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탄탄여성노동스쿨" 첫 날! :)
2010년 여성노동 상담원 교육<탄탄여성노동스쿨>의 문을 열어준 선생님은 젠더사회연구소의 이숙진님이었어요. :) 첫 강의이니만큼 한국여성노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전반적으로 말씀해주셨습니다.
먼저, 우리에게 내놓으신 단어는 ‘성찰’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성찰이란, ‘나와 내 주변을 둘러보고 세상의 문제를 깨닫는 것’이지요. 보통 성찰이나 반성이라고 하면 나 개인의 언행에 대해 되새겨보는 것이지만 보다 넓게 나를 둘러싼 주변을 살펴보자는 것으로 이해되어요. 그렇지요. 나 혼자만 사는 것도, 나 혼자서만 잘 살면 무슨 재미입니까. 이는 이렇게도 연결됩니다. 차별의 문제를 볼 때나 세상의 변화를 위해서는 나만의 관점으로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해요.
차이와 차별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이야기가 되었어요. 차별이란 차이를 서열화하고 위계화 하는 것, 그렇지만 모든 차이가 차별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며 어떤 차이가 위계성(높고 낮음 등)을 가질 때 차별로 전환된다고 합니다.
옛날 옛적 여성들이 시민권도 제대로 획득하지 못했을 때는 여자도 남자랑 같다! 라는 [평등의]논리로 대항한 때도 있었고 이후 여자와 남자는 다르다는 [차이/다름의] 논리도 수면 위로 올랐던 이야기도 있었어요. 오- 페미니즘의 역사를 보는 듯해서 참 좋았어요. 이러다보니까 여성주의가 기회주의적이라는 비판도 받게 되었답니다. 어느 땐 같다고 하고 또 어느 땐 다르다고 하니 말입니다. 핫, 이러한 비판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겠냐며 선생님께서 각자가 고민해보라며 과제를 내어주셨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셔요? 리플 달아주세요. :)
선생님이 인용하신 조안스콧의 ‘역설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조금 힌트가 될 것 같기는 한데,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아무튼 여성 문제의 모호함, 불확실성 자체가 우리의 역사인 만큼 이것이 곧 저항의 힘이라는 조안 스콧의 말은 또 나름 생각할 과제를 주더군요.
다음으로 성별 분업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되었는데, 성별 분업은 일에 대한 가치뿐 아니라 자유로운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즉, 자유로워야 할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겁니다. 선택적으로 남성들도 재생산(양육 등) 영역에 들어와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성만 담당하게 된다는 것. 이어서 가사노동에 대해서는 개념의 의미가 절대적이진 않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변화한다는 것이지요.
단어의 글자가 변한다는 게 아니라 단어에 함축된 가치, 의미가 변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개념이란 사회역사적 산물이라는 것. 예를 들어 직장 내 성희롱이란 말은 관련 사건 및 대응이 있던 1994년을 기점으로 변화되었지요. 직장 내에서 성희롱은 있어왔지만[사실fact] 이를 설명하고 명명할 개념이 생긴 것입니다. 감정노동도 마찬가지라고 해요.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고 어느 새 그렇다면 노동시장에서의 성 평등은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선생님은 세 가지 방안을 가져오셨습니다. 적극적 조치, 동일노동동일임금(이건 노사협의로 가능하지 않을까요), 일가정양립지원 정책. 사실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방법이지만, 뚜껑도 제대로 열리지 못한 것들이지요. 이 같은 지향과 방안들을 현실화 시킬 방법은 무엇일지 생각에 잠기며, 이숙진님의 강의는 끝이 났어요. 시간 가는 줄 몰랐답니다. :)
다음 강의는 수습, 인턴,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명랑한 반란!이 주제였어요. 여러분들 청년유니온이라는 단체를 아시나요? 젊은 이들이 모여 현재 자신들의 노동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곳인데요. 처음 만들어졌을 때 참으로 반가웠고, 한편 신기하기도 했어요. 청년유니온의 김영경 위원장께서 오셔서 강의를 해주셨어요.
청년유니온은 3월에 창립식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언론사 40여군데에서의 인터뷰 요청이 오는 등 뜨거운 반응에 놀랐다고 합니다. 카페 회원수도 300여명에서 1,000명으로 확 증가되었고요. 반응들은 ‘필요한 조직이다’거나 ‘노동과 삶에 대한 공감대를 나눌 공동체 역할’에 대한 기대 등이었답니다. 원래는 수도권 중심으로 소박하게 운동하려고 했는데 이미 전국에서 연락을 하셔서 준비모임이 꾸려졌답니다.
전주, 울산, 대구, 대전 등. 일단 첫 활동으로 전국 편의점(600여군데)의 노동 상황 실태조사를 실시했는데 최저임금(4,110원)도 지켜지지 않고 시급 2,800원을 받는 곳도 있답니다. 아이쿠-
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은 이러한 상황들에 대해 자신의 미래까지도 정지시켰다고 표현한대요. 참 서글픈 현실이지요. 최저임금의 문제 외에도 실업급여 확대, 구직급여 생성 등 활동, 생존(주거)의 문제에 대해서도 준비 중이라고 해요. 그래도, 참 열심히 활동을 하시는 모습에 조금의 희망은 품게 됩니다.
지방선거 관련해서도 살짝 이야기가 나왔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에 대해서 보통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왔지만 실은 ‘탈이념적이지 탈정치적인 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적확한 표현인 것 같아요. 이어서 위원장님이 이 운동에 뛰어든 개인의 사연들을 말씀해주셨어요.
