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여성노동교육, 시원하게 다이빙하라!] 후끈했던 강의후기
7월의 뜨겁고도 뜨겁던 여름날 민우회 지하교육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1년에 한 번씩 어김없이 찾아오는 여성노동상담원 교육, 올해는 ‘여성노동교육, 시원하게 다이빙하라!’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이틀 동안 진행된 교육에 대해 ‘신자유주의가 여성노동을 어떻게 조정하고 있는지, 그 대안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유기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고 수강자분들께서 말씀해주셨어요. :)
그럼 이틀 동안 진행되었던 ‘여성노동교육, 시원하게 다이빙하라!’ 속으로 풍덩 들어가 볼까요?
첫 번째 강의는 ‘여성노동, 신자유주의 그림자를 벗다!’라는 주제로 연세대학교 김현미 교수님께서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30년 동안 세계 경제를 주도해 온 신자유주의는 시장주도의 정치 경제적 질서를 만들면서 모든 인간을 ‘노동자’나 ‘생활인’의 위치에서 ‘소비자’나 ‘투자자’의 위치로 바꿔나가고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자유주의는 실업, 빈곤, 각종 위험에 대처하는 사회적 안정망을 포기하거나 시장에 맡김으로서 ‘사회’의 의미를 삭제를 해버리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신자유주의는 끊임없이 개인에게 자신의 능력을 개발해야 주류사회 진출이 용이해진다고 말하면서 대중의 경쟁력과 경쟁심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신자유주의는 ‘개인이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루저‘가 된다.’라는 논리를 주입시키면서 대중들을 자기계발의 쳇바퀴 속에 가두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현실 사회를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광고가 현대중공업의 광고였지요? 여대생이 등장해서 정주영 회장에게 “토플, 토익도 열심히 하고 얼굴도 이정도면 이쁘고 저 좀 뽑아주시면 안돼요?”라고 질문합니다. 그럼 정주영 회장은 “성실함을 갖춘 인재라면 모두 취업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합니다. 외국어, 자격증 등 각종 스펙을 채우고 얼굴도 가꿔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 성품을 덜 가꿨기 때문에 취업을 못한 것이니 성품계발을 하라고 자본은 말합니다. 신자유주의는 청년들의 취업난을 ‘사회 구조적 문제로 보고 대안과 대응을 상상하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자기계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경직되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김현미 선생님은 “이런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삶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씀을 하였습니다. 일례로 노동의 개념을 다양하게 창조하고 분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자본에 의해 명령된, 경제적으로 합리화된 노동만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욕구와 일치하는 스스로에 의한 노동도 있고,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삶을 유지시키기 위한 노동도 있으니 이러한 타율노동, 자율노동, 자활노동의 창의적인 재분배를 통해서 상상력을 펼쳐보자고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김현미 선생님은 지금 현재 삶의 위기를 점검하고 시인하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고 하였습니다.
두 번째 강의는 ‘여성노동, 시간을 묻다!’라는 주제로 서울시립대학교 국미애 강사님께서 진행해주셨습니다.
바쁜게 좋은 것이라고 일상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시간’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존재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동질적 자원이 시간이지만 여성과 남성에게 시간은 다른 의미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현재 사회에서 거대한 공적 문제인 시간의 정치학은 자기 수양/시간 관리를 강조하는 입장 속에서 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백만 개의 개인적 문제로 환원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시간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노동자를 ‘시간 관리인’으로 정체화하며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개인에게 무능의 탈을 끊임없이 씌우는 것이 오늘의 모습이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점차 확대되면서 시간의 압박을 겪는 여성노동자들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일련의 지원책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는 기존의 성별 관계를 더더욱 고착화 시키는 양태로 머물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관련 지원책들은 주된 정책대상을 여성으로 설정하게 되는 현실적 필요와, ‘여성의 역할 갈등을 줄여주는 정책’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남성은 여전히 ‘열외’로 남겨두는 치명적인 함정에 위치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시간이 인식되고 구성되는 방식 중의 하나로 성별관계를 통해 나타난다고 말하며 시간문제의 해법을 개별 노동자의 행위 전략 차원에서 찾으려는 시도는 폐기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일하는 여성에 대한 낙인, 여성의 경제활동이 문제화되는 배경 자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성 노동권이 ‘대의’를 위해 필요에 따라 조절되어야 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위기 운운하고 있는 이시기에 우리는 어느때보다 적극적인 문제제기의 필요성이 있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시간압박을 유자녀 기혼 노동자의 전유물이라고 보는 게 상황을 악화 시키는 면이 있으므로 ‘가족이 우선시 되는 경향이 지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경계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시간의 구성과 시간의 조정 그리고 시간의 경험까지 우리는 항상 일터를 중심에 두고 사고를 하게 되는데 이러한 노동중심성의 전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노동 중심성의 사회는 노동인구가 분절되는 양상을 비가시화하며, 보편 담론으로 통용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삶들’이 필연적으로 배제될 위험을 동반하고 빠른 삶이 표준이 되어버릴 가능성을 농후하게 만들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국미애 선생님께서는 주당 35시간의 노동시간에 대한 아이디어도 살짝 제시하였습니다!
