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여성노동상담경향 분석① 비정규직여성노동자 상담
2009년은 기간제 법 등 비정규직 관련 법 시행 2년을 맞아, 기간 제한 2년을 넘은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조항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있었다. 노동부를 중심으로 2년 대량 해고설을 주장, 해당조항 유예를 주장했으며 공기업에서는 기획해고가 잇달았다. 상반기 경기위기담론의 적극적인 유포 속에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편의적으로 해고 되는 등 경영위기극복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법적 규제 중심의 논의 보다는 우리 사회가 비정규 노동을 저평가, 차별하는 맥락을 확인하고 이들의 존재를 인정, 보상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속에서 새로운 접근과 해법이 가능할 것이다.
1. 100만년을 일해도 100만원짜리 일자리, 승진 없는 ‘검은천장'
비정규직 주요 상담사례에서는 ‘비정규직 일’에 대한 고정관념과 여기에 바탕 한 차별적 보상체계를 확인할 수 있다. 사례에서도 볼수 있듯이 비정규직 여성들은 형식상 ‘시간제’나 ‘임시, 일용직’이더라도 장기간 일하고 있다. 하지만 기간만큼 업무 전문성, 숙련을 갖추고 있더라도 정규직이 받는 수당, 보너스를 받지 못하거나 시간당 임금 자체를 낮게 정해 차별 받는다. 9년, 13년을 일했지만 임금은 고작 몇 만원, 몇 천원 오른 것에 지나지 않고 기본급은 100만원도 안 된다. 이런 현실은 ‘비정규직 일=100만원짜리’라는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고 다시 저임금을 유지, 존속시킨다.
● 사례1) 실내 의무실 안에서 의료 행위를 하는 전문직인데도, 시간제 알바 일당직으로 '질서 직급'이다. 13년 동안 일했는데 6만 몇 천원이다. 94년 입사당시에 협회에 알아보니까 그 때 간호사들 평균적으로 받는 임금이 7만원이었다. 회사에서는 정규직 간호사랑 하루당 임금을 같이 쳐야 된다고 하니까, 콧방귀를 뀌고 있다. "2000명 중에 너는 한 점일 뿐이다. 시간제 주제에... 싫으면 말아라." 도 한다. (2009.03.04.)
● 사례2) 학생복 알바 판매사원으로 길게는 6개월, 짧게는 2개월씩 9년간 교복 시즌인 2월, 5월에 일했습니다. 그런데 부장이 자꾸 성희롱을 하여, 그만둘 결심을 했는데 올해까지 일하면 정규직을 시켜주겠다고 해서 정규직이 된 줄 알고 열심히 일했는데 정직원 중에 한 사람이 나한테 알려주면서 "언니만 빼 놓고 2월, 5월은 다 특근수당 쳐서 150만원 받았고 언니는 계약직이라 안 줬데."라고 했다. 또 다 같이 회식을 갔는데 나는 아르바이트라서 뺐다고 합니다. 일한 기간이 9년인데 필요할 때만 불러서 쓰고, 밥한 끼를 안 줬습니다. (2009.6.11.)
● 사례3) 97년에 촉탁으로 입사해서 3,4 년까지는 계약서를 쓰면서 갱신을 하다가 7,8년 넘게는 계약서를 쓰지 않고 13년 동안 회사를 다녔다. 노동부에 물어보니 우리 같은 사람들을 무기계약직이라고 한다. 입사할 때 70만원이다가 13년 동안 겨우 20만원 올랐다. 10년 넘게 근속했는데 기본급이 90만원이다. 그래도 00 자동차 직원이라는 자부심으로 계속 다녔다. 또 점심시간 외에도 30분씩 더 일한다. 임금을 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무기계약직이라는 것 때문에 신청하기가 그렇다. 같은 하는 정규직은 기본급이 작은 대신 특별수당을 많이 받고, 단협 적용을 받아서 임금이 해마다 오른다. 우리는 촉탁이라 조합원이 아니라는데 (200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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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을 배우고 경험을 쌓는다? 수습/인턴은 쓰디쓴 ‘사회초년생’
20대 청년층의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정부, 기업은 수습, 인턴을 중심으로 단기 일자리를 늘렸다. 그러나 수습, 인턴 노동자들은 사례와 같이 성희롱에 시달리거나 별도의 예고도 없이 수습기간이 끝나는 날 바로 해고되는 등 혹독한 사회초년생활을 보내고 있다.
● 사례6) 요즘처럼 취업하기 어렵다는 시점에 한 학기의 학점을 인정받으며 인턴 경험을 할 수 있어 어떤 부당한 일들을 겪는다고 해도 기간을 채우자고 다짐했습니다. 국장이 술자리에서 “인턴들이 아니면 우리가 언제 여대생들과 같이 술을 마셔보겠느냐”. “술 좀 따라 봐라.”, “잘 모셔라” 는 말을 했고 그 뒤 술자리를 거부하자, 저에 대해 “남자를 골라 술을 마신다” 등 악담을 하고 다녔습니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참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속 팀장은 귀를 막았고, 학교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2009.1.8.)
