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트러블 별안간에 4화]더운 여름, 안구에 습기찰 때
찜통같은 더위에 요새 영~ 상태가 메롱인데
별별 이야기들이 여성노동자의
안구에 습기차게 합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간담을 서늘케(부디!) 하는 소리. 여름에도 울려퍼지는-
에에에 에에에에에~ ♫ '노동트러블 별안간에' 쏩니다!
요즘 많은 가정에서 동남아시아의 영어권 국가, 특히 필리핀 출신 육아도우미를 고용한다고 합니다. 회원 1백만 명인 한 주부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10여건의 문의가 올라오고, 그 중에는 ‘미국 발음에 가까운’ 필리핀 여성을 찾는 글도 꽤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아이들의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이유라는군요.
우선 도우미가 필요한 어린 아이들에게 영어유치원도 모자라, 생활 속에서 육아도우미와 영어로 소통하게 해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사모님들의 전략에 탄복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주로 필리핀계인 영어권 이주노동자는 월 100만원에서 120만원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육아와 아이들의 영어선생 노릇도 해야 하는 것입니다.
현행법상 외국인은 육아도우미로 일할 수 없습니다. 내국인 일자리 보호 정책에 따라 중국 동포와 영주권이 있는 외국인을 제외하고는 외국인이 서비스직종에 취업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죠. 적발되면 취업자뿐만 아니라 고용주도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지금 취업중인 사람들 중에는 소수의 결혼 이주여성뿐 아니라, 많은 수의 불법체류자가 있다고 합니다. 일부 고용주들은 불법체류자라는 약점을 악용해 이들에게 일만 시키고 돈을 떼먹는 경우도 있다고 직업소개소의 필리핀 매니저는 말합니다.
그는 "몇몇 사모님들이 베이비시터에게 남은 밥을 주거나 아예 밥을 주지 않을 때도 있다"면서 "한 베이비시터는 오후 2시가 넘도록 굶다가 사모님에게 '사모님 배고파요' 했더니 그 사모님이 '난 배 안 고픈데'라고 했다"는 말도 전했다.
이런 인권학대를 받거나, 월급을 못 받고 내쫓겨도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것이 가장 문제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임금체불이나 인권문제를 해결할 창구는커녕, 이주여성노동자의 육아도우미 취업실태 자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가사나 육아 노동은 특히 여성노동자가 많은데, 여성노동자가 많은 다른 직종과 마찬가지로 노동시장이나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불법이든 합법이든 현재 임금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는 최소한의 인권보호와 임금지급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사모님들, 밥 제때 제대로 주시고 임금 떼어먹지 마시고, 정부는 육아도우미의 실태를 파악해서 구제기구 만드시라.
하루 종일 좁은 계산대에서 쉴 새 없이 몰려드는 고객을 웃으며 응대하는 마트의 여성노동자들, 종일 꼿꼿한 자세로 서서 친절을 베풀어야 하는 백화점의 여성노동자들.
2008년 ‘의자캠페인’ 기억하시죠?
온종일 서서 일하며 하지정맥류, 부종, 요통, 유산에 시달리는 서비스 여성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민주노총이 주축이 되어 ‘서서 일하는 서비스 노동자에게 의자를’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였었습니다.
국민 캠페인단도 발족했었고, 노동부도 이 취지에 공감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의자를 배치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사실 당시에도 의자 비치 규정이 법에 있었지만 실효성이 없었던 거죠.
<2008년 의자 캠페인 당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2년이 지난 지금, 현장은 어떨까요? 혹시 백화점이나 마트 갔을 때 앉아서 계산하거나 쉬는 여성노동자를 본 적 있으세요? 옆에 놓여있는 조그만 의자는 보입니다. 하지만 앉아서 쉬는 분도, 하물며 앉아서 계산하는 분은 더더욱 본 적이 없습니다.
왜일까요? 의자가 비치되어 있어도 현실적으로 앉기 힘든 분위기라고 합니다. 회사 관리자보다도 고객 눈치가 더 보인다고 하네요.
