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별포럼]여성회의, 에프터를 신청합니다! 뜨거운 그 낮!
6월 23일은 또 다른 '여성회의'가 열린 날 이었습니다. 지난 4월 진행됐던 '2011 여성회의'가 남긴 과제가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성주의자들이 모였고, 모여서 좋았지만 그 자리의 부족함이 섭섭하고 현재의 여성운동이 처한 답답함에 대해 속 시원히 풀어내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반갑고, 위로받고..... 그러나, 그 좋은 것들과 나란히 불편함과 억울함이 있었습니다. 연민이 아닌, 지지와 같이 고민하는 마음이 부족했던 여성회의의 마지막 평가회의를 지나서, 트위터 상의 뜨거운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대학여성주의자들이 발신한 이야기에 누군가는 답했고, 누군가는 공감했고, 누군가는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그래서, 그 마음 그대로 솔직하게 시작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지금의 여성운동을 꾸밈없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여성회의 에프터는 시작됐습니다.
여성주의로 활동하는 우리의 '의제'는 무엇인가요? 여성운동의 다양한 주체들은 이에 대해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나요? 지금 그 활동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으며 그것을 위한 여성주의를 선택한 이들의 이슈는 무엇인가요?
(왼쪽. 사회_ 박봉정숙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이 토론회는 성균관대학교 총여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DDDa, 언니네트워크, 한국여성민우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민우회가 주관했습니다. 이 에프터 모임의 시초는 대학여성주의자들의 모임이었습니다. 그 순간은 고스란히 영상으로 남았고, 이 영상은 말로 하는 발제가 시작되기 전에 상영되었습니다.
영상은, 운동이 '20대'를 소비하는 방식에 문제제기 하면서 '잘 가르쳐서 여성주의자를 만들어야 한다'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동시에 정치적으로 무관심하고 무력한 세대로 대상화하며, 공감한다며 반말부터 하고 보는, 그러면서 조언을 일삼는 '꼰대질'에 대한 불편함을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여성주의자로서의 규범의 버거움과 여성단체 활동가로 사는 것에 대한 '지상의 빵' 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현실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었습니다. 여성회의의 '암'을 잘 드러내면서 또한 에프터 토론회를 기획한 배경을 설명해주는 영상이었습니다.
이어서, 5명의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세대, 소속, 활동의 기반, 역할에 따라 각자 다른 위치에 있는 발제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질문에서 이야기를 시작했고, 질문에 선택적으로 답하고 자유롭게 고민을 펼쳐 놓기로 했습니다.
● 공통질문
(2) 자신이 처해있는 여성운동에 던지고 싶은 질문(문제의식)은 무엇인가? (3) 자신이 재생산하고자하는 그 ‘여성운동’은 무엇인가? (4) 각자의 위치에서 생각하는 여성운동의 ‘재생산’은 무엇인가? (5) 지속가능한 여성운동을 위해 현재 하고 있는 노력과 서로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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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성균관대학교총여학생회비상대책위원회DDDa 케이)
첫번째 발제자 케이로 부터 이야기는 시작됐습니다. 케이는 발제 전 상영한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영상의 문제의식에 기반, '절망과 희망, 떠남과 머무름 사이에서' 라는 제목의 글을 준비했습니다. 여성회의에서 참가자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힘들게 운동하겠지만 고민이나 절망 있을텐데 덮어버리고 걱정말고 우리 잘 하고 있고, 하는 방식으로 봉합하는 기분이 들었다, 여성운동을 리디자인 한다는 주제로 진행됐는데, 디자인은 누가 하고 누가 포함되는가라는 고민을 가졌다고 했습니다. 거기에 적어도 자신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고요.
한편, 소위 '20대'를 '잇지들'로 호명했듯 윗세대 혹은 다른 활동가들을 꼰대들을 호명한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을 전했습니다. 대화에 대한 기대가 꺾였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구체적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이십대로 묶이지 말고. 개개인을 만나고 싶다고요.
