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차 수요집회, 그 곳엔 희망이 있었습니다.
900차 수요집회에 다녀온 자원활동가 '평화'의 이야기
정신대 문제 해결을 위한 900차 수요집회가 열리던 그 날은 사람들의 하얀 입김처럼 모든 것을 하얗게 얼려 버릴듯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횟수인 900차를 맞이한 수요집회를 안타까워하며,
늘 같은 자리에 서서 나무처럼 우직하게 일본 대사관 앞을 지켜온 할머니들을 걱정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듣기만 했던 수요집회의 현장을 직접 방문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설렜다.
900차 수요집회의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체온으로, 서로의 마음으로 강추위를 물리치려는 듯
옹기종기 모여 원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의 체온과 마음을 더하며 그들에게 합류하였고, 들고 있었던 피켓을 높이 들어 올렸다.
집회 사회자의 경과보고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이 ‘일본 정부에 대한 분노’로,
또한 ‘국제적 연대에 대한 희망’으로 뜨겁게 달아올랐을 때,
연대로부터의 희망을 증명하듯 연대 발언이 시작되었다.
나는 인상적이었던 안젤라님의 개인발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안젤라님은 외국인이었는데,
한국 정신대 문제가 단지 한국과 일본, 두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인권과 평화에 관한 문제는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영어로 말하는 도중 ‘할머니’라는 호칭만은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할머니들을 응원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대표하여
할머니들에게 진심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사랑과 용기, 아름다운 위로를 건넸다.
그녀는 발언이 끝나자
모든 할머니 한 분 한 분을 꼭 껴안아 드리면서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따스한 응원의 마음을 전하였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
더할 나위 없는 진정성으로
할머니들을 포옹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할머니들은 혼자가 아니라며
할머니들 편에 서있는
많은 사람들을 대표해
위로의 눈빛을 보내는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진심으로 감동하였으며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지고 있었다.
손발이 꽁꽁 얼어버릴 정도로 추운 날씨 속에서 진행된 집회가 마무리되고
우리는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다.
물론 우리들이 가지고 왔던 피켓들을 들고서.
우리들은
너무 추워서 덜덜 떨고 있었지만,
강추위를 견디며 발견한 빛나는 희망으로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우리는 사진을 찍고 근처 부대찌개 식당에 들어가 보글보글 끓는 부대찌개를 맛있게 먹으며 차갑게 굳어 있었던 몸을 녹였다. “추웠지? 고생많았어.”라는 말을 서로 건네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회상해보면, 잡담을 나누며 정말 맛있게 밥을 먹는 동안에
우리들은 계속 웃고 있었던 것 같다.
서로 챙겨주고, 걱정해주고, 같이 밥을 먹으며 웃었던 우리들의 모습은
내 기억 속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사람이란 ‘함께 있을 때 아름다운 존재’이다.
내가 그 때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는 이유는,
민우회 식구들뿐만 아니라 인권과 평화를 수호하려는 많은 사람들과
내가 함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집회 자리에 같이 있었던 사람들 외에,
멀리 있는 다른 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 정신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바로 그 날이었다.
진정성을 가지고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인 사람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참으로 소중하고 아름답다.
그러한 빛이 나는 사람들의 소망과 연대는 이 세상을 크게 움직일 것이다.
그리하여 인권을 유린하는, 혹은 유린하였던 여러가지 문제들을 해소하고 전쟁을 근절하며
이 세상을 더욱 평화롭게 만들 것이다.
오늘도,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인권과 평화를 염원하며 한국 정신대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이들의 진심어린 염원이 희망이 되기를. 그리고 이 세상의 평화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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