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TALK 후기] 당신은 괜찮습니까. 여성주의는 괜찮습니까.
지난 2월 17일, 시민공간 <나루> 지하 1층 원경선홀에는 많은 분들의 관심 속에 준비되었던 뒷북!
[음주TALK] 나꼼수 ‘코피사건’과 고생하는 페미니즘이 진행되었습니다. 간략한 나꼼수 ‘코피사건일지’와 깨알같은 민우회 ‘고생일지’로 시작된 수다는 맥주 한 캔씩 손에 쥐고 홀짝이다 얼굴이 발그레해지며 막을 내렸답니다. 자리에 함께 해주셨던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나눴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고생하는 페미니즘 그리고 우리
이번 사건으로 페미니즘의 대상화가 시작된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페미니즘은 사람들의 욕의 대상, 화풀이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모습들을 다시금 보게 되었습니다. 또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밝히고 얘기하는 것이 어렵고, 그것이 알려지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기도 하지요. 페미니스트라는 것이 알려지면 욕을 먹거나, 그 사실을(?) 부정해야 인정받는 현실, 내가 페미니스트 맞나? 라는 고민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했지요.
또한 민우회 총회 날 급하게 받게 된 기자의 비키니 사건에 대한 입장요구로 신성한 뒤풀이 시간을 침해받으며(?) 시작된 고충은 조선일보인터뷰를 (안티조선 차원으로) 거절한 이유로 “‘비키니 시위’엔 침묵…두 얼굴의 여성단체”란 되도 않는 질타를 받아야 했으며, 시시때때로 시작되는 토론으로 밥을 코로 먹었는지 입으로 먹었는지 모르는 상황에 처하곤 했답니다.
“평소엔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관심도 없던 친구들이 나꼼수 관련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갑자기 물어오는 거죠.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아닌 여성단체들 혹은 페미니스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거고 그래서 계속 얘기하기 조심스러워 하고 두려워 하는 저를 보면서 답답한거죠. 그리고 물어오던 친구들에게 중요한 건 ‘성희롱이냐 아니냐, 슬럿워크랑 비키니 시위랑 달라 안 달라?’로 한정되어 있는 질문인 거죠. 갑자기 쏟아지는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과 논란 속에서 대체 여성단체는, 페미니즘은 무엇을 얘기해야하는가 활동가인 내가 서있는 이곳은 어디인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가에 대한 고민들이 머리를 아프게 하는 거죠.”
“서울대학교 긴급 집담회에 갔는데 발제자분이 강의하는 학교에 디씨겔이 있는 거죠. 고생하는 거에 대해 얘기했던 것 중에 하나가 이런 꼴페한데 강의를 들어도 될까요? 했을 때 ‘페미년한테 들으면 안돼요. 그거 재미없어요. 학점 완전 짜요’라는 수많은 댓글 중에 한 댓글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 교수님은 그런 분이 아니세요’란 댓글. 그러면 그런 년에 아니라는 것에 대해 나는 기뻐해야 하는가? 내가 페미니스트인데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했을 때 인정받는 상황이 굉장히 혼란스럽다고 말씀하더라고요. 이게 현재 페미니즘의 주소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폭력관련 영화를 찍고 나서 상영회를 다니고 있을 때 관객들끼리의 토론이 있던 가운데 남자관객과 여자관객의 논쟁이 있었어요. 여자 분이 하셨던 말씀이 당신은 지금 감독님을 페미니스트로 만들고 있어요!라며 옹호를(?)해주는 반응을 보며 어? 이건 뭐지..라는 생각들을 했어요.”
“저는 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을 하는데요. 전 누구보다 성적으로 유쾌해지고 싶은 사람인데 그럴 수 없는 주변의 여건이 있어서 맘껏 놀지 못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 폭력과 놀이의 경계는 어디인가에 대해 아무도 명쾌한 답을 해주지 않잖아요. 여튼 그렇게 답을 명확히 갖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상담을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비키니 시위를 했던 여성에 대한 발언을 여성단체들이 피하려 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된다는 얘기가 나올 때 마다 미칠 거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누구보다 비키니를 입고 막 활동하고 싶은-_- 나인데 ‘너희들은 도덕주의 혹은 엄숙주의다’라는 잣대를 갖다 대는데 억울하고 그런 마음이 드는 거죠. 일단, 그렇게 새로운 모습으로 성적인 자유로움이나 유쾌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가시화되는 것은 되게 좋은 거 같아요. 왜냐면 여전히 고루하다고 말을 하는 사고방식과 생활패턴이 한편에서는 너무 깊숙하게 있는 것이 사실이고 저는 상담을 하는 현장에서 만나거든요. 무슨말이냐면, 당연히 순결해야 되고, 피해를 받은 내가 더러워진 거다라는 말을 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은 거죠. 이런 성에 대한 생각이 많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사실은 우리가 성폭력이 여성인권에서 되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피해자들이 힘을 갖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그것과 더불어 문화나 인식이 바뀌어야만 해결가능하다라는 얘기를 하고. 개개인들의 가치관에서 비롯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대상화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주장을 하는것, 상담을 할 때 만나게 되는 분들과 그 얘기까지 나아가는데 너무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는 상황에서 지름길을 찾으면 좋겠지만 시간이 되게 부족하고 그랬을 때 ‘모르겠어. 나에게 주어진 발랄하고 유쾌한 성적인 몸 그런 몸을 활용해서 무언가를 할 거야’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한테 아, 멋지고 좋고 저런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마냥할 수는 없는 거 같아요. 아무튼 사회의 불편한 어떤 해석이나 인식이 어떤 곤고하고, 그 상황 상황마다 다르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계속 변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이것을 다들 안전해야 하고 여성들이 자신의 성적인 자유를 아직은 함부로 드러내면 안돼라는 말을 하기 위해 이런 문제의식을 말을 하는 것이 아닌데 뭐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마음이 답답하고 그랬던 거 같아요. 그런데 답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화시켜서 그래서 어떻다는 거야 입장을 말해봐라고 했을 때는 이런 맥락들을 차분히 말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그런 상황이 고민이 되는 거 같아요.” |
잊히지 않는 여자
사실 이번사건을 통해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여성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죠.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여자들에 대한 의견들을 들었는데요. 그 내용들을 간략히 정리해 봅니다.