세 번째 강의는 ‘여성노동, 돌봄에서 복지국가를 상상하다!’라는 주제로 대구가톨릭대학교 이숙진 교수님께서 진행해주셨습니다.
복지국가 담론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현재 이숙진 선생님께서는 복지국가론에 여성주의 시각이 개입되어야 하는 이유와 복지국가 담론의 중요한 지점인 ‘돌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말씀해주셨습니다. 복지국가를 여성노동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여성주의 가치론과 존재론에 입각해 매우 당연하고 필요한 지점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동안 교환가치만을 창출하는 시장노동에 대한 우위가 강고히 자리 잡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사용가치를 창출하는 여성들이 주로 전담해온 무임의 가사노동 즉 여성의 ‘일’은 늘 왜곡되어 이해되어 왔습니다. 복지국가 담론과 함께 사회의 지속가능한 유지를 위해 수행해온 ‘돌봄’의 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돌봄’을 어떻게 정의해야하는가? ‘돌봄’에 대한 개념적 설명을 잠깐 빌어 오면 ‘돌봄은 도구적 과제수행(노동)과 애정적 관계(사랑)양자를 아우르는 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과 노동이 혼재된 행위인 돌봄은 감정의 표준화, 상품화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시장합리성으로선 설명되지 않는 돌봄노동의 특성과 관련해서 페미니스트 경제학자들은 실증적으로 돌봄의 ‘동기’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따라서 동기보다는 이용자(의존자)의 상태를 좋아지도록 하는 개인 대 개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을 돌봄으로 정의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돌봄노동의 특성은 여타의 시장노동과 달리 정서적이고 애정적 관계를 포함하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의존자가 아닌 일반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을 할 경우에는 돌봄노동으로 정의할 수 없다고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정의된 돌봄노동을 우리는 어떻게 가치화하고 사회 속에서 복지제도와 결합하여 실현할 수 있는 것이가가 강의의 또다른 질문이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돌봄 사용자에게 서비스 즉 현물을 제공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돌봄사용자에게 현금을 지원하고 이들이 돌봄제공자를 고용하는 돌봄의 상품이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전달체게를 구축해야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지만 정책목표를 달성함에 있어 분명한 역할을 하고 두 번째 방법은 소득 보존의 효과를 가져오고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들지만 정책목표 달성이 분명치 않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현금지급의 방식은여성 돌봄노동자의 양극화를 가속화 시킬 수 있다면서 지금 거론되고 있는 자녀양육수당 지급 방식이 옳은 것인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성평등한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급여보다는 서비스를 확충하고, 사적부문에서보다는 공적 부문을 확대하고 좋은 돌봄서비스(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보편적인 복지를 제공해야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돌봄을 선물이나 도덕으로 보는 것은 돌봄을 착취하거나 억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씀하시며 강의를 마무리 하셨습니다.
네 번째 강의는 ‘여성노동, 감정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권수현 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님이 진행해주셨습니다.
