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별]말하자! 놀자! 깨자! 두번째 모임입니다.
여자, 여자 사랑하는 수다모임 말하자! 놀자! 깨자!가 금요일밤 홍대에서 진행됐습니다.
두 번째 말/놀/깨 모임의 주제는 ‘친구’였습니다. 직장에서든,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고민할 때나 분노할 때나 내게 가장 힘이 되어주는 것이 친구들과의 유대와
수다 아닐까요?
이번 모임은 여섯 명의 소수정예(^^;) 참가자들의 참여로 진행되었습니다. 사람 수가 조금
적어 아쉽기도 했지만, 대신 역동적이고 친밀한 분위기가 만들어져서, 모임이 끝날 즈음에는
다들 무척 친해진 느낌이 들어 기뻤습니다.
말하자+놀자=몸으로 말하기
만들어줄 재미난 프로그램을 시작했
습니다. 첫 번째는 ‘감정 맞추기’였습
니다. 짝을 지은 두 사람 중 한 쪽에만 신기루가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들어보이면, 단어를 본 사람이 자기
짝에게 몸짓으로만 단어를 설명해서
상대방이 맞추도록 하는 게임이었어요.
흔히 친한 친구들은 눈빛만 보아도
통한다고 하는데, 감정을 몸말로만
표현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습니다. 원하는 단어가 좀체 나오지
않으면 답답해지기도 하고요. 그러다 몸으로 표현한 단어를 상대가 맞추면 짜릿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통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짜릿한 기분이 아닐까요?
상대의 감정을 읽고 상대에게 나를 내맡긴 체험을 해본 짝궁들이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말하기+놀기를 마무리했습니다. 팀마다 인사 동작을 세 가지씩 정해서 그 동작을 서로
주고받는 방식으로 인사를 했는데요, 코 비비기, 안아주기, 허리 굽혀 절하기, 멀리서
다가오면서 “YO~!”하고 서로 손뼉치기 등등 실로 다양한 인사가 나왔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구름과 바람 놀이 때에도 그랬지만 인사 나누기에서도 짝궁들의 성격이 확연히
드러나는 동작이 나왔다는 거에요. 어떤 짝궁은 공간을 넓게 써서 뛰어다니고 부딪치며
인사를 나눈 반면, 다른 짝궁은 가까이 다가서서 몸을 꼭 붙여 인사했지요.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다양한 친구 관계의 모습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모든 사랑의 시작, 친구 사이
몸으로 찐~한 대화를 나눈 참가자들이 편하게 퍼질러 앉아 (혹은 누워) 단비가 읽어주는
친구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이번에 단비가 읽은 글은 벨 훅스의 『사랑의 모든 것』
에서 발췌했답니다.
“우리는 보통 첫 번째 가족, 즉 우리가 출생한 가족에서 사랑을 발견하거나, 결혼이나 평생
유지되는 낭만적 관계를 통해 형성하는 두 번째 가족에서 사랑을 발견할 것이라고 믿도록
길러졌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우정을 가족의 유대만큼 중요하게 여겨서
는 안 된다고 배웁니다. 그러나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우리를 구원하는 사랑과 서로 보살
피는 공동체를 친구 관계에서 처음으로 접합니다. 친구 관계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면 가족
이나 연인과 상호작용할 때에도 이러한 사랑을 실천할 힘을 얻게 됩니다.”
벨 훅스가 말하는 사랑은 보살핌, 존중, 책임, 평등에 기초한 행위입니다. 그러나 불평등,
지배와 종속, 폭력이 판치는 가부장제 사회 안의 관계에서는 진정한 사랑이 실종되기
쉽습니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종종 진정한 사랑이 없는 관계를 유지하는 감정노동을 해야
한다는 성역할이 주어집니다. 진정한 사랑을 회복하고 사랑 없는 관계를 청산할 용기를
갖기 위해서는, 그 동안 평가절하되어 온 우정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글의 내용이었습니다.
낭독이 끝난 후 누군가는 친구 사이에서라면 받아들이지 않았을 폭력적인 행위가 연애 관계
에서 일어나는 것을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했고, 또 누군가는 자신
에게 힘이 되어주던 친구들이 시간이 흐르며 서로 변해 멀어져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습
니다. 자신이 여성주의적 가치나 사회 이슈에 대해 말하면 친구들이 들어주기는 해도 진심으
로 받아들여 주거나 대화를 나누려고 하지 않아서 답답하다는 이야기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
기도 했습니다.
맛있는 깨뜨리기
마지막으로 빼먹을 수 없는 달걀 깨뜨리기! 지난 번 달걀 깨기가 나를 얽매고 있는 불안을
깨는 퍼포먼스였다면, 이번 달걀 깨기는 다들 친해진 사람들끼리 유쾌하게 웃고 떠들며 서로
맛있는 것을 나누는 잔치 분위기였다고나 할까요. (특히 달빛이 선보인 머리로 달걀 깨기가
대 인기였죠 ^^)
모임이 끝날 때쯤 되니 다들 눈에 띄게 표정도 부드러워지고 동작에도 생기가 넘쳤습니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에너지를 주는 친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화악~ 느낄 수 있었던
두 번째 말/놀/깨! 멋지고 말 통하는 여자 친구를 만들고 싶은 여러분, 아직 모임이 한 번
더 남았으니 다음에 꼭~꼭~ 친구 손 잡고 와주세요!
이 글은 캠페인 기획참여단 자.랑.단의 단비님이 썼습니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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