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여성노동자를 만난 여휴인들의 이야기
“일주일에 한 번 쉬면 소원이 없겠다”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 만들기를 위한 여휴인 실천단 모임이 6월 20일, 민우회 회의실에서 있었습니다. 식당여성노동자를 만난 생생한 이야기, 서로 다양한 경험을 나누면서 어떻게 하면 목소리를 더 담아낼 수 있을까 함께 밤늦도록 얘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여성노동팀 정리)
원래 다 그렇다고 하지만...
수풀: 오늘 부천시 식당가에 가서 다섯 부를 받았어요. 아는 단골 숯불갈비집 가서 직원분께 한 부 받았구요. 낙지전골 집 갔는데 들어가니까 쉬는 시간이라 일곱 분 누워 있는데, 제가 하는 설명은 두 분 정도 들었어요. 서빙하는 두 분이 서로 “뭐 썼냐?” 하면서 재미있어했어요. 체크하면서 다친 얘기 많이 했고, 호칭은 아가씨가 젊어 보여 좋다는 등 여러 말씀 들을 수 있었어요. 다음엔 굴국밥집 갔는데 사장님한테 식당 실태조사 한다고 말하고 직원 다섯 중 한 분이 했어요. 사장님이 뒤에서 “이거 해서 뭐 좋아지냐?” “정부에서 뭐 해줄 건가?” 묻기도 했어요. 사실 좀 긴장되어 식은땀도 흘렸어요.(웃음)
나은: 저는 열 서너군데 식당에 가서 네 군데 받았는데, 저는 설문을 받은 데서 삼십분 이상 머무르며 얘기했어요. 처음에 소개할 때 “안녕하세요?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왔는데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오 분이나 십 분 정도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가 답례품도 준비했습니다.” 말했어요. 자연스럽게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로 전화를 주시라고 말했구요.
나우: 한 군데를 하기 위해 여러 군데 가기도 하는데, 막상 설문을 하시면 설문내용에 마음을 열더라구요.
바다: 저는 사장님 계신 데는 지나치고 식당 종업원들만 계실 때 갔어요. 안 해주시는 곳은 명함 놓고 나오기도 했구요. 열시간 넘게 장시간 노동 하지만 “이 정도 힘든 일 어디 가나 다 비슷하다” 면서 임금에 만족한다는 분도 있었어요. 휴가 때 쉬면 페이가 깎이니까 깎일 바에는 나오는 게 낫다고도 하구요.
개인적인 시간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생각 못하고 일만 하면서 식당일이 몸에 배여서 자기가 힘들다는 것을 자각을 못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일 외에는 신경 못 쓰는 게 같은 여성으로서 가슴 아프기도 하고. 화장실 가는 거 자유롭지 않다, 핸드폰 통화 알아서 자제를 해야 한다고 말씀도 하시고 노동강도의 심각성을 고민하지 않는 모습도 보구요. 병이 악화되어도 “원래 다 아프지, 이거 다 아프다”고 하시기도 했어요. 자기 노동을 긍정해야 그렇게 힘든 노동을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식당에 가서 막상 보니까 조선족 동포가 참 많으시더라구요. 말씀 안하니 모르는데 절반 이상 중국 동포 같아서 그분들 얘기도 듣고 싶었어요.
불만을 느낄 수 없는 구조 속에서
나은: 노동조건 문제에 있어 임금에 불만이 없다기보다 불만을 느낄 수 없는 구조였어요. 식당임금구조가 고정되어 있어 휴식시간에 대한 고민이 높은 것 같았어요. 사장이 좀 잘해준다면 “이 시간은 쉬어라”고 시간을 내주는 경우가 있고, 직원끼리 돌아가면서 쉬는 경우도 있고, 몰래 쉬는 경우도 있어요. 휴일은 한 달에 두 번이나 세 번 쉬는데, 명절은 어떻게 쉬는지 명절 때 하루나 이틀씩 못 쉬는 거는 어떤지 자세히 알고 싶더라구요. 중국교포를 만나기도 했는데 식당노동자 절반이 중국교포고 고용허가제 문제와 관련해 퇴직금 정산 등 여러 문제가 더 있는 걸 알게 되었어요. 식당에서 계신 분들 중에 설문 하고 나서 “통계 나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달라”고 관심을 가지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유나: 저는 설문을 받는 게 좀 어려웠어요. 혼자서 설문을 하러 갔는데 이화여대 동문쪽 식당 갔는데 거절을 당했어요. 막상 식당여성노동자는 하고 싶은데 사장 눈치 보여서 못하는 경우도 있구요. 기가 죽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신촌 쪽으로 나갔어요. 설문을 받았던 한 분은 순대국밥집이었어요. 대화를 좀더 나누고 싶어요. 설문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시는지 진짜 듣고 싶구요. 식당여성노동자의 휴식시간이 제대로 없다는 게 설문을 받기 힘든 요인이었어요.
나우: 한 중국분을 만났는데, 14년 동안 불법으로 있다가 허가받은 지 한 달이라고 했어요. 12살 딸과 14살 아들이 있었는데 14년 동안 이주해 있는 동안 이제 아들이 스물아홉인데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마음 아파 하시더라고요. 직종에 따라 영주권을 준다고 하면서 영주권 얻으려면 정규직이 되어야 하는데 “식당은 영주권을 왜 안 주냐?”고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등록하고 5-9개월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게 있다는데 식당에서 열두 시간 일해야 해서 쉽지 않으신가봐요. 한 달에 이틀 쉰대요. 세 명 일하는데 24시간 식당이고 12시간 맞교대로 일하니까 휴가를 낼 수 없대요. 급여는 150만원이구요. “일주일에 한 번만 쉬면 소원이 없겠다. 만약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면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겠다. 종일 일하는 게 너무 힘들다. 집, 식당, 오가면서 집안일할 시간이 없어 장롱 속에 빨래를 다 넣어놓는다. 일찍 나오고 늦게 들어가니까 집에서 밥을 차리고만 나온다”고 하시더라고요.
