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액션
[후기] 여성운동 길잡이를 위한 토론회 - 민우회 회원탐구를 중심으로
|
날짜:
11.11.18
|
조회수:
3414
|
좋아요:
71
지난 11월 10일, 함께일하는재단 교육장에서 <여성운동 길잡이를 위한 토론회 - 민우회 회원탐구를 중심으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토론회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들의 고민과 생각을 바탕으로 민우회가 어떤 여성운동을 만들어 나가야 할 지를 함께 고민해 보는 자리였습니다. 이 토론회를 위해 민우회는 올해 초 9개 지부 활동가들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본부와 각 지부에서 적게는 십여 명 많게는 스무 명이 넘는 회원들과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회원들과 대화한 내용을 일일이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회원들의 소중한 의견을 듣는다는 생각으로 활동가들은 정성스레 기록을 정리하고 자체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또 지역여성정책위원회는 백 여 개가 넘는 인터뷰 녹취록들을 일일이 검토하면서 민우회 회원들의 의견 속에서 여성들에게서 어떤 변화를 엿볼 수 있는지, 여성운동이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정리해 내고자 애썼습니다. 이렇게 한 해 동안 다양한 작업들 끝에 결과를 돌아보고 갈 길을 모색해 보는 토론회를 열 수 있었습니다. 토론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과 고민들을 한 해 평가와 계획에 반영하여 더 나은 2012년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
토론회는 1부와 2부로 나뉘어서 진행하였습니다.
1부에서는 본부와 지부가 각자 어떻게 회원인터뷰를 진행하였는지, 종합한 결과는 무엇이었는지, 각 단위별로 어떤 점들을 평가해 보았는지를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5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프리젠테이션하는 것이 과제였는데요, 시원한 화면과 함께 각 단위들의 활동을 잘 알 수 있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2부에서는 <민우회 회원들의 ‘구술’을 통해 짚어보는 민우회의 활동 방향 - 개인화 시대의 여성운동 방향 탐색>이란 제목의 발제가 있었습니다. 지역여성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신 박기남 선생님이 수많은 인터뷰 자료들을 일일이 검토한 끝에 나온 발제문 뒤에는 자유로운 토론이 진행되어 민우회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의견들이 다양하게 제출되었습니다.
1부에서 어떤 내용의 발표들이 있었는지 한 번 살펴볼까요?
(회원 여러분께서 궁금해 하실 본부 회원조사 결과는 별도로 게시될 예정입니다.)
고양파주여성민우회 회원인터뷰 결과발표
View more presentations from 나은 나는나은
광주여성민우회 회원인터뷰 결과발표
View more presentations from 나은 나는나은
군포여성민우회 회원인터뷰 결과발표
View more presentations from 나은 나는나은
남서여성민우회 회원인터뷰 결과발표
View more presentations from 나은 나는나은
동북여성민우회 회원인터뷰 결과발표
View more presentations from 나은 나는나은
원주여성민우회 회원인터뷰 결과발표
View more presentations from 나은 나는나은
진주여성민우회 회원인터뷰 결과발표
View more presentations from 나은 나는나은
이어 2부의 발제 내용을 소개합니다. (발제문은 첨부 파일을 다운로드하세요)
발제자인 박기남 선생님은 “개인화”라는 키워드로 민우회원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주셨습니다. “개인화”라는 개념은 최근 엘리아스, 벡, 바우만 등의 사회학자들이 현대사회의 특징으로 짚어낸 것입니다. 전통적 구속으로부터 개인의 독립과 자율을 이야기하던 근대 초기의 개인화와 달리 서구에서 1990년대 이후 진행된 개인화 (신자유주의 시대라고 보아야겠죠)는 강제적이고 강박적인 현상이라고 합니다. 개인들에게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무엇인가 되어야 한다”고 강요한다는 것이죠. 물론, 그런 선택을 위한 충분한 성찰의 기회는 제공하지 않는 가운데서 선택의 강요는 자아에 관심을 집중하는 문화와 소비에 집중하는 쇼핑을 강제하는 문화를 만들어 냅니다. 개인화 경향이 확산되는 가운데서 볼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은 바로 공적 영역에 대한 관심의 축소입니다.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할 문제들보다 자기 개인의 문제에 집중하게 만들고 개인의 능력으로 해결하지 못할 문제들에 대해서는 아예 선을 긋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단체로 문제를 풀어가는 사회운동의 약화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
발제 내용을 아래와 같이 간략히 요약하였습니다. 참고하세요.
