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뼘인문학 후기]민주주의가 거꾸로 가고 있다 왜?
안녕! 신입활동가라고 하기엔 이제 쬐끔 구린, 나랑 이에요.
깊어가는 가을, 인문학적 지혜와 사유의 키를 한뼘 더 키워보고자 모인 우리들. 한뼘 인문학 그 두 번째 시간, 우리들의 모습을 스케치해 보았어요.
(스크롤의 압박이 있더라도 꾹 참고 읽어보세~ㅎㅎ)
강의 시작 전.
첫 날 서로 뻘쭘해 하며 조용했던 모습과는 달리, 붕어빵을 나누어 먹으며 도란도란 시끌벅적~~^^ 하지만 강의가 시작되자, 다들 집중하고 눈빛을 반짝이며 진지 모드로 돌입했지요.
1. 피에르 부르디외 “여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강의 주제는 ‘거꾸로 가고 있는 민주주의 -현대 정치의 근본적 한계’였어요. 키워드는 여론, 선거, 그리고 금권정치.
우선, 박민영님은 ‘여론’이라는 것이 정말 다수의 뜻일지, 문제제기하셨어요.
여러분은 여론조사 전화를 받아보셨나요?
사실 저 나랑은 바로 며칠 전에 한국 리서치 뭐뭐뭐에서 우리나라의 외교 문제에 대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의견을 묻는다며 걸려온 전화를 받았더랬지요. 1만 원짜리 상품권을 준다길래 혹 해서 여론조사에 응했는데, 선택지가 5가지로 정해져 있어서 그냥 제일 쎄 보이는 걸로 골라서 답했었어요;;
우리는 공공사안에 대해서 사실 그만큼 관심이 있는 게 아니지요. 고민할 시간과 흥미, 지식이 부족하니까요. 그런데 막상 여론조사에 응해서 대답을 못하면 왠지 내가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 같아서 평소에 별로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라 해도 주어지는 선택지 중 어떤 것이든 고르게 됩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실험을 했다고 해요. 누군가가 가상의 사건을 만들고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여론조사를 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찬반양론으로 갈려서 열정적으로! 토론을 했다는군요.
결국 여론조사 과정은 질문자가 여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에요. 응답자는 답할 권리, 그것도 예스냐 노우냐를 답할 권리밖에 없지요.
또 한 가지. 여론조사 업체들은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집단이 아니고 여론조사를 의뢰하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집단이라고 하셨어요.
1987년 4.13 호헌조치 직후에 현대사회연구소가 한국여론조사센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호헌조치에 대한 찬성이 64%, 반대가 24% 나왔는데요.
이 현대사회연구소의 설립자가 바로 전두환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죠. 이런 사실은 쏙 빼놓은 채 여론조사 결과만 발표되니까요.
2. 루소 “그들(영국의 인민들)이 자유로운 것은 오직 의회의 의원을 선출하는 기간뿐이다. 선거가 끝나는 순간부터 그들은 다시 노예가 되고, 아무런 가치도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럼 ‘선거’는 과연 민주주의의 수단이 될 수 있을까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누구를 뽑아도 세상이 바뀔 것 같지 않은 회의감으로 선거에 무관심한데요, 이러다 보니 10~20%의 지지만 얻어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게 되었지요.
정치에 무관심한 건 다 이유가 있어요. 대의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어떤 사안에 대해서 나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는 주지 않고 대표자를 뽑을 권리만 주니까 유권자들은 점점 수동적이 되어갈 수밖에 없죠.
그리고 누군가를 뽑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앞으로 행할 모든 정치적 행위에 대한 승낙의 의미로 해석되는데요, 사실 그런가요? 누군가 선거 때 MB를 찍었다고 해서 5년 내내 MB가 하는 모든 일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이렇듯 우리에게는 우리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나 권리가 거의 없습니다.
3. 박민영 “민주주의는 돈으로 사고 파는 상품이 되었다.”
현대정치는 금권정치, 귀족정치, 과두정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돈이 없으면 정계에 진출할 수도 없으니 돈이 후보를 결정합니다. 정치인들은 소수의 부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말로는 서민정책 어쩌구 해도 실질적으로는 정치자금의 원천인 대기업과 부유층에 유리한 정책을 펴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 민주주의는 돈으로 사고파는 상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가난한 우리는 이렇듯 정치로부터 소외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4. E.H.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며, 더 설득력 있는 슬로건이다.”
그럼 이렇듯 허구적인, 가짜 민주주의를 바꿔내고, 민주주의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직장에서 짤리지 않기 위해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느라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질 시간도 여유도 갖기 힘든 우리.
우울한 마음에 박민영님이 생각하시는 대안이 무엇인지 질문했는데요, 박민영님은 정치적, 경제적 독립성을 가진 소규모 사회가 되어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하셨어요. 러시아 소비에트를 예로 들기도 하셨지요.
이런 사회로 가는 길은 어떤 길일까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한지라 마지막 날 뒤풀이 때 박민영님과 꼭 깊은 얘기를 나눠 보리라 다짐했습니다.
저처럼 마지막 날 뒤풀이를 벼르고 계신 분들이 많더군요.^^
**그럼 이번 강의를 들으셨던 분들의 소감을 한 번 들어볼까요? 총 9분이 평가지를 작성해 주셨는데 그 중 일부만 살짝 공개합니다~
강의 주제나 내용이 흥미로운가요?
-별로였는데 관심 갖게 되었음
-좀 더 철학적인 사유를 할 수 있는 주제였다면...
강의가 만족스러우셨나요?
-현실에 살고 있는 상황을 조금 더 인식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강사의 비판적인 관점과 캐릭터가 재미있음
-왜 같은 인간인데도 남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 것일까라는 원론적 질문의 해답이 조금은 보인듯 합니다.
오늘 강의의 느낌이나 주제를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걱정스러움
-답답하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이해와 인식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었던 강의
-통찰력을 주는 기회
이 강의를 통해 새롭게 인식하게 된 내용이 있다면?
-무의견의 의견화
-경제가 권력을 지배한다
-전두환이 여론조사 회사 대표였다는 것
-결과보다는 과정을 고려하는 사고
-파워 엘리트의 본성
더 좋은 강의를 위해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은?
-대안제시, 희망의 메시지 부족해요.
-무언가 철학적 근원적 사유의 거리를 만나고 싶어요. 갈증을 해소해 주세요.
강의가 끝나고, 카페 문에서 신나게 수다를 떨며 뒤풀이를 하였답니다.
참, 이 날 수능을 치르느라 강의에 못 오신 분들도 계세요. 고등학생이 민우회 강좌에 찾아오다니, 도대체 그녀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혹시 촛불 소녀들일까? 모두 궁금해 하며 다음 주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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