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성노동상담경향분석 ②] 직장 내 성희롱 상담
성차별 × 성역할고정관념 × 위계구조 × … = 성희롱
직장 내 성희롱은 145건으로 전체 상담의 40.8%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 여전히 직장 내 성희롱은 여전히 여성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협하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 중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획인하거나 대응방법을 묻는 상담이 77.9%(113건)로 가장 많았고 가해자 조치에 대한 상담이 7.5%(11건), 피해자불이익 조치 상담이 8.9%(13건)로 나타났다.
1. 직장 내 성희롱은 분절적․단일적으로 우연히 문제상황(성희롱)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 상황의 연속과 점진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은 문제적 가해자 한 사람에 의해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 문화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결합하여 잠재적 상황이 유지되다가 문제상황(성희롱)이 발생하는 것이다. 문화적 요인에는 문화적 각본, 직장 문화 등이 포함되고 구조적 요인에는 불평등한 위계구조, 불안정한 고용환경 등이 포함된다. ‘이성애 중심의 강압적 짝짓기 문화’로 인해 여성노동자는 남성 동료직원, 상사로부터 “연애는 하냐?”, “남자랑 자 봤냐?”, “키스할 때 기분은 어떤가?”라는 등의 질문을 받게 된다. 또한 남성중심의 조직 문화는 여성을 동등한 동료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부수적인 존재, 혹은 남성을 보조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조직문화는 여성을 업무능력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스러운 외모를 강요하거나,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여 “내 애인해라.”라는 말을 남성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게 만든다. 또한 조직 내에서 여성노동자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남성 상사는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복종을 강요하며 회식자리 강압적 참여, 술 따르기 등을 요구한다. 비정규․수습․신입노동자와 같이 불안정한 고용형태에 처해 있는 여성노동자는 고용의 불안정성 때문에 문제제기 하고 의사를 표명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고용이 불안정하다 보니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지속적으로 부당한 처우를 겪게 되는 것이고 남성 행위자는 특별한 성찰 없이 반복적으로 성적 언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결합한 상황이 지속․반복․점진적으로 진행되다가 문제상황(성희롱)이 발생하는 것이다.
● 사례1. 대표이사 비서로 근무하고 있었고 대표이사는 결혼 전에는 “남자랑 자봤냐?” “남자친구는 있느냐? 어디까지 가봤냐?”라는 이런 말을 일상적으로 했다. 결혼을 하고 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갔다오니까 결혼해서 그런지 더 심해졌다. “첫날 밤은 어땠냐?” “느낌은 어땠냐?” “한 달에 몇 번 하냐?” 이런 질문을 아침마다 늘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부터대표이사의 손이 내 허리에 와 닿는다든가 귀고리를 만지기도 했다. (2010. 8. 11)
● 사례2. 동종업계에서 알고 지내던 팀장이 일거리가 있으니 같이 일하자고 제안을 했고 구두로 계약을 하고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팀장이 내게 “애인하자.”는 말을 했다.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계약하고 바로여서 일단은 참고 넘어갔다. 하지만 팀장은 계속해서 애인하자고 말을 건넸고 내가 자기 애인이 되면 “페이를 올려줄 수 있다. 힘써서 네게 잘해주겠다.”라는 식의 불쾌한 말을 했다. (2010. 8. 2)
● 사례3.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주로 대부분의 시간을 과장과 함께 보내고 있다. 과장이 저녁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 별 의심없이 저녁을 먹으러 갔다. 첫 직장이기 때문에 그의 제안을 거절하면 잘못보일 것 같았다. 그리고 과장은 시시때때로 “자기는 자기 말에 복종하는 사람이 좋다.”라는 말을 했기에 더욱 그의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웠다. 저녁을 다 먹고 과장은 무작정 계산을 하고 노래방으로 같고 노래방에서 분위기 좀 띄어보라고 했다. 내키진 않았지만 사회생활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노래방에서 술을 시키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과장이 갑자기 포옹을 하고 기습적으로 입을 맞췄다. (2010. 7. 7) |
2.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제기는 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
문제제기를 이유로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명확한 징계와 피해자에 대한 조직적인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에 있어 가해자 지위를 살펴보면 사업주, 상사가 가해자인 경우가 86.2%(125건)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사업주, 상사가 가해자인 경우 문제제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지위가 낮은 여성이 사건해결과정에서 축소와 은폐압력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내에서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사회 생활하면서 다 한 번씩 겪는 일 아니냐?”라고 말하면서 성희롱 사건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문제제기하면 오히려 네가 더 손해다.”라는 식의 말로 피해자를 위축시키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조직에서 성희롱 가해자를 조직적으로 징계하기 위해 인사위원회 등이 구성한다하더라도 가해자와 친분이 있는 자가 인사위원회에 소속되어 가해자의 입장과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형식적으로 사건을 처리하고자 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또한 전체 상담 중 피해자불이익조치는 8.9%(13건)를 차지한다.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한 여성노동자들은 불쾌함과 모욕감, 심리적 고통으로 괴로워하다가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거나 적극적 대응을 선택하게 된다. 피해자가 용기를 내어 조직 내에서 성희롱 사건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명확하게 사건을 해결할 것을 요구하지만 오히려 회사는 피해자가 그만둘 것을 요구한다. 특히 성희롱 가해자가 사업주인 경우 성희롱 문제제기와 동시에 문자 또는 구두로 다음날부터 그만둘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 또한 성희롱 문제제기 후 직접적인 불이익을 주지 않지만 과다한 업무를 준다거나, 일부러 업무자체를 주지 않거나, 사사건건 트집을 잡거나, 은근한 따돌림 등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괴롭힘을 통해 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의 침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여성노동자가 직접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억압된 현실에 대한 저항이며, 자유롭기 위한 선택이며 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희롱에 대한 활발한 문제제기와 이에 대한 낙인과 소외가 없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가해자에 대한 명확한 징계와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상별로 세분화 된 성희롱 예방활동도 필요할 것이다.