우리나라는 선별적 저소득층 중심의 복지체제다. 모든 문제를 개인이 떠안도록 해 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여성관련 법제상으로는 선진국 급이다. 하지만 개인 삶은 변화가 없다. 호소할 곳이 없는 상황. 모두 개인의 문제로 떨어지니까 민우회에서도 상담, 치유가 중요한 매개가 되어온 것 같다. 공적 영역에서 해결되어야 할 부분들이 해결되지 않고 개인의 문제로 온다. 그러다 보니 운동성은 또 무겁게 생각되기도 하고 가볍게 가고 싶은 욕구가 있다. 요가, 치유, 타로모임 등이 많은데, 개인의 운명이 너무 빨리 바뀌다보니. 사주라도 보고 싶은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삶이 불안한 상황이다. 성차별이 구조적인 문제였는데 개인의 문제로 와 버렸다. 그걸 해결하려면 큰 구조와 싸워야 하는데 버겁게 느끼고 있다. 여성들이 자기 삶을 해석하는 자원을 마련하고 싶기 때문에 민우회에 온다. 내가 못하는 걸 해명해 주고 위로받고 싶으니까 민우회에 온다. 그런데 왜 최근에는 민우회에 잘 오지 않는가. 요즘 ‘애정남’이 인기인데 그 이유는 바로 해답을 듣고 싶은 거다. 애정남이 정해 주니까. 하지만 결국 누군가 제시해 주는게 아니라 우리가 고민하는 거다. 공부하고 여행하고 치유하고 싶고 이런 것들이 시대가 개인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드러나는 건데 그 중심을 잡게 해 주는 민우회는 정말 필요하다. 공적인 영역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 부모세대인 산업사회는 그나마 예측이 가능했던 사회였다. 정년이 존재한다. 우리 세대에서는 예측이 매우 불가능해졌다. 후기근대는 모두 개인으로 이름을 부른다. 우리 사회는 IMF거치면서 많이 달라졌다. 회원인터뷰 보면 사회를 탓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대신 내가 왜 이렇게 됐나를 고민한다. 고양의 어느 분은 왜 내가 가족을 놓지 못하나 고민하며 나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개인들이 너무 위축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거대한 여성문제 구조를 보지 못하게 되는 거다. 상담을 통해 감명받은 회원들이 많다. 민우회가 그걸 잘 읽어낸 것은 사실이다. 과거에는 그 사람이 여성인지 남성인지 계층이 어떤지만 알면 예측가능한데 지금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개인이 스스로 규칙을 만들면서 살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가 너무 빨리 변하니까 끊임없이 개인의 정체성을 바꾸고자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법적으로는 개인은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선택을 실현할 자원이 없다. 그래서 여성들이 힘들어 한다. 후기근대사회가 계속 선택하라고 강요하지만 그걸 만들 수 있는 자원은 여성들에게 없다. 또한 가족에 고착화되어 있다. 한국은 가족을 통해 복지를 해결하고 있는데 거기서 여성들이 책임을 맡고 있다. 또 현재는 자아에 몰입하게 만드는 사회다. 여성단체활동을 꺼리는 이유는 와서 같이 고민하자고 하니까 그런 거다. 전문가강의 듣고 답을 그냥 딱 얻어가고 싶은데. 무거운 머리를 가볍게 하고 싶은데 더 무겁게 하고. 뭐 하자고 하고 회비도 내야 하고. 그렇지만 공적 영역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가두지 말고 같이 풀자는 제안을 해 나가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민우회를 교육센터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교육도 쇼핑하듯이 하고 있는 거다. 그러니 민우회도 새로운 아이템을 계속 갈구한다. 