날카로운 시각과 재치 있는 입담을 가지고 있는 권수현 선생님의 강의는 신자유주의 문화 정치가 우리 삶에 어떻게 뿌리박고 있고 여성의 일과 감정 그리고 인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신자유주의 문화 논리는 개인에게 끊임없이 자기책임론을 부여하면서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끔 하고 그에 따라 인간을 점점 탈정치화되는 존재로 만들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개인의 능력으로 ‘자유’를 쟁취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는 우애와 평등, 신뢰라는 인간성을 심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갈등 상황에 직면했을 때 멀리 내다보기 보다는 임박한 환경에 고정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끊임없이 이윤을 창출해야하는 시스템에서는 노동의 착취를 끊임없이 갈망하게 되고 그 제도 중 하나가 바로 하청, 용역 시스템이라고 하였습니다. 끊임없이 하청, 용역시스템은 원청에서 하청노동자를 자기중심적으로 이용하고, 작업복을 달리하고, 출퇴근 통근버스를 달리하여 신분을 구별 짓고, 비인격적으로 무시 경멸하면서 도덕적으로 배제하는 것을 당연하게 만들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작업장내에서 감시하는 자와 감시 받는 자로 구분되면서 무시와 모욕은 난무하게 되고 하청노동자는 직무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결국은 감정의 불일치로 외상증후군을 겪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하였습니다.
권수현 선생님은 탈-신자유주의 정치학을 제시하며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배제’의 논리를 읽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배제의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을 살펴보면서 대안적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며 강의를 매듭지었습니다.
다섯 번째 강의는 ‘여성노동, 쟁점의 역사 속에서 오늘을 그린다!’라는 주제로 박봉정숙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님이 진행해주셨습니다.
1987년부터 현재까지 민우회를 중심으로 20여년이 넘는 여성노동운동의 역사를 사건별로 우선 하나하나 짚어주었습니다. 사무직 노동자와 함께 여행원제 철폐, 결혼퇴직제 철폐를 만들어 오고, 여학생 용모제한 기업 소송, 90년대 후반 IMF로 인한 여성 대량해고에 대한 대응, 노동법 개악을 반대하는 운동, 농협사내부부우선해고 대응까지 굵직굵직한 사건들의 세세한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아주 신속하게 그리고 흥미진진하게 전해주었습니다. 그 현장의 생생함이 그대로 전해지는듯 하였습니다. :)
그리고 과거부터 지금현재까지 여성노동운동이 만들어 왔던 쟁점의 순간을 꼼꼼히 짚으며 현재는 어떤 의미로 바라봐야하는지 박봉정숙 선생님의 날카로운 견해로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거론되었던 쟁점들은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지원, 성희롱, 시간제 파견노동, 비정규직법안, 야간교대근로, 적극적고용개선조치이었습니다. 각각의 쟁점 속에서 격정적으로 논의되었던 이야기를 강의 후기에 다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그날의 강의를 녹음해뒀어야 하는 것인데 그러지 못한 것이 참 많이 아쉽습니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박봉선생님을 붙들고 개별 강의를 요청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섯 번째는 강의는 강의라기보다는 강의 참가자들이 모두 모여서 이틀동안의 강의를 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신문기사를 제시하고 기사 속에서 내가 꽂히는 키워드를 찾고 신문기사를 보고 내가 느꼈던 것들, 내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또한 시간, 돌봄, 복지 감정 등 앞서 진행 된 강의 내용 중 내 삶과 연관된 이야기를 나누고 강의에서 제시된 대응방안을 뛰어 넘는 소소한 해결책을 나눠보았습니다. 돌봄을 하찮게 여기는 장본인 중의 한 명이 바로 남성 배우자라는 이야기를 하며 남편에게 아내의 돌봄을 하찮게 하는 여기는 말, 여성노동을 비하하는 발언을 금기어로 정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또한 자본 중심의 사회에서 시장경제를 창출하는 노동만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져 왔는데 자율노동, 타율노동과 같은 새로운 개념들의 만남은 힘이 되는 ‘말’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의미의 노동들이 사회적으로 넓게 확산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언어’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이틀 동안 진행된 ‘여성노동교육, 시원하게 다이빙하라!’에는 40여분이 넘게 다녀갔습니다. 여름의 열기와 같이 후끈했던 시간. 많은 고민과 활동의 아이디어를 생성할 수 있었던 시간, 뜨거웠던 만큼 아쉬움도 남았던 이틀의 시간. 내년에는 더욱더 탄탄한 내용으로 여러분을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안녕!
강의 때 못 다한 이야기를 함께 더 나누고 싶으신 분들, 나의 삶 나의 일이야기를 누군가와 깊이 있게 나누고 싶은 분들, 여성노동자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액숀에 목마르신 분들!
8월 중순부터 시작될 민우회 소모임 ‘희勞(노)애락’을 함께 해요! 함께 하고 싶으신 분은 여성노동팀 바람을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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