- 정봉주의 와이프와 아닌 여자로 나뉘는 듯한 느낌을 준 ‘송지영우월주의’
- 구성원들과 댓글 의견 취합으로 만들어진 성명서, 그 내용 중에 나꼼수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않은 점, 비키니 시위를 한 여성을 밟지 않았던 점, 그리고 뭐가 싫고 별로고를 얘기하는 것이 아닌 무엇을 좋아하고 지지하는 것인제에 대한 적극적인 표현, 여성들의 정치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팬덤의 정치, 그 힘 등을 알게 해 강렬히 기억된 ‘삼국까페’
- 나꼼수 문화를 이해한 후에 나올 수 있을 법한 코멘트를 인터뷰를 통해 전해준 ‘권김현영’ (자리에 함께하고 계셔서 사실 그 내용이 인터뷰 주요내용이 아녔단 사실과 그로 인한 고생 등을 전해주셨어요)
- 나꼼수 사건에 대해서는 페미니스트구나라고 생각했는데 15% 여성할당제 얘기할 때는 뭔가 결이 다른 얘기를 했던 트윗에서 알게 된 'Loo'
- 나꼼수 관련한 전반적인 논쟁내용을 쫙- 설명해줬던 친절한 ‘친구 A’
- 직접 비키니 시위를 했고, 이후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왜 나의 추체성을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느냐고 말해 ‘주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해서 기억에 남는다던 ‘비키니 시위녀’
-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초와 페미니즘의 문제로 끌고 간 시작이라고 생각되는 ‘공지영’
- 나꼼수가 봉주4회까지 침묵의 정치를 했던 것과 같이 침묵의 정치를 시도했으나 책임회피로 내몰린 ‘여성단체’
- 우리 가카는 그럴 분이 아니라고 말하던 것처럼 우리 나꼼수는 그럴 사람들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여성주의적 마인드를 갖고 있는 듯한데.. 그런데.. 그렇지만.. 잘 모르겠는 ‘세 아이를 45세 여성’ |
정리하며, 생각해봐야 하고 다시 얘기해야 할 것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정치적 활동을 하는 다양한 여성들이 있고, 여성주의가 다양한 모양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주의냐아니냐를 얘기할 수 없고, 스스로는 여성주의자라고 생각할 거 같은데 너 아니야라는 근거는 어디에 있으며, 스펙스럼은 이미 넓어졌으며 여성주의는 뭘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시점이 되었지요.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고, 나꼼수를 넘어서 앞으로의 모습에 대한 고민들과 논의지점들을 찾아봤는데요.
마지막으로는 논의 과정에 많이 나왔던 '권김현영'님의 알려진 기사뒤에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여성들끼리 의리를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셨던 '시타'님의 말들로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를 하게 된 건 게임의 규칙, 실패한 농담에 대한 얘기를 정말 하고 싶었고 너희들과 우리사이에 ‘우리’라고 하는 것은 누구였냐, 이것이 부정되는 과정이었는데, 뺨 맞은 느낌이 드는 여성들의 입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긴 인터뷰에서 주진우한테 얘기했던 코피 이런 얘기가 아니라 ‘누님들 왜 이러세요. 부끄러워요’라는 말을 했어야 한다는 얘기가 메인카피로 뽑힐 줄 몰랐던 거고, 성대모사를 하면서 나도 웃긴 사람이다가 굉장히 어필하기 위해 했던 말들이 너희들 이랬어야돼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어요. (…생략…) 하고 싶었던 얘기는 역사에 대한 얘기였어요. 반복되었던 역사가 있었고 침소봉대될 수밖에 없었던 구조가 있지 않느냐. 물론, 심지어 나꼼수 억울할 수도 있다고까지 얘기하면서 말했던 건 진보남성들이 여태까지 이야기들을 성찰하지 않고 어울렁더울렁 대의라고 넘어갔던 역사에 대한 문제였어요. 그리고 실리지는 않았지만 2007년부터 굉장히 정치적 주체가 되었다는 여성, 삼국까페의 성명서도 훌륭하고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그 시기가 2007년이라는 기분이 있거든요. 여성이 정치적인 주체가 된 건 50년, 60년도 100년도 넘었어요. 이걸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어떻게 지내왔는지 그걸 같이 얘기해보자는 거거든요.”