새로운 것을 찾아나설지 아니면 꾸준히 끈기를 가지고 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내 삶을 해석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언어를 그동안 민우회가 많이 제공해 왔다. 민우회가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곳인데. 나를 발견하게 되면, 그래서 일을 하게 되고 그러면 민우회에 이제 관심을 못 쏟게 되는 거다. 취업에 대한 욕구가 많이 생기거나 그게 안 되면 상담과 치유에 꽂히기 시작하고 이걸 전전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해답이 있는 게 아니므로 그렇게 가지 않도록 구조의 문제 등을 같이 해결하는 작업을 잡아야 할 것 같다. 우리가 활동해 오긴 했으나 필요한 사람들에게 많이 전달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스스로가 치유되고, 미술치료, 상담, 공부하고 싶고 이런 이야기들이 정말 많다. 또 하나 빠지는 것은, 나르시시즘의 문화다. 가족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이 개입하고 있다. 교육도 지금 전문가에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모 역할에 시장이 침투하여 부모역할 권위를 잃은지 오래다. 그런데 부모역할 자체도 너무 힘들고 그러니 ‘애 사용설명서’에 대한 요구가 나온다. 여성들의 지혜. 친밀성과 소통에 대한 욕구. 거리두기, 성찰성. 공부/여행에 대한 강렬한 욕구. 여성지혜모임. 인문학하면서 바느질. 공부할 때, 여행할 때 신난다는 답변이 참 많다. 민우회에 대한 따끔한 이야기가 뭐냐면, 진보적인 단체지만 보수성이 있다는 얘기. 우리는 배려 때문에 상처 건드릴까 싶어 얘기 못 꺼내는데, 좀 꺼낼 필요도 있는 것 같다. 한부모끼리만 모이고, 취업여성끼리만 모여서 서로 터놓지 않는 것이야말로 한편으론 보수성이다. 민우회 주제가 너무 편협하게 육아 위주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도 돌아보아야 한다. 단체로서 민우회는 어떻게 가야 하나? 공동체에 대한 지향이 많다. 환상일 수도 있지만. 외국사례보면 가짜 공동체라고 얘기들 많이 한다. 계속 옮겨다니는. 아직 가능하다고 민우회원들은 생각한다. 또 회원들은 경쟁 없고 정직한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공동체에 대한 향수 때문에, 민우회에 자기와 비슷한 사람이 많아서 못 떠나는 거다. 공동체 마을 이장이 민우회였음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딱딱하고 무겁고 단일한 목표를 가진 민우회에서 즐겁고 가볍고 포괄적인 목표로 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것이 후기 근대사회의 특징을 드러낸 거다. 무겁고 딱딱함은 변화가 더디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회원들의 입으로 다 얘기하고 있다. 즐거운 운동이란 무엇인지 고민해 보면 좋겠다. 맺음말을 쓰지 못한 이유는, 이 논의를 공적인 공간에서 더 많이 얘기하자는 의미다. 회원들의 편차가 많이 크다. 현대인의 삶을 해석할 수 있는 하나의 틀로 보아주면 좋겠다. 그 안에서 치열한 논의를 하면 좋겠다. |
발제 뒤에 진행한 열린 토론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었습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아래에 소개합니다. 결론을 열어 두고 시작한 토론회는 2시에 시작되어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반 가까이 열띠게 진행되었습니다. 이제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시기, 토론회가 민우회의 방향을 넓게 고민할 수 있는 시발점이기를 기대해 봅니다.
