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탐나는 몸/성 워크샵, 선을 넘어 색을 켜다
“찾아줘서 고마워. 널 기다리고 있었어.”
- 자람
내 보지가 말을 한다면 이런 말을 했을 거라 생각했다. 이 워크샵을 마치며 내 안의 또 다른 ‘나’도 같은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내 안에 있었으나, 자주 들여다 보지 않아 그 존재를 잊고 있었던 나의 소중한 한 부분,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한 작업이 몸/성 워크샵이었다.
난 결혼 후 남편과 성관계를 맺으면서 서로 다른 욕구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들의 차이로 갈등이 있었다. 나에게 성과 몸은 즐거운 것이 아니었다. 남편과의 갈등도 해결하고 싶지만, 내가 삶에서 아주 중요한 한 부분을 놓치고 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야~ 민우회 몸/성 워크샵에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그래서 몸과 성의 즐거움을 발견했냐고? ^^
음.. 말재주, 글재주가 없으니, 그냥 프로그램 순서대로 따라가며 간단히 정리해야겠다.
몸/성 워크샵은 4회에 걸쳐 진행되었고,
첫날은 내가 현재 느끼는 관계와 원하는 관계를 다른 사람의 몸을 이용해서 조각을 해보았다. 내가 느끼는 관계들을 어떻게 조각으로 표현할지를 생각하고, 표현된 조각들을 보면서 내가 표현하려고 하는 것과 비슷하게 다듬어 가는 과정을 통해.. ‘아..내가 이렇게 느끼고 있구나..’,‘내가 이런 관계를 원하는 구나..’,‘그래.. 이런게 나에게는 중요했는데..’ 하는 관계에 대한 내 생각이 명확해졌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관계 역시 이미지화 된 것을 보거나 내가 직접 조각이 되어 표현하면서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둘째날은 내 몸 위의 성지도를 그리며 성폭력과 유희의 역사를 살피는 시간을 가졌는데, 내 몸을 통해 시간을 거슬러 또 다른 ‘나’들과 만나는 작업이었고, 다른 참여자들의 몸지도 이야기를 들으며, 저들 역시 또 다른 ‘나’임을 느꼈다.
셋째날은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되었던 버자이너 모놀로그. 그것도 모텔에서 한다니 무언가 색다른 파티를 하는 것 같아 흥분되었다. 목욕탕도 아닌 모텔 방에 여자들이 모여 앉아 다리를 쩍~벌리고 보지를 들쳐보는 엄청난 작업을 한다는 것에 부끄러움과 긴장감을 느꼈지만, 약손의 동영상을 보며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약손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이 날의 작업은 금기를 깬다는 것, 그 행위만으로도 어떤 쾌감이 있었다. 소녀들이 성인식을 하듯 자기 몸을 만나는 이런 특별한 파티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날 처음으로 내 보지를 있는 그대로, 혹은 따뜻한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마지막날은 섹스토이와의 만남과 섹스판타지 만들기.. 하나의 친절한 안내로 여러 재미난 섹스토이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인터넷상으로 봐서 아쉬움이 컸다는거~ ^^;
섹스판타지는 전에 언젠가 아주 막연히, 추상적으로 생각해 본적이 있었는데, 시간, 장소, 날씨.. 파트너에 대한 구체적 상상을 하며 나도 모르게 내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내 안의 내가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약간의 해방감도 느꼈다.
이렇게 4번의 몸/성 워크샵을 마쳤다. 여러 작업들을 하며 같이 참여한 사람들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나 사실은 저들이 모두 나임을 느꼈다. 끈끈한 동지애, 자매애 같은 것을 느꼈는데, 마지막까지 함께 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 아쉬움이 컸다. 좀 더 긴 시간동안 더 깊은 작업들을 할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다른 기회들이 또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몸/성 워크샵을 통해 민우회와도 인연을 맺게 된거 같다. 음... 민우회와의 인연을 맺게 된 것이 (발을 못빼게 될까봐) 두렵기도 하고, 새로운 만남과 배움의 기회들이 기대되기도 한다.
- 자람 2009. 9. 8 - 2009. 9. 29(매주 화요일 저녁 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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