● 사례7) 수습사원으로 입사해서 정직원이 되기로 했다. 일한지 3일이 지나자 과장이 나보고 자기 ‘세컨’하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내가 손가락을 심하게 다쳤는데 과장이 "너 샤워를 못하니까 내가 대신 샤워시켜줄까?"라는 말을 했다. 결정적으로 나를 사무실로 불러서 농담을 하는 척하며 자기 손으로 성기를 만지고 한 쪽 다리는 내가 못 나가게 문을 디디고 있었다. 그 사람 다리와 다리 사이에 내가 서 있게 된 것이다. 회사에 알려서 사장한테까지 보고는 올라갔다는데...제대로 처리가 될지 의심스럽다. (2009.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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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6)에서 인턴을 ‘잠시 일하다 가는 20대 여대생’으로 인식, 성적으로 대상화 했고, 사례7)에서는 정규직으로 채용했는데도, 별도의 수습기간을 두어 성희롱 발생 시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특히 사례8)과 같이 수습기간은 사용자의 편의대로 어떠한 규제도 없이 마음대로 해고 할 수 있는 기간으로, 남용될 경우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행법상 수습노동자라 할지라도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할 수 없지만, 해고예고에서 제외되는 대상인데다, 최저임금의 90%만을 지급해도 된다는 법조항 때문에, 인권침해가 심각하다. 일자리를 늘린다는 명목으로 편의적인 수습기간을 설정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합법적인 착취가 불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
3. 식당노동자와 마트노동자,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직종별로 보아, 서비스․판매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69.4%에 이른다(통계청, 2008). 업종별로는 도소매․숙박음식업점에서 일하는 여성은 1,825천명으로 26.6%를 차지한다. 상담사례를 통해 만난 식당노동자, 마트 노동자는 이들이 어떠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폭언과 욕설, 성희롱이 일상인 공간에서 하루 종일 서서 ‘종종대며’일하고 한 달만 참자고 버티다가 ‘그만두면 그만’인 삶을 반복하고 있다. 또한 4대보험, 퇴직금 등 실직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영세한 사업장에서 사장에게 전적으로 종속되어 하루 11시간씩 일하는 식당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마트노동자들은 업주, 정규직 관리사원, 협력업체, 본사의 이해관계 속에서 혹사당하고 있다.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식당 노동자의 노동환경 변화와 대형마트 다단계 고용관행을 시정해서 노동의 질, 삶의 질을 바꿔야 한다. 판매부진과 사소한 과실로 해고되는 행위도 근절돼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서비스 노동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인정을 통해 이들에 대한 낮은 보상과 착취를 중단할 수 있을 것이다.
● 사례9) 일식집에서 홀서빙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의 막무가내 폭언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싶어요. 한 달 이상 근무해야 월급을 준다고 해서 참고 일은 하고 있는데 당장 나가라고 소리 지르고 다른 직원들 모두 세워놓고 "씨발~좆같은 년“이 일도 못하면서 폼 잡고 다닌다고 당장 나가라고 욕을 퍼부어 댔습니다. 여자 동료들도 다 수없이 하루에 몇 번씩 욕을 먹고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니며 일하고 있습니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년", "목을 비틀어 버린다“는 둥""확 밟아 버린다“ 등...참 어이 없습니다. 요식업계통은 내가 싫으면 그만두는 형식이라 월급 받을 동안만 참자 하는 식이지만 너무 분하고 억울합니다. (2009.03.28.)
● 사례11) 본인은 ○○점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여사원입니다. 타 업체가 그전에도 몇 번 허락도 없이 제 물건을 만진 적이 있어 표시를 바닥에 해놓은 상태로 다녔습니다. 18일에 물건을 만진 것이 확인이 돼 그 업체 직원과 이야기하던 중 제제를 받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주임이 ‘명찰 놓고 집으로 가라’ 고 하면서 저를 해고했습니다. 매장관리 규율 상 3차까지의 제제가 있은 후 돌아가라는 지시가 있는 걸로 알고 있고, 다른 협력업체 여직원은 00점 사장님께 근무태도 관련 한번, 00점 자체매장규율에 1번 걸렸는데도 무사히 다니고 있어요. 또 다른 협력업체직원은 손님들이 보고 계시는데도 매장에서 몸싸움이 있었어도 다니고 있습니다. 우리업체는 힘이 없는데..... (2009.12.22.) |
4. 정규직 직원이 바뀌면, 비정규직에 대한 일상적 차별을 바꿀 수 있다!
본회 상담실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 대한 일상적인 차별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한 했다. 상담사례를 통해 정규직 사원이 비정규직 여성들을 ‘커피 타기’ 등 잡무를 하는 존재, 정규직이 되는 것을 원해 절대 저항하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약에 관한 직접적인 권력을 가진 사업주,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정규직 사원, 부장, 남성 정규직 중심의 차별적 권력관계가 일상에 뿌리내리고 있다. 폭언, 폭행, 성희롱의 발생 원인에는 정규직, 비정규직간 위계적인 조직문화가 작동하므로 일상생활을 보다 평등하게 만들기 위한 개개인의 인식전환과 실천이 요구된다.
● 사례12) 계약직으로 근무하는데 다른 부서 직원이 나한테 커피를 타 달라고 했습니다. 내가 왜 그 부서 커피를 타냐고 따지면서 싫다고 하니까 "시키면 할 것이지, 왜 거부를 하냐?" 면서 멱살을 잡고 따귀를 때렸습니다. 저는 1년차 계약직이고 때린 사람은 3년차 일반사원이에요. 같은 부서도 아닌데다 제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 건데 사람을 이렇게 취급하는 게 너무 분합니다. (20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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