습니다.
민우회가 접근한 '가난',
시작은 이랬습니다.
질문이 더해질수록 가난은 평생을 거쳐서 누구나 고민하게 되는 '돈'이란 주제와 맞물립니다.
가난한 사람과 가난하지 않은 사람의 경계, 그렇다면 왜이렇게 우리는 빈곤할까. 일직선상에서 가난이 비슷하게 경험될까. 과연? 차별과 맞물릴수밖에 없는 빈곤의 경험은 무엇일까. 제도와 정책만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왜 가난은 항상 같은 방식으로 사고하게 될까. 실체는 있는 주제인가.
토론회와 조사 과정은 이 질문의 과정이자 결과에 대한 메모입니다.
진옥샘의 발제 내용을 살펴봅시다.
[왜?] 본 연구사업, <가난한‘우리’에 대한 보고서>는 ‘우리’의 가난함을 얘기해보자는 단순한 의도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성별, 성적 지향, 장애, 나이, 가족형태, 국적, 인종, 피부색, 사회적 신분 등에 따라서 다르게 규정되며 ‘우리’의 가난 또한 다르게 경험된다. 다시 말해 본 연구 사업은 정태화 되어 있고, 고정된 그 무엇으로 주어진 개념으로 이해되는 추상적 빈곤을 대신하여 교육, 의료, 주거, 문화 등의 일상 영역에서 경험되는 빈곤을 다양한 사회 위치에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연구방법] 빈곤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본 연구는 생애사적 방법론을 시도하여 심층면접과 서술식 설문조사 방법을 병행하여 사용하였다. 서술식 설문조사 방법은 주어진 시간에 전국에 위치한 여성민우회 지부들과의 협력 하에 다양한 지역과 계층에 거쳐 최대한 넓게 접근할 수 있는 효율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성찰적 글쓰기를 유도함으로써 열린 주관식 질문으로 답변자들의 생애사를 부분적이나마 반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연구기간] 2009년 7월에서 8월까지 진행된 설문 조사 기간 동안 총 1,100부의 설문지 중 수거된 673부를 분석으로 활용하였고, 답변자들은 10대,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사회복지사, 이주여성, 장애인, 차상위계층, 기초생활수급권자, 동성애자, 대학생, NGO 활동가, 기타 등의 직업군 및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가난에 대한 인식이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배제로 작용하는 것은 빈곤은 단지 빈곤층에 의해서 경험되는 것이라기보다 빈곤층으로 구분되지 않는 이들에 의해서 주조되는 특징을 보았을 때 비빈곤층의 빈곤에 대한 인식에 대한 비판적 고찰의 필요성을 대두시킨다. 이와 관련한 전략적 과제는 미디어가 가난을 재현하는 방식에 대한 역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가난을 소비하고 상품화하는 빈곤의 재현 방식에 대한 도전을 요구한다.
둘째, 빈곤에 대한 정형화된 인식들은 빈곤층의 빈곤 정체화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빈곤층이 지니고 있는 가난에 대한 인식의 다중성을 이해하도록 요구하며 물질적 가치를 숭상화하는 지배적인 사고 체계에 대한 비판을 요구한다. 이는 가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항할 수 있는 담론의 생산이 필요하다.
셋째, 가족은 탈/빈곤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 사회적 기본 단위임은 관계 속의 위치된 가난에서 재확인되었다. 그러나 가난의 방패막이자 동시에 가난의 요인이 되는 가난의 역설적 이중성은 많은 답변자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여성의 빈곤은 성별화된 노동 시장의 취약성 보다 남성부양자 모델 가족의 기능 실패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본 연구사업의 <가난한 ‘우리’에 대한 보고서>는 ‘우리’의 가난함을 얘기해보자는 단순한 의도를 지니고,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비/빈곤층의 경험하는 빈곤의 구체적 맥락화를 교육, 의료, 주거, 문화 등의 일상 영역에서 도출하여 그를 정치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그의 대안으로 다양한 사회 위치에서 빈곤을 사회적 힘의 박탈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하며 ‘욕구’의 정치학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욕구의 정치화는 사적인 영역에 갇혀진 개별 이해를 공적인 것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욕구 해석의 정치학’이며, 이 공사 분리 영역의 도전은 결국 재분배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었다.
1. 욕구의 정치화: 재분배 투쟁의 강화
지금까지 경제주의적 관점에서 빈곤 의 대안으로 그쳤던 것에서 한발 나아가, 이 연구 보고서에서는 사회권의 영역에서 욕구를 검토하였다. 교육에 있어서는 사교육이 가장 큰 문제로 파악되었다.
신빈곤의 현상이 나타나는 요즘 교육은 가난의 대물림의 요소로 인지되며, 저소득층에서 가장 큰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미래를 두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로 보여진다. 이는 의료의 문제는 의료비 인하, 의료보험 확대 등의 의료의 공공성 강화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의사와 환자 간의 비대칭적 권력 관계에 대한 개선책 또한 포함하는 것이었다.