“여자버전의 나꼼수가 있을 수 있을까 질문을 해봤을 때 불가능할 것 같은 거에요. 그들이 갖고 있는 정보의 양, 그 정보의 양을 가능하게 하는 인적 네트워크를 가질 수 있나, 이 정도로 간이 클 수 있나, 이렇게 유머코드를 따라오든가 말든가 우린 재밌다! 할 수 있을까. 그 유머코드가 이들이 잡놈들이라고 하면서 사람들이 재밌어 하면서 따라가는데 잡놈들의 유머코드를 사회적으로 유통시키고 파급력이 있는데 사실 페미니스트들이 갖고 있는 유머가 있지만 이것은 우리끼리 유머가 되는 거죠. 우리 되게 웃긴 얘기 많이 하는데, 개그맨들 많고 그런데 이것이 방송으로 떴을 때 완전 웃겨라며 따라 올 수 있는가. 사실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나꼼수를 들으면서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잘해봐라 조심하고 라는 생각을 했지만 결국 큰 건이 터지고 말았지만. 암튼, 들으면서 별로 좋지 않았던 것은 여자버전은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잡놈과 잡년은 지위가 다르기 때문에, 잡놈한테는 팬덤이 생길 수 있는데 잡년한테는 낙인만 생기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잡놈들이 하는 건데 왜 죽자고 달려드느냐는 건 답답한 말이지 않을까 싶고 잡놈과 잡년의 차이나 잡놈들의 삐급유머는 재밌을 수 있는데 페미니스트 유머는 재밌지 않지 않을까를 고민하다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거는. 지배나 저항이 순수한 지배가 있고 순수한 저항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큰 오해인가. 작년도에 두리반 지원하는 홍대인디 음악인들이 콘서트 같은 것을 열면서 ‘빅자지쇼’라고 한 거에요. 나중에는 자립하는 땅이라는 것을 붙였지만 기분이 상했던 것들이 있었잖아요. 그것을 준비하는 사람들 중에는 분명 여자뮤지션들도 있고 두리반 투쟁에 공감하고 열심히 하는 것은 알겠는데 열심히인 것이 빅자지쇼로 얘기되는, 그것에 정말 웃을 수 없는 심정, 안 재밌다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과 그럴때 안재밌다고 하는 말을 꼴페니냐라고 하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지배는 완전 악마고, MB가 악마인 것처럼, 저항은 다 우리편이니까 동질적이여야 된다라고 생각하는 것을 잘 드러내는 것이여서 우리가 그런 것에 따라갈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배도 순수한 지배가 아니고 어떤 저항은(즉 나꼼수 식의) 남성적 지배권력을 활용하거나 동원하면서 웃김을 만들어내는 오염된 저항이었다는 거죠. 그래서 사실 어떤 맥락에서 저는 민우회나 어쩔 수 없이 여성단체여서 조선일보가 스토킹을 하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이 의도적인 침묵(침묵도 정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니까 김어준이 봉주4회가 나올 때까지 침묵하라 이건 정치적인 행동이고, 민우회가 아무말도 안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냐는 거죠. 사실 어떤 순간에 지배와 저항이 순수하지 않기 때문에 지배와 저항이 논평을 하고 갈 것인가 안하고 갈 것인가는 되게 판단을 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판단을 했기 때문에 많은 여성단체들이 말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생략) 그리고 이 사회가 전체적으로 얼마나 페미니즘을 미워하는가라는 것이 댓글에서 엄청나게 느껴지고, 얼마나 페미니즘을 미워하는 가를 통해서 제가 느끼는 것은, 이 사회는 얼마나 상냥하고 예쁘고 웃고 잘해주고 위로해주는 여성적 여성성 없이는 지탱이 안되는 사회인가. 그래서 그것보다 조금만 공격성을 가지면 페미니즘으로 너무 미워하는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사실 이런 여자와 저런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드리지 못하는 상태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특히 남자들이 읽어내는 것이 그래서 페미니스트 편에 설 거냐. 아니면 비키시 시위녀 편에 설 거냐. 그래서 둘중에 한 여자만 진정한 여자라고 생각하는 것. 이런여자가 있고 저런여자가 있다는 것이 어떻게 인정될 수 있는가.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가. 그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자들끼리의 의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누구를 까지 않고 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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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아니고 새롭게 시작되는 논의, 계속 가져가야 하는 주제를 던져준만큼 민우회의 활동과 연결시킬 수 있는 점들을 더욱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도 고생하고 있을 당신과 페미니즘에게 토닥임을 전합니다! 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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