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별]여자, 여자를 기리다
2010반차별 캠페인 '여자, 여자 사랑해요!' 캠페인 기획실천단 '자랑단'이 기획한 특별한 제사가 있었습니다. 때는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9월 20일 월요일 저녁7시 30분 입니다. 남자들은 접대받고 여자들만 일하는 추석이 지겹고, 나이, 결혼여부, 외모, 몸무게, 취업, 연봉이나 임금, 출산여부, 이혼여부는 해마다 회자되고 말이 되어 아프게 돌아오기도 하지요.
여러분들도 여러분 각자가 좋아하는 여성들을 기려보셨나요?
남편의 가족들 속에서 이방인으로 존재하는 외로움, 아빠의 가족으로 줄지워지는 답답함, 혈연중심으로 뭉쳐 다 갖추지 못한 이들이 고통이 되는 시간이 명절이었습니다. 이런 명절을 내가 지내고 싶은 제사로 바꾸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자.랑.단'이 모였습니다.
각자가 좋아하는 죽은 여자들을 생각해 보고 글귀나 사진을 두고 준비한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이지요. 신기루는 (니콜 키드만이 연기한)버지니아 울프사진을 준비했습니다. 그녀가 주머니에 가득 돌을 집어 넣고 강 속으로 걸어간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의 극단을 죽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요. 사람들이 북적이는 런던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던 그녀, 정신병에 시달려도 사람들의 생기가 있는 도시가 좋다고 했었지요.
이안은 요즘 성균관 스캔들에서 나오는 불굴의 원형적 캐릭터 '여장남자' 여성남역 스타이자 여성국극의 창시자인 임춘앵님을 기렸습니다. 그녀의 창조성과 멋진 연기력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정희 시인의 시와 사진을 붙여 그녀를 기렸습니다.
단비는 "누군가의 어머니, 딸, 며느리로만 이름없이 ㅇㅇ씨, ㅇㅇ댁으로만 기억된 또는 기억에서 조차 잊혀진 여성들, 당신들을 기억합니다.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즐기는 행복한 한가위 되시기를....."
이라는 글귀를 준비했습니다. 아주 맛있는 화이트 와인도 함께 준비했고요.
달빛은 팝콘과 홍삼원액을 가져왔습니다. 직장내 성희롱에 관한 인권위 결정 사례를 모두 출력해서 읽었던 달빛은 그 인쇄물 한 박스를 함께 가져왔습니다. 그 사건 사건의 당사자들을 기리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많이들 살아 있을 것 같다고 ^^ 했습니다. 가을은 마음 속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떤 여성을 기렸습니다.
명절이라서 각자 회사에서 받은 비누세트, 스팸세트를 젯상에 올리고 모두 나누어 먹었답니다. 숨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리고 싶다고 전해 제사상에 한켠에 할머니들의 자리도 생겼습니다.
이리하여, 고정희, 임춘앵, 프리다칼로, 버지니아울프, 위안부 할머니들, 성희롱에 맞선 용감한 여성들, 잊혀진 수많은 이름 없는 여성들과 자랑단이 영혼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포도와 포도주와 구운 고구마와 맥주와 치킨과 담배와 팝콘과 스팸이 있는 멋진 제사상을 완성하고 각자 술을 나누거나 음악을 들려주거나 담배를 주거나 낭송을 하거나 하여 그녀들의 역사를 기억했습니다.
이어서, 치킨과 맥주가 있는 우리들 만의 젯밥먹기 파티가 시작됐습니다. 누군가 대접하고 누군가는 대접받는 진부한 명절을 앞두고 우리들만의 잔치를 연 것이지요~.
보름달같이 환한 얼굴, 즐거운 한가위 보내셨나요?
자랑단만의 재미있는 제사도 즐거웠습니다.
다가오는 설날에도 '내가 좋아하는 죽은 여자들'을 기려보아요~
여자, 여자 사랑하는 평등한 명절이 계속 되길 기원합니다.
반차별 캠페인 기획단 자.랑.단.(02.737.5763/[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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