당신에게 휴일이 생긴다면?
수풀: ‘휴일이 생긴다면 뭘 하고 싶으세요?’ 질문에 ‘여행가고 싶다’는 분도 있고 ‘가족’ 썼다가 지우고 ‘친구 만나고 싶다.’ ‘친구랑 여행가고 싶다.’ ‘자고 싶다.’고 쓰시기도 했어요.
나우: 집에서 밥 해놓고 나오고, 식당에서도 내내 일하고 집에 가서도 일하고 당연히 아플 것 같아요. 열두 시간 맨날 밥하는 거니까 휴식의 의미가 큰 거죠.
희정: 저는 24시간 밥집에서 설문 받았어요. 밤 12시 넘어서 갔는데 사람이 없었어요. 처음 설문 하러 간 데서 “삼십 년 동안 식당일 하는데 안 다쳤다, 내 나이에 이 정도 월급이면 괜찮지” 하셨어요. 이게 정말 괜찮을까 생각해 보았어요. 한편 낮은 임금 같은 이야기가 이분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면 어떡하지? 더 얘기를 안 해줄 텐데 하는 우려도 했구요. 이런 현실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문항에 대해서도 더 고민해보았어요.
물결: 한 식당여성노동자는 “남편이 사업 실패하고 이제 내가 식당에서 일해 벌어오며 큰소리친다, 난 돈 벌고 있다. 여자들은 살림하면서도 골병들다. 여자로 사는 게 원래 어려운데 난 식당에서 일해서 더 돈 벌고 괜찮다. 집안일은 더 열심히 못하게 되지만 일이 빡빡해도 밤 10시 되면 남편과 아들이 마중나와서 기분 좋다는 분도 있었어요.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는 집안일보다 임금을 벌 수 있는 식당일을 통해 자신감이 커졌다는 거지요.
유나: 호칭에 대한 문제도 느꼈는데,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 중 남자는 과장님, 부장님, 점장님 부르면서 설거지도 하고 직원 점심 하는 분은 유독 이모님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나우: 듣고 싶은 호칭에 ‘이모’를 쓰셨다가 “운전하시는 분은 ‘기사님’이라고 하는데 어떤 호칭 듣고 싶으세요?” 되물으면 썼던 ‘이모’를 지우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었어요. 보통 이모는 젊은 사람을 가리키는 호칭, 나이든 식당여성노동자는 아줌마라 부르더라고요.
당당하고 보람있게 일할 수 있으려면
낭미: 죽집에서 설문을 받았는데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 또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각각 아르바이트로 일하시는 분들을 만났어요. 죽집은 열두 시간 운영하지만 노동자는 여섯시간씩 돌아가며 일하는 거죠. 그래서 80만원 받으세요. 그래서 휴식이나 휴일에 대한 고민은 덜하지만 온전히 생활할 임금이 안 된다는 점을 어려워하시더라고요. 이분들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건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죠. 이분들은 고깃집에서 일하는 다른 식당여성노동자의 처지와 자신의 처지가 다르다고 구별짓지만 사실은 여성이기 때문에 가족의 문제도 책임져야 하고 저임금의 일자리에서 단시간이나 장시간으로 일할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같은 문제인 것 같아요.
나은: 새벽 네시에 첫 버스 타면 나이든 여성노동자, 시설 노동자가 많잖아요. 식당은 노동시간이 열두 시간, 열네 시간이라서 집에서 가까운 곳의 식당에 다니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식당마다 비슷한 조건이 많고 어려움이 많은데 서로 연결할 수 있는 계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식당 안에서 줄곧 12시간, 14시간 있어서 밖으로 나올 계기가 없잖아요. 지역을 기반한 지역운동의 출발로 조직하는 사람이 공을 들여 발로 찾아 다니며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겠구나 싶었어요.
나우: 언제 보람 있는지 여쭤보니 손님이 밥그릇을 비우면 좋대요. 밥이 남겨지면 한번 먹어본대요. ‘왜 다 안 드시지? 짠가? 싱거운가?’ 하구요. 어떤 식당여성노동자는 자식이 어렸을 때 부모가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 손 들라니까 자식이 손 들었대요. 자식한테 부끄럽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힘들게 일해서 버는데 왜 부끄럽냐. 고맙다.”고 말해줘서 그때부터 당당하고 보람있게 일할 수 있게 되었대요.
“아픈 데 없으세요?” 물었더니 “당연히 아프다, 12시간씩 일한다, 화상, 육통, 베이고 데인 데, 깁은 데 다 상처를 보여주더라구요. “내가 이런 걸 사장한테 이야기 못하고 약국에서 약 바르고 한다”
월급보다 휴일을 바라는데 ‘지금 임금이 보존된다면 하루 몇 시간 일하고 싶으세요?’ 질문에 지금 근로시간 12시간에서 1시간이나 2시간만 빼서 쓰시더라고요. 안타까웠어요. 그분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더 알려져야 합니다.
이야기는 밤 늦게까지 나누어졌습니다. 더 많은 식당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이런 만남을 통해 세상에 의미있게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함께했으면 참 좋겠어요. (식당여성노동자 설문조사는 7월 중순까지 이어집니다! 십시일반, 관심있는 모든 분들의 참여를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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