(오른쪽. 고미경_한국여성의전화)
두번째 이야기는 고미경님이 이어갔습니다. 여성회의에 못 갔던 발제자 중의 한 사람이었죠. 본인이 '꼰대'인가를 질문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요즘의 가장 큰 고민은 여성주의가 살아있는 조직은 무엇일까? 라는 것이랍니다. 또 여성운동 잘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라는 고민이라고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없애기 위한 활동을 해나가는데 평균 5일에 한명 꼴로 '아내'가 살해되고.. 세상이 왜 이렇게 안 바뀔까? 라는 분노가 생기면서 여성운동이 굳어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합니다. 이십대 젊은 활동가들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여성운동이 고립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여성운동에 대한 환상이 있다면 버리는 것이 낫고, 활동에 대해서는 묵묵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부 소통에 대해서는 그토록 밉던 '정적' 활동가의 축쳐진 어깨를 보고 관계가 아닌 사명을 보게 됐다는 경험도 나누었습니다. 연령에 국한된 세대 재생산이 아니라 여성운동의 가치를 공유하는 재생산이 필요하고, 그 다양한 경험을 나누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왼쪽. 몽MONG 언니네트워크)
세번째 발제자는 몽님이었습니다. 여성회의 참가자이고 케이와 신기루와 '잇지들'의 방에 함께 있었던 이였지요. 몽은 여성회의 다녀와서 받았던 많은 질문들부터 공유해주었고,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여성회의 이후 '세대'가 키워드가 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언니네는 젊고, 조직화되어 있지 않은 단체, 재밌고 신나는 일들을 한다고 인식되어 있는데 그런 언니네의 위치에서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복잡한 심경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언니네도 나이대가 동일하지 않은 집단이고 여성운동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언니네는 젊기 때문에 고민하지 앟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런 시각에서 재생산의 대상은 '젊은이'에 한정돼 있고 이것은 국가가 청년의 미래 운운하는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젊음을 희망으로, 미래로 상징화 심지어 신비화하지 말자는 말로 들렸어요.
활동가들에 대해서도 '나잇값'이 존재한다는 말도 했는데요,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면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전문성 떨어진다고 하고, 젊은 활동가에 대해서는 실무에 뛰어나다고는 칭찬하지만, 여성운동에 대한 뛰어난 시각과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 발언이 많은 공감을 얻었죠. 본인의 나이도 밟혔는데 놀랐다는 후문.. 또한 선배들은 어디갔는지, 여성학자, 사무국장은 있지만 나머지 여성주의자들은 어떤 상황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준비된 인재를 요구하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여성운동도 순쉬운 대상에게 손 내미는 것은 아닌지 질문했습니다. 역량강화라는 것을 입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이었죠.
(오른쪽. 신기루_한국여성민우회)
계속해서, '메이저 단체 중견활동가' 신기루의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여성회의에서 '요새 젊은 활동가'로 인식됐던 경험을 이어, 소외된 인간으로서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동시대, 동세대로 생각했던 활동가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가는 것을 보며 불안에 휩싸였고, 사회적으로 폭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20대' 담론에 질투가 난다고도 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여성회의 또한 필연적으로 20대 누군가에 과도한 관심을 집중한 것이 아닌가하는 해석을 했죠. 조직활동가로서 조직의 이미지와 현실 사이에서의 고민도 나누었습니다. 운동방식과 의제는 새로워지는데 조직활동이기 때문에 근거없이 올드하다고 인식하거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배제한다는 것이죠. 젊다는 것이 무조건 급진적이고 대안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것에 대한 문제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또한, '타자는 고통이다'는 전제에서 여성주의자로서 할 수 없는 사나운 소통방식으로 때로 대화하고 싸우는 여성운동의 소통현장을 전하며, 오해와 화해와 공론화를 통해 소통이 가능하고 그를 통해 여성주의자가 되어감을 이야기 했습니다. 여성단체에 대해 겨털에 대한 입장까지 요구받는 말할 의무, 성찰의 순간 들어야 할 의무, 자신의 현재를 조망하며 침묵할 자유를 이야기 했습니다. 여성주의가 견고한 원칙이 되어 경전이 되어 타자를 공격하는 언어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물적 토대에 대한 고통도 있지만 근근이 살 수는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여성'을 질문하는 여성운동을 만들어 가고 싶다 했죠.
