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거리로 나갔습니다.
10월의 마지막날 일요일, 인사동에서는 이프토피아가 주최하는 여성축제가 있었어요. 이날의 축제의 주제는 임신, 출산, 낙태를 둘러싼 여성의 경험을 드러내는 것이었어요.
현재 민우회를 비롯해 여러 단체들이 함께 진행하는 '낙태'범죄화 대응활동의 일환으로 시민들에게 활동을 알려내기 위해서지요. 언론은 '사건, 사고'로만 낙태를 기억합니다. 한차례 모든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이 낙태를 다루던 때가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여성이 직접 처벌당해도, 의사가 징역 선고가 되도, 시술비용이 다시 올라도 언론은 이제 관심 없답니다. 그렇다면 직접 시민을 만나서 눈을 보고, 활동을 알려내는 수밖에요.
그날 인사동에는 종로구에서 주최한 막걸리 축제로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거의 지나가기도 힘들 지경이었어요. 축제의 일환으로 진짜 소도 왔더군요.;;
주변 노점하시는 상인 분들과 이젤 위치를 두고 잠깐의 실랑이가 있었습니다만 호의적인 분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옆에 목걸이를 파는 중년 여성 분은 제발 이런 캠페인 많이 하라고, 아직도 여자는 살기 더럽다는 사실적인 표현으로 속을 후련하게 해주셨습니다.
민우회에서 준비한 피켓을 여러가지였는데 '낙태' 여성 처벌 강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스티커 설문, 실제 최근 상담을 받은 내용을 기반으로 현재 전애인에게 고발당할 상황에 처한 여성 사례에 대한 의견 받기, 낙태를 둘러싼 많은 오해와 진실에 대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좀 의외였던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낙태의 제한적 허용 혹은 여성의 최종 결정을 존중하는 완전 허용에 많은 스티커를 붙여 주셨어요. 전 애인에게 낙태로 고발당한 여성에 대한 사건에 대해서는 재밌는 포스트잇 내용이 많았어요.
다소 센 리플도 있었어요. 내용을 소개해보자면,
"왜 낙태논의가 여자에게만 나올까? 남자도 책임이 있는데", "피해자는 전적으로 여성이다. 낙태허용이 필요하다." "나쁜놈! 낙태가 여자에게만 불리하게 적용되니 법개정하세요!", "오히려 먼저 남자의 행동을 소문내세요!", "파혼하면서도 아이 낳기를 강요하는 그 남자의 직장과 지인, 그 사람을 아는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소문내세요",
거부감이 심할 것이라는 애초의 예상은 완전 뒤집혔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낙태'의 불가피성, 여성처벌의 부당함, 법적으로 남성은 처벌대상이 아닌 동의 주체라는 것의 황당함, 언제는 낳지 말라더니 이제는 안낳으면 처벌하겠다는 정부정책의 모순 등에 대해서 공감하고 함께 분노했습니다.
처벌을 해야 한다는 분들도 소수로 있었는데 어떤 중년 여성분과 조금 길게 얘기해보니 낙태 경험이 있는 분이었어요. "그 경험은 평생 간다"며 절대 안된다고 말씀하시는 걸 듣고 마음이 쓸쓸해집니다. 낙태를 둘러싼 복잡하고 다층적일 수밖에 없는 여성의 경험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여성의 낙태 경험이 세상과 공명하는 날은 언제 올까요?
이 날 민우회 반차별 회원팀도 함께 캠페인에 나갔어요. 민우회 소개도 하고, 비밀엽서도 받았지요.
초등학생부터 다양한 연령대의 녀성분들이 비밀을 기부해주셨어요.
자랑단의 매력덩어리, 달빛과 또세, 가을 그리고 실습생 나무도 함께했습니다. 나무는 기자회견 때 자유발언도 했어요. 학교에서 진행된 성교육 캠페인을 하면서 느낀 단상, 남성으로서 낙태 처벌을 여성에게만 부과하는 것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 진솔하게 풀어냈습니다. 민우회 사람들이 많으니 무조건 든든하더군요. 훗
게다가 이런 노래도 함께 불렀습니다.
[무조건] 개사곡으로다가. 흥얼거려보세요. 속이 시원해집니다.
무조건 안낳을꺼야~~
무조건 애가 필요하니 일단 낳으래 일단 한 번 낳고 보래 셋째도 좋아 넷째도 좋아 대책 없이 낳고 보래 재생산권이 보장된다면 한번쯤 생각해 보겠지만 결혼 출산만 강요한다면 무조건 안 낳을거야
저출산 대책 정부 정책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여성을 보는 정부 시각은 특급 꼴통이야 알량한 지원금 자율형 보육시설 유연근무 됐다 그래 이런 현실이면 안 낳을거야 무조건 안 낳을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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