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별연속포럼 주체논쟁]군대에 관한 심란하고 희귀한 남자들의 이야기
지난 8월 30일 화요일 저녁 7시 영등포 여성미래센터 1층 소통방에서 [반차별연속포럼 '주체논쟁'] 두번째 시간이 진행됐습니다. 여성의제에 군불을 지피고 군대문제에 대한 역동적, 능동적, 공정한 논의를 위한 재미있는 포럼이었습니다. 이번 포럼은 군대문제를 논의할 때마다 부딪히는 '여자도 군대가라!'의 막무가내 태도는 물론, 남성 스스로 군대 내 문제나 인권에 대해서 침묵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이번포럼은 박봉정숙(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왼쪽) 의 사회로 진행됐습니다. 박봉은 국방부 주최 토론회에 여성단체 대표 토론자로 참가한 경험을 소개하면서 국방부가 설정한 '공정한 병역의무'란 여성과 남성의 공정한 병역의무였다고 회고했습니다. 그 토론회에 대한 비판적 의미가 담긴 토론회 제목 '공정한 병역이행'을 설명했습니다.
또한 군가산점제 위헌소송과 관련된 대응의 경험에서 남성들의 피해의식과 군대경험이 성차별 논의에서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를 짚었습니다. 당시 홈페이지가 멈추는 등의 이야기도 공유했습니다.
이렇게, 주체논쟁 두번째 <공정한 병역의무, 남자가 말한다>가 시작됐습니다. 이날 모두 25명의 참가자들이 토론회에 모였고 여성, 청소년, 인권운동에 관심있는 활동가와 회원들이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발제자는 모두 생물학적으로 남성인 패널들로 구성했고, 여성주의와 소통이 가능한 괜찮은 사람들로 구성됐습니다.
모든 패널은 공통적으로 다음의 물음에 답했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 공통질문 (1) 공정한 병역의무(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2) 군대가 소환하는 ‘남성’은 누구이며, 본인이 생각하는 군대문제는 무엇인가? (3) 남성이 말하는 군대문제의 본질과 해결방법은 무엇인가? (4) 병역문제의 대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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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한국여성민우회 회원,위 왼쪽)은 자신의 병역경험을 회고하면서 그 경험을 '트라우마'라고 이름붙였습니다. 병역경험은 부당함에 저항하지 않고 이성을 마비시키는 좌절과 분노의 과정이다, 남을 죽이는 법을 배우는 것도 공포이지만 죽으라면 죽을 수 있는 곳에 있다는 것이 더 심각하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병역 ‘트라우마’는 계급간의 합리적인 관계망을 계발하고 수직적인 명령체계를 넘어 민간 전문상담가의 배치 및 제대군인에 대한 합리적인 사회복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훈창(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위 가운데)은 군대는 ‘여성’과 구별된 강한 남성을 소환하는 것이며 군대문화는 여성적인 것과 자신을 구별하는 과정이라고 했습니. 군대는 신체적 폭행, 언어폭력에 시달리며 약한 남성으로 살아가게 된다고 했습니다. 기본권이 침해되는 공간이 바로 군대라는 것입니다. 군대문제와 병역의 공정성은 다른 문제이고, 납세 의무를 하고 있듯이 사회구성원을 위해 일정 정도의 책임을 지고 있다, 군대를 가지 않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에 이러한 근거로 대응할 수 있겠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이한본(민변여성위원회 변호사, 위 오른쪽)은 군복무 기간 동안 고용보험이나 임금의 현실화 등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할 것이라면서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방법을 통한 보상안을 제시했습니다. 이어 전투력을 좁게 해석하지 않고 비전투병과에서 여성이 복무할 수 있도록 한다면 여성도 징병제의 논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여성주의자들이 이러한 공격적인 방식의 주장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다소 급진적인 주장도 펼쳤습니다. 이 변호사는 군가산점제 담당 변호사로 각종 언론인터뷰와 토론을 경험의 에피소드를 전하며 차라리 여성도 군대를 가겠다고 하는 것이 상대방의 논거를 약화할 수 있는 방안이겠다는 주장을 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공현(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활동가, 오른쪽 1번째)은 양심적병역거부를 결심한 활동가입니다. 공현은 군대는 또한 개인에게 무력감과 체념을 학습시키는 사회화 기관이라고 보았습니다. 병역의무 자체는 공정할 수가 없고, 군대에 계급 차 없이 모든 남성을 징집하라는 공정성이 아니라 군대가 존재함으로써 사회가 군사화 되는 등 군대 자체의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군사화된 사회와 이것을 학습시키는 공간에 대한 거부로서 의미가 있다고요. 누구든지 병역거부를 선택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군대에 가는 이외의 사회봉사 형태의 군역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김수현(진보신당 정책연구위원, 위 오른쪽)은 정책적으로는, 평화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병력의 축소 등 군축이 되어야 군복무기간도 대폭 단축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군축과 전면적인 대체복무제를 수반하는 징병제, 모병제 등 병역제도의 근본적 개선의 조건이자, 그 결과물이기도 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이어진 전체 토론에서는 각자의 경험과 질문과 의견을 담아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이 토론을 통해 군대경험을 매개로 한 남성집단문화의 형성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다시 특공대인지, 육군인지, 공군인지에 따라 위계화되는 구조를 알게 됐고, 군대용어 몇가지를 접했습니다. 또한 징집기간을 넘어서도 민방위 등으로 동원되는 지난한 병역의무에 대한 지겹고 피곤한 마음을 지켜봤습니다.
왜 군복입은 시민으로서의 대우가 군대에서 불가능한지, 왜 모병제가 아직은 위험한지, 무턱대고 군대를 없애라고 하는 것을 지향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를 토론했습니다. 여성운동은 군대의 파생시키는 ‘강한남성성’의 생산, 군사주의의 강화에 대해 연대할 수 있을 것이며, 여성운동이 남성들의 징병거부운동을 지원하기 보다는 남성들의 목소리로 대안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대군인이 보수층으로 대변되거나 군대문제에 성별구도를 강조하는 지양해야할 것은 물론이고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군대문제에 대한 사회적 소통이 더욱 활발해지고, 군대간 사람들에게 놀이공원 할인해주고 포인트 많은 카드를 주는 등의 대안이 아닌, 평화와 여성주의를 지향하는 다른 군대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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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회 반차별팀(02.737.576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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