(왼쪽. 시타_여성학 강사)
끝으로, 본인의 소속이 여성학 강사인 것에 대해, 여성회의에 참가하지 않고 발제하는 것에 대한 소회를 전하며 시타의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연구자는 이론을 하고 운동단체는 운동을 하는 것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운동이 요구하는 이론 등 운동과 이론 사이에서 속도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외부적으로 여성학은 쉽고 하찮은 학문 취급을 받는다고요.
진화하는 영혼을 위한 소통의 방법으로, 나이와 세대의 통념에서 폐미니스트로 자유롭지 않다고 했습니다. 선배집단이나 여성운동가 집단, 이십대 집단으로 불리울 때 역사성은 사라진다, 90년대 영페미니스트들이 선배여성운동 속 차별적인 통념을 드러내고 이성애 중심 운동 등 새로운 문제의식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세대 차이가 아니라 입장의 차이였다, 그런데 세대문제로 해석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소통에 있어서 서로에 대해 이미지로 소통하는 것의 한계를 말했습니다. 싸우는 것, 누군가와 전선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이 없어야 하고, 단 그 선이 움직인다는 것을 기억하자고 했습니다. 서로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 기억하고자 하는 것이 동료로서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고 소통의 시작이라고 했고요.
드디어, 전체토론이 진행됐습니다.
4월 여성회의의 총괄자였던 강선미 님으로 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발언으로 이어졌습니다. 80년 후반 진보여성운동참가자부터, 여성학을 공부하는, 단체에서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이제 5년을 넘은, 지금은 대표인, 스스로 '꼰대'인, 또다시 어떤 질문에 대해서 슬쩍 넘어가는 것이 싫은, 어쩌면 무기력한, 소외되는 것이 싫은, 여성회의 뒷소문을 들은 참가자들의 자기고민과 토론주제와 토론회에 대한 기대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세대론, 꼰대론에 대한 토론과 여성운동의 재생산이라기 보다는 여성운동의 주인공이자 이미 깊이 연루되어 있는 각자의 사람들이 가지는 현재를 드러내고 착잡하기도 하지만 에프터 토론회에 온 그 열정과 고민만큼을 나누어가진 자리였습니다. 첨예한 논쟁은 부족했지만, 케이님이 꼭 하고 싶다고 한 마지막 발언처럼, "사실 선배가 없었다. 잘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선배가 나타나서 우리에게 말을 건건데, 반말로, 너희들 이렇게 해봐. 다 알아 라고 한 것이다. 세대문제라는 건 권력 차를 인식하는 것이다. 결국 꼰대는 나이 문제는 아니라 태도문제이고, 고민을 같이 하지 않는 이들이 꼰대다." 여성주의라는 토대에서 젊은 세대나 꼰대로서 서로를 제단하지 않고 구체적 이슈를 가지고 논쟁할 것을 공모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같이 고민하고 같이 나아가죠.
앞으로 '여성회의'가 될만한 이슈는 너무도 많을 것 같습니다. 하나, 둘, 셋.. 이어갑니다. (다음 반차별연속포럼은 그 무시무시한 주제. 군대. 입니다.)
※ 보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하는 토론회자료를 참고하세요. 속기록을 원하는 경우 아래로 문의해주세요.
두근두근, 당신을 고뇌하게 하는
민우회 반차별회원팀 02-737-576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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