● 사례4. 회사의 인사부장은 내가 문제제기를 하자 단계별 반응을 보였다. 첫째 “누구나 다 겪는 일이니까 그냥 넘어가자. 덮어두자.”라고 말했고 이에 대해 내가 거절하자 두 번째 단계로 이사장과 나 이렇게 둘이서 합의하라고 합의를 유도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정 이대로 못 넘어 가겠다고 하자 그때서야 상벌위원회를 열고 정식절차를 밟아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상벌위원회는 주로 임원진들로 구성되어 있고 내게 성희롱을 한 이사장과 임원진들의 친분관계가 있어 솔직히 상벌위원회도 잘 못 믿겠다. (2010. 7. 27)
● 사례5.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있었고 처음엔 회사에 이 사실을 알리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초반에 회사에서는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다가 시간이 지나니까 약식으로 자기네끼리 인사청문을 하고 문제를 처리하고 말았다. (2010. 8.18)
● 사례6. 회사 인사처 직장내 성희롱 담당차장에게 가해자가 자신의 성희롱 행위를 인정한 메신저대화내용을 증거자료로 보이면서 사건을 말하자 담당차장은 "인사처가 나서서 문제를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인사처에서는 나에게 다양한 폭의 사건 해결 방안을 제시하며 이 중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사건을 공개적으로 처리할 것을 원한다면 분명 나에게 꼬리표가 따라 붙을 것이고 이에 대해 내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라고 회사는 말하였다. 이때부터 회사가 나를 압박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2010. 4. 13) |
4. 성희롱 사건 해결 과정에 있어 노동부, 검․경찰은
여성주의 인식 함양을 위한 노력을 꽤해야 할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을 통해 우리는 성희롱 사건 해결 과정에 있어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심정적 공감이 부족했던 일부 노동부, 검․경찰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가해자 처벌과 조직문화 변화를 위해 수사기관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피해자들은 직장 내 성희롱 사안에 대해 “자신의 소관이 아니니 다른 기관을 방문해봐라.”라는 응답을 받거나, “뭘 그런 것 가지고 여기까지 오느냐?”, “모텔에 따라 갔으니 그런 일이 있었던 것 아닌가? 모텔엔 왜 따라갔나?” “강간당한 것도 아닌데.”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러한 행태는 성희롱 피해 원인을 피해자에게 두고, 피해자에 대한 통념을 수사과정에서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기울기보다는 계속해서 합의를 종용하거나 회사나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수사기관의 모습을 상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인권위, 노동부, 경찰 등은 성희롱, 차별 사건 조사와 판단과정에서 적극적인 판단을 통해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 또한 성희롱 사건 해결 과정에 있어 노동부, 검․경찰은 여성주의 인식 함양을 위한 노력을 꽤해야 할 것이다.
● 사례7. 회식자리 성희롱이 있었다. 회식자리에서 어깨동무를 자주하고 껴안듯이 스킨십을 했다. 뿌리치고 그랬는데도 그러한 행위가 반복되었다. 술자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차가 끊길 시간이 되어서 나서려고 하니까 모텔에 가서 더 놀고 내일 아침에 같이 출근하자고 말했다. 나는 싫다고 했지만 가자고 계속 압박을 했고 어쩔 수 없이 모텔까지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계속 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참았지만 결국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혼란스러웠고 아직까지 기분이 나쁘다. 노동청에 전화를 했었는데 내가 퇴직을 안했으면 성희롱으로 어떻게 해보겠는데 내가 퇴사를 했기 때문에 직장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내가 그만둔 것이긴 하지만 가해자는 그대로 회사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2010. 2 24)
(2010. 8. 4)
● 사례9. 회장과 여직원들만 있는 사무실인데 회장은 강제로 여직원들 누드사진을 찍었다. 반항을 했지만 더 큰 봉변을 당할까봐 어쩔 수 없이 사진을 찍혔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다른 여직원들과 회장에게 문제제기 했고, 경찰에 전화를 했다. 경찰에서 하는 말이 “그때 왜 제대로 저항하지 않았느냐?” 면서 오히려 내게 뭐라 그랬다. (2010. 8. 18) |
5. 인격적 무시, 언어차별, 성희롱 등 남성의 시각에 의해 행해지는 태도에
단호하고 명확하게 대응하자!
‘직장 내 성희롱’ 개념이 확산되고 인식되면서 직장 내 모든 관계 문제나 여성노동자들이 느끼는 불쾌감을 대변하는 말이 ‘직장 내 성희롱’이 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회식자리에서 외모를 비하하며 “엉덩이가 그렇게 퍼져서.”라고 한 사례, 일상적으로 외모를 평가하며 “너는 다리가 굵어서 치마 입지 마라. 너는 내가 싫어하는 여성상이다.”라고 한 사례, 남자 화장실을 청소 시키는 사례 등 에서 ‘직장 내 성희롱’인지 물어왔다. 성희롱으로 인정받느냐 안 받느냐를 떠나 인격적인 무시나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긴장 관계를 표현할 수단의 부족으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여성노동자들이 조직에서 지위와 권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문화 마련과 남성의 시각으로 행해지는 태도에 대해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2010여성노동상담경향 다른 내용보기] 아래의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