문화에 있어서는 문화의 다양화와 문화의 탈중앙화가 검토되었다. 마지막으로 주거에 관한 목소리는
공공주택의 확대, 부동산 가격 인하, 1세대 1주택 등의 주거 소유권과 관련된 안들이 가장 많이 제시되었다. 이에 더해, 주거 환경과 관련된 욕구 조사는 쓰레기 처리, 안전 문제 등 계층화되어 불편함과 위험의 감수가 사유화된 영역의 정치화를 제시한다. 특히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욕구는 낭만과 그리움의 과거형이 아니라 더욱 적극적으로 새로운 욕구의 창조를 담론 자원의 장에서 요구해야 할 것이다. 이런 욕구 해석의 투쟁의 장에서 주변화된 빈곤층은 가장 큰 욕구를 지니고 있으나, 그 자원의 장에서 가장 멀리 있는 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욕구 투쟁은 수급권자들의 이중적 배제를 방지하고 사회적으로 통합하기 위해서 장기적으로는 특정 집단에 대한 조건부적인 복지 제공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당연히 취해야 할 ‘보편적’인 사회적 ‘기본권’으로 요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2. 가족, 그 혼란과 역설: 남성부양자 모델 깨기, 복지의 확장
가족은 탈/빈곤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 사회적 기본 단위임은 관계 속의 위치된 가난에서 재확인되었다. 가난의 방패막이자 동시에 가난의 요인이 되는 가난의 역설적 이중성은 많은 답변자들에서 공통적 나타난다. 특히 여성의 빈곤은 성별화된 노동 시장의 취약성 보다 남성부양자 모델 가족의 기능 실패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여성은 그 실패의 충격을 흡수하는 안전판 구실을 하려 하지만, 노동시장 내의 성별화된 취약성과 불안정성은 그런 개별적 노력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가족 내의 이 사실은 가족이 사회적 안전망을 위한 정책의 뼈대가 되고 있다는 점에 균열을 보여주고 있으며, 따라서 사회보장체계에서 개별적 가족이 아닌 사회 공동의 책임으로 만들 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가족 부양자 모델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기초생활수급권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빈곤층은 그 모델의 실패를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가족 양육과 부양의 보살핌 의무의 규범화로부터 탈피를 주요 의제로 삼도록 하는 전략적 근거가 된다.
3.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확대 및 개선
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 10년을 맞아 활발한 기초법에 대한 평가가 활발하다. 최저 생계비 이하인 사람이 전체 국민의 약 11.4%면 530~40만 정도인 반면, 2009년 7월 말로 157만 8천명이 기초생활수급권자로 보장 받고 있는데, 이는 약 400만의 빈곤층을 제외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소득은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지만 재산 부양의무자 기준이 맞지 않아 기초생활 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2006년 329만5000명, 2007년 368만 3000명, 2008년 401만 1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 사실은 다음의
인용문이 시사하는 바가 많다. 한국의 육체 노동의 가치 폄화에 따른 저임금 노동이 빈곤층을 양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빈곤층의 다수는 빈곤층의 노동으로부터 혜택을 보고 있고, 그런 맥락에서 빈곤층을 빈곤하게 방치하고 있는 <우리>는 공범자라는 점이다.
"빈곤의 경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번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행복은 사회 전체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부분으로 다뤄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잊힌 사람들은 스스로가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매일 악전고투를 계속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되었다." (데이비드 K. 쉬플러, 2009)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가 있을 경우, 최저생계비 이하의 저소득자이어도 수급권에서 제외하는데, 법적으로만 존재하는 이는 ‘빈곤이 사회적 책임’이라는 전제로 제정된 이 법의 정신에 배치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하고 있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는 이들을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초생활수급제도의 정치학은 수급권자의 노동 의지를 저해시킴으로써 공적 부조에 의존하는 이들로 만들며, 빈곤을 정체화하고 빈곤문화를 형성하는데 기여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즉, 이는 수급제도는 빈곤의 탈빈곤을 겨냥하고 있기 보다, 빈곤에 안착하게 하는 복지병의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인데, 이런 비판은 다른 축으로 또다른 사회적 낙인의 과정이 되는 이중적 배제의 원리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되고 있는 점은 복지의 경험이 사회권과 관계망의 확장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이다. 다수의 고령 수급권자들에게 가난은 관계의 빈곤으로 절실하게 다가오는데, 복지관과 복지사의 존재와 그들의 지지는 사회와 접촉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고 볼 수 있다.
4. 비/빈곤의 탈경계화: 미디어의 빈곤 재현 변화
빈곤의 경험을 다양화하고 다층적인 빈곤의 실태와 경험을 이야기하고, 비/빈곤의 탈경계화를 통한 역동적인 과정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이었다. 가난에 대한 인식이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배제로 작용하는 것은 빈곤은 단지 빈곤층에 의해서 경험되는 것이라기 보다, 빈곤층으로 구분되지 않는 이들에 의해서 주조되는 특징을 보았을 때, 비빈곤층의 빈곤에 대한 인식에 대한 비판적 고찰의 필요성을 대두시킨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이와 관련한 전략적 과제는 미디어가
가난을 재현하는 방식에 대한 역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가난을 소비하고 상품화하는 빈곤의 재현 방식에 대한 도전을 요구한다.
5. 대안적 빈곤 담론
빈곤에 대한 정형화된 인식들은 빈곤층의 빈곤 정체화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빈곤층이 지니고 있는 가난에 대한 인식의 다중성을 이해하도록 요구하며, 물질적 가치를 숭상화하는 지배적인 사고 체계에 대한 비판을 요구한다. 이는 가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항할 수 있는 담론의 생산이 필요한데, 그것은 인문학적인 가난의 감수성의 부활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런 가난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은 가난을 낭만화하여 현실의 빈곤의 문제를 유리하는 탈정치화할 수 있는 정치적 실험일 수 있는 위험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곤에 대한 대항적 대안 담론은 빈곤의 병리화가 아니라 빈곤에 대한 건강한 담론을 생산함으로써 빈곤의 정체성이 개인적으로 수용되고, 그를 통해 빈곤이 관계적 힘의 확장으로 나아가, 가난이 결속의 연결고리로 발전할 수 있게 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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