아... 서비스 노동! 민우회가 올해 식당노동자 인권개선 사업을 하면서도 많이 고민하고 있는 바, 왜 우리는 서비스 노동자들을 우리의 시중을 드는 사람으로 보는 걸까요? 그 분들이 앉아서 일한다고 불친절한 것도 아니잖아요? 힘들어 죽겠는데 억지로 미소 짓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참 나도 하기 싫은데 말이죠.
<2008년 마트 언니들에게 건네는 카드에 이런 스티커를 붙였었더랬죠.>
노동부 관계자는 “의자를 놓는 것까지 우리의 역할이지 사업주에게 그 이상을 강제할 수 없다”며 “노동자가 서서 일하는 경우가 더 편한 경우도 있다”며 별 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데요. (2010.6. 21자 메디컬 투데이 ‘마트, 백화점 노동자 위한 의자는 폼?’) 얼마나 많은 서비스 노동자들이 과도한 감정노동으로 힘들어하고 있는지 헤아린다면 저런 말은 나오지 않았을텐데 씁쓸합니다.
형식적으로 의자만 비치하는 게 아니라, 의자에 앉을 수 있는 권리!를 만들어가는 것, 우리 모두의 과제인 것 같습니다.
덧붙임: 얼마 전 맥도날드가 이벤트로 ‘60초 스피드 서비스 행사’를 연다는 뉴스를 접하고 경악했습니다. ‘고객이 주문 후 제품을 받기까지 60초를 초과하면 무료 후렌치 후라이 쿠폰을 증정한다’는 것인데요, 노동자를 쥐어짜서 노동 강도 높이는 것이 ‘이벤트’라니! 맥도날드, 정신 좀 차리세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처럼 임금 체불 민원으로 이렇게 많은 시간을 쓰는 나라는 없어요. 노동부 직원이 자기의 노동권조차 못 누리는 상황에서 현장에 나가 뭘 할 수 있을까요? 노동행정이 유명무실하다는 걸 반증하는 셈이죠.”(최근 그만둔 지방노동청 7급 남성 직원 ㄱ씨)
“한 지방노동청에서 일하는 직원이 250명가량 되는데, 어떤 직원은 하루에 100여명의 민원인을 상대하기도 했어요. 민원인들에게 욕을 얻어먹는 일도 다반사죠. 가임기 여성이 많은데, 얼마 전엔 여직원이 10명 일하는 다른 부서에서 4명이 잇달아 유산을 한 적도 있어요.”(서울의 한 지방노동청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 ㅊ씨)
-0707 <한겨레 신문> 기사 ‘노동부공무원 노동환경 ‘악’소리 난다’(전종휘) 중 발췌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429224.html
얼마 전 고용노동부로 개명(?) 하신 노동부 공무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초과근로가 월 평균 25시간, 근로감독관 1인당 행정대상 인원은 유럽의 2.5배(일당백정도라는=_=), 우울증 상담대상자는 30%, 퇴직인원 증가율이 중앙부처 평균은 6.7% 감소한 반면 노동부는 오히려 2.3% 증가해버렸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물론, 오늘 별안간에 들려드리는 이야기가 공무원들의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내용은 아닙니다.
노동부에서 운영하는 많은 기관들을 찾아가 임금체불, 해고, 산재보험, 고용보험, 실업급여 등에 대한 상담을 해야 하는 우리들이 겪게 되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답니다.
* 한 사람(공무원)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과다한 업무로 인해 까칠할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그 까칠함에 더욱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상황이 갑갑한 우리들.
* 발췌한 <한겨례> 신문 기사 중 ‘임금체불’ 문제로 이렇게까지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나라도 없다는 인터뷰 내용처럼 우리 노동자들의 노동환경(비단, 임금체불만의 문제는 아니지만)은 열악한가 하는 또 한 번 갑갑한 마음.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노동법이 진짜 지켜지기 위해서는 그것을 관리․감독해야하는 노동부부터 제대로 법을 현실화 해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야 노동부 공무원의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비롯한 짜증과 까칠함이 절박한 상황에서 상담과 문의를 하는 노동자에게로 전가되지 않을 수 있지 않겠나하는 생각듭니다. 진정으로 노동자들을 위한 행정을 할 수 있는 정부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한마디 건넵니다. “너부터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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