대학 다닐 때 등록금 마련 등의 이유로 식당서빙, 사무 경리, 대형마트 판매직 일을 했답니다. 그 외 콜센터와 편의점 알바도 하였고요. 대형마트에서 일했을 때의 경험을 특히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당시 용역으로 일했던 거였는데 계약할 때는 몰랐다고 합니다. 용역이라는 이유로 야근 수당이나 교통비 지급도 없이 야근을 해야 하는 등의 차별에 나름의 저항을 했답니다. 밤늦게 일하지 않게 부모님이 마트 쪽에 연락을 했던 저항이었는데 글쎄, 이 방법이 먹혔대요. 이 때 ‘아, 반항을 하면 바뀔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답니다.
이후 생계를 위해 학원 강사를 몇 년 동안 했지만 일을 하며 꿈을 쫒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나는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상황이 이럴까’ 고민하던 중 청년유니온을 알게 되었을 때 서광이 비치는 듯 했답니다. 무척 동감이 되었어요. 위원장님뿐 아니라 노동문제를 고심하고 관심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서광이 비쳐진 듯 느껴졌던 것 같아요. 비록 지금부터 시작이지만 파이팅!입니다. :)
참, 청년유니온의 명함은 참 귀여우면서도 참신했어요.
명함에 CMS(정기 후원) 신청을 할 수 있는 페이지도 있어서 유용하겠더라고요.
탄탄여성노동스쿨 첫 날의 마지막 강의는 한겨레21 임지선 기자님의 이야기였어요. 아시는 분은 아실테지만 지난 해 한겨레21의 <노동 OTL> 꼭지의 식당여성노동자에 대한 한 달간의 경험을 담아내었고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지요.
기사를 보시려면 아래 제목을 클릭 :)
식당여성노동자로 살았던 약 한 달간의 경험 중 몇 가지 에피소드와 소회를 말씀해주셨어요. 듣는 데 집중하느라 정리를 제대로 못했어요. 핫; 적어놓은 걸 전해드릴게요. 기사가 나간 후 여러 피드백을 받았다고 해요. 그 중에서 이주(조선족) 노동자 분께서는 일도 힘들지만 단속 때문에도 더 힘들다, 이런 부분도 다루어달라는 피드백을 주셨다고 했답니다. 이 부분도 간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를 둔 식당여성노동자 분께서는 기사 속에 노동자들이 모여 ‘음담패설’을 했던 걸 굳이 기사에 쓴 것에 문제제기를 하셨어요. 더 하대하지 않겠냐는 말씀. 누구나 ‘음담패설’을 하는 건 사실인데 보다 더 긍정적으로 묘사해주길 바랐을 그 분의 이야기도 이해는 됩니다. 식당여성노동자에 대한 우리 사회 내 인식이 다양하지 않은 상황에서 더 부정적으로 인식되도록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무시할 순 없지요. 그런데 이 얘기를 들으면서 영화 “밥꽃양”에서 투쟁 중인 한 여성노동자들이 떠올랐어요. 일을 하다보면 너무나도 몸이 힘들어서 성욕도 들지 않는다, 남편의 욕구에 함께 하지 못한다는 말, 왠지 많이 마음이 아팠거든요. 얼마나 힘이 들면 기본적인 욕구라고 하는 성욕이 귀찮은 일이 되는 것인지.
한편 임지선님에게 전화주신 여성 노동자가 덧붙인 문제는 왜 식당 여성 노동자의 자녀들이 다 공부를 못한다고 보도했냐는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걱정과 고민이 많은데 희망을 꺾었던 것처럼 느껴진 것 같습니다.
임지선님은 이렇게 말했어요. 희망의 절대빈곤 시대에서 절망의 상대빈곤으로 넘어갔다고요. 쉽게 희망을 말하기엔 절망이 더 가까운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소위 개천에서 용 날 수 없는 세상에 대해 비판하고 날을 세워야 하는 데.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 이후에는 여러 얘기들이 있었습니다.
휴일도 없이 일하던 감자탕집 언니(식당여성노동자)에 대한 얘기, 왜 휴가를 달라고 하지 못할까. 언니들은 다른 곳에 적응하기 어렵다, 여기 아니면 어딜 가나, 내가 쉬면 가게가 어떻게 돌아가나 등을 걱정하며 휴가를 내지 못한다는 겁니다. 마지막 걱정에 대해서 임지선님은 노동자들이 사장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에 인상을 받은 듯 합니다. ‘빈곤노동의 정당성을 노동자 스스로 만들더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인간성/관계와 노동이 고작 숫자(임금)로만 그것도 너무나 헐겁게 되돌아오는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한 번은 관공서에서 식당의 물수건 위생 상태를 보러 왔다는데 딱 물수건만 보고 가더랍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이나 노동조건의 상태는 빨지 않아 지저분하고 곰팡이가 피어 본연의 기능을 잊어버린 물수건처럼 축 늘어지기 일보 직전인데 말이지요. 관리감독 자체가 너무 소비자 위주이기 때문에 가능한 웃지 못 할 일입니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 우리 머릿속에서 싹 지워버립시다.
요즘에도 여기저기 취재를 다니는 데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이슈를 취재하러 가도 여성들은 저임금의 불안정 노동 영역에서 일하는 모습을 포착한답니다. 청소용역, 식당노동 등 어딜 가도 여성빈곤노동은 피할 수 없고 지속적으로 주목하겠다는 임지선 님의 의지, 왠지 앞으로의 기사들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탄탄여성노동교육의 첫 날이 끝이 났어요. 참- 유의미한 하루였어요. 흣!
☆ 반차별회원(만년청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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