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적령기 고정관념 모니터링 활동
반차별 활동으로 적령기 고정관념 타파를 위한 모니터링을 하였더랬지요.
모니터 요원 숨(잔차), 와와님과 함께 8월부터 11월까지 진행했답니다. :)
모니터링 결과 적령기에 대한 고정관념이 일상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어요. 인터넷, 신문기사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찾아낸
적령기 고정관념의 사례들을 간추려서 소개해보렵니다.
1 먼저, 우리에게는 소위 교육을 받아야 하는 적령기 고정관념이 있었어요.
8살이 되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졸업하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대략 이런 순서지요.
우리사회의 보편적 생애주기에 따르면 8세에서 20대 초반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라는 곳에서 공부하는 ‘학생’ 이란 신분으로 지낸다. 그렇기 때문에 생긴 호칭이 ‘학생~’이란 호칭이다.하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 ‘나는 학생이 아닌데’ 라고 생각하는 20대 초반에게는 그런 호칭은답답한 호칭이 아닐 수 없다. ‘너는 학생이여야만 해.’ 라는 암묵적 압력이 가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그런 동시에 ‘공부 말고 다른 것을 해선 안 돼.’ 라는 생각도 담고 있는 듯하다. 이제 막 20대 초반인 내 주위 친구들의 경우엔 물론 대학에 간 친구들도 꽤 있지만 대학 말고 다른 길들을 택하거나 찾고 있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과가 어디세요?’ 라는 질문에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꽤 듣는 편이다. [2009 교육 적령기 고정관념 사례 분석 중에서_ 와와]
2 그리고 취업 대란이라는 말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해졌는데요. 그렇지만,
취업/일을 하지 않은 이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그리 녹록치 않은 것 같습니다.
1년 9개월째 백수(청년실업자, 주로 남성)인 아들도 모자라 딸까지 백조(여성청년실업자)가 된 뒤로 어머니는 친구들과의 모임에 거의 나가지 않으신다. 모임 구성원 중 우리 집에만 백수·백조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길을 걸으면 모두 다 나를 비웃는 것 같다. 가끔은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오마이뉴스, “백수·백조 남매 둔 울 엄마, 친구 모임도 끊으셨다”, 2008.10.27) ● 백수고 솔로라서. 친척집 가면 시집은 언제 갈거니 취직은 안하니. 나도 하고 싶다구욧 >.< 그래서 이번에 아무데도 안가고 집에 있었는데 집에 놀러 오셨다. 오셔서 3만원을 손에 쥐어 주고 가셨다. 이제 돈 받을 나이는 지났는데. 조카들한테 돈 줄 처지인데 ㅠ.ㅠ ● 어제도 서류 1패하고 생각하면 깝깝해지는 이마음. 집안어른들 눈치 보이고 제 자신이 부끄럽고 그렇네요. 슬픈 20대 청춘이여 ㅠㅠ
닥치고 취업 카페(http://cafe.daum.net/4toeic) 게시판 중에서
취업을 못해서 ‘집안 어른들 눈치 보이고 제 자신이 부끄러워하기도 하지요.
스스로 ‘슬픈 20대 청춘’이라 표현하면서 말입니다.
[나리맛탕_나이에서 자유롭고 싶은 일기 중에서]
3 일을 하다보면 나이가 들고 그러면 결혼 얘기가 슬슬 나오게 되죠.
소위 결혼 적령기라는 말이 있듯이 결혼에도 ‘때’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 시기를 ‘넘기게’ 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주변에서의 압박이 다가옵니다.
30살 처자입니다. 직장에서 난리입니다. 과장님 계장님부터 시작해서 동료들까지 왜 나한테 결혼 안하는지. 왜 주말에 남친을 안 만나는지. 제 옆의 동료와 제가 잘 어울린다면서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은뎅. 진짜 미치겠습니다. 제 직장이 보수적인 곳이라서 이 곳 사람들은 여자도 30이전이면 다들 결혼하는 거 같습니다.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저를 대하면 전 정말 속이 답답합니다. ● 님한테 결혼소리는 당연한 게 아닐까요? 대한민국 결혼 연령이 늦춰졌다고 하더라도 왠만해선 30쯤에 대부분이 다 결혼합니다. 그게 당연한 대한민국내의 사회상이니까요. (다음 게시판 중에서)
4 기타 문화에 관련된 적령기 고정관념도 상당했었는데요. 예를 들어,
글쓰기나 청춘을 평가, 향유하는 데에도 나이가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1970년 마흔을 앞둔 나이에 <나목>이라는 장편 소설로 문단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주옥같은 작품들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 박완서가 일흔 중반의 나이에 산문집 <호미>(열림원. 2007)를 세상에 내 놓았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쉬지 않고 글쓰기를 하고 있는 박완서는 그 나이의 무게를 뛰어넘어, 꿈과 기대에 부푼 소녀와 같은 마음을 열심히 되찾고 있는 것이다. 꿈과 기대가 있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노인이 아니라 청춘이라는 말은 그냥 듣기 좋아라고 생겨난 것이 아님을 이 책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일흔 넘은 박완서 '소녀 뺨치는 감수성', 미디어다음, 북데일리, 2007)
작가 박완서의 나이에 대해서 표현하고 극찬하는 경우는 참 많이 볼 수 있다. 박완서의 나이는 등단을 한 때부터 늦깎이라는 칭찬에 동원되었고, 지금까지도 오래도록 끊이지 않는 작가적 열정을 칭찬하는 데 쓰이고 있다. 나이를 드러내는 것이 이 경우에는 작가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독자들의 작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효과를 거두기 위해 사용되고는 있지만, 이 또한 적령기를 염두에 둔 표현들이다. 이러한 표현들을 쓰지 않더라도 충분히 작가에 대한 긍정은 가능한데도, 우리가 이토록 나이에 대한 극적인 표현을 즐기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적령기를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09 기타문화 적령기 고정관념 사례 분석 중에서_숨(잔차)]
[나리맛탕_나이에서 자유롭고 싶은 일기 중에서]
또 그 나이에 맞는 역할은 왜 그리 요구되는지 다양한 고민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나이와 역할성, 깨져야 할 적령기 고정관념 및 편견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은 것 같습니다. 미처 생각 못한 것들까지도 말이지요.
교육, 취업, 결혼, 기타문화 적령기 고정관념에 대한
사례 및 분석 글은 반차별 별나라 블로그에 업데이트 됩니다.
더불어 각 사례를 웹툰으로 승화시킨 나리맛탕님의 만화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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