" ‘개인화’에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있다. 여성들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주체로 서기 위해 '개인화'라는 개념은 긍정적이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때문에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는 '개인화'는 부정적이다. '개인화' 상태에서 어떤 형태로 나아가야 할까? '개인화'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탈정치화다. 정치를 7-80년대처럼 너무 크게만 보는 것 같은데 인간활동 전반이 정치라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상의 정치라는 개념도 생각해야 한다. 공동체 속에서 표현하고 소통하는 것이 필요한데 민우회가 이런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조직 안에서 수직적인 차이를 지양하고 수평적인 다름을 인정하는 발전을 모색하면 좋겠다." - 이숙진(지역여성정책위원) " '개인화'라는 키워드로 잡아낸 것에 대해 많이 공감했다. 나도 왜 이렇게 치유에 집중하나 싶었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된 것 같다. 그런 변화를 언어로 표현하진 못했지만 활동해왔던 것은 분명히 있다. 수다, 활동을 통해 내가 겪는 문제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란걸 알게 되면서 느낀 해방감들을 상담이나 치유를 통해 어떻게 발젼시켜야 하는지를 활동으로 잡아내지 못했던 것 같다." - 김민문정(고양파주여성민우회) "회원들은 재미있게 참여하고픈 욕구가 많은데 그것을 사회적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것,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고 눈뜨게 만들어야 하는데 민우회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하지만 그게 너무 힘든 것 같다. 그것은 활동가들이 갖는 강박일까? 실제로 회원들을 돌보고 성장시키고 지지하고 이런 것들 하기에도 엄청 벅찬데 지역에선 이슈에 결합해야 하고. 회원들과 활동가 사이에 괴리가 있는 상황이다." - 김정민(지역여성정책위원) "개인적인 선택과 민우회의 운동성의 조화가 고민인데 아무리 운동성이 중요해도 이 시대 민우회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만으로 마음을 내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분들과 같이 풀어나가야 한다. 친밀성, 소통, 개인간의 연대 그것이 기본이 될 수밖에 없다. 회원들이 지역에는 관심이 없지만 사회의 다른 문제에 관심이 많을 수 있다. 포괄적인 목표가 당장에는 지역과 연결이 안 될 수 있지만 풀어나가는 활동 속에서 나중에 연결될 수는 있다. 그렇게 해 나가는게 운동성이 될 수 있다." - 하승수(지역여성정책위원) "재미있게 하고 싶다는 욕구는 큰데 어떻게 풀어갈까가 고민이다. 본부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현재 지부 회원들은 4,50대가 주축이다. 20대도 끌어안고 가야 하고. 본부는 시니어클럽을 만들어서 50대가 갖고 있는 노하우와 지혜로움을 운동하는 후배들에게 전수할 수 있고, 모델링할 수 있도록 그런 걸 해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 장혜순(인천여성민우회) "내가 인터뷰에 응하면서 외국사례 분석하자, 앞으로만 가려하지 말고 여성들이 예전사회에서 했던 운동도 짚어보자. 거기서 아이디어도 나오지 않겠나 이런 얘길 했다. 그런 고민을 지금 가지고 있다. 지역에서 여성참여가 시작된다는 것에 동의한다." - 김양순(동북여성민우회) "즐겁고 가볍게 운동해야 한다는 데서 즐겁게는 동의하지만, 여성운동에서 가볍게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민우회 회원들이 젊을 때 들어와서 4,50대가 되었다. 피곤하다 이제 좀 쉬고 싶다는 생각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제 막 산을 올라가는 사람들이 30대인데 그 사람들이 민우회에 없는 거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가볍게 가자는 소리만 들리는 것 같다." - 강은주(진주여성민우회) "지금 민우회가 요구받는 것은 발랄하고 즐겁게 생활속에서 뭔가를 꾸려나가면서 정치와 연결되길 바라는 것, 또 큰 정치담론에선 빠지지 않길 바라는, 두가지가 있다. 우리가 20년 되다 보니 중압감과 놓기 힘든 것이다. 과감한 변화를 선택해야 할지. 오래된 언니단체로서 역할을 계속 해나가야 할지 이 사이의 갈등이 민우회에선 계속 있는 것 같다. 회원들을 포괄해가면서 새로운 그룹이 계속 들어오고 주체를 발굴하는 것이 꼭 중요하다. 특히 3,40대 여성들의 삶이 너무 다양해지고 있다. 이들과 어떻게 만날까, 소통할까 세밀한 전략들이 필요하다." - 박봉정숙(한국여성민우회) |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