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토론회 후기]15%보다 뜨거운 평등, 30%보다 절실한 민주주의
15%보다 뜨거운 평등, 30%보다 절실한 민주주의 긴급토론회 후기
“4.11 총선을 앞두고 우리 사회에는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남성들이 15% 의무공천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30% 여성할당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새누리당은 조용히 반사이익을 얻고, 20% 의무할당을 공약한 통합진보당은 여성할당제가 당내에서 쟁취/설득되어 온 과정의 역사성은 지워진 채 ‘숫자상 중간’의 위치 정도로 간주되고 있다.” (전희경 정책위원의 발제문 머리에서)
2월 29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긴급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지금은 때가 늦었다.’는 편견으로 비판적으로 고찰되지 않은 여성할당제에 대해 담론의 지형을 살피는 자리였습니다.
전희경 정책위원 은 ‘공정한 경쟁?: 여성할당을 둘러싼 담론의 젠더 정치’에서 허위구도의 습관적 강화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성할당제가 ‘여성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하는 것은, 할당제라는 적극적 차별시정조치가 요구될 정도로 누적되어 온 ‘남성의 특권’을 은폐한다.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여성혐오를 적극적으로 동원, 조장한 일부 남성정치인들의 ‘꼼수’는 드러나야 한다. ‘경쟁력’과 ‘선택권’은 민주주의보다 우선할 수 없으며, 신자유주의 담론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기존의 권력관계에 기반한 습관적 구도를 강화하고, 그 과정에서 공정성, 보편성, 시민 참여, 민심 같은 좋은 가치를 전유해가는 일부 남성정치인들의 담화 전략은, 그 자체가 성평등/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비판의 대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성평등 이슈를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이슈로 국한시키고, 다시 ‘여성의’ 이슈를 (본질적인) ‘여성성의’ 이슈로, 나아가 ‘여성의원이 다루는 이슈’로 국한시킨다. 이것은 성평등 의제에서 남성정치인을 면제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며, 모든 여성정치인을 개별자가 아니라 ‘여성’ 정치인으로 간주하는 성별구조를 지속시킨다.”
그간 보편성을 임의로 독점해 온 남성권력을 해체하고 평등을 제고하기 위한 구조적 개입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철학의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유정미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는 숫자의 정치를 넘어선 할당제에 대해 제기했습니다. 숫자는 명확하게 보이지만 할당제가 추구한 새로운 변화가 무엇인지 이야기하기 힘들고 방어를 구축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할당제 논의에서 남성들이 의식하지 않는 부분은 남성들의 역사가 오랫동안 특권과 기득권에 기반한 무임승차의 역사를 통해 씌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정치구조와 여성할당제를 연동해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데 깊이 있게 이야기하지 않고 할당제만 떼어놓고 논의하는 경향이 있다. 기존 정치제도가 바뀌어야 여성이 참여하고 여성인력의 장기적 육성도 가능해진다.”
여성대표자가 여성을 대표하는 것인가, 여성이 대표자로서 무엇을 대표할 것인가가 할당제 논의에서 같이 가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했습니다. 현실은 여성 의원수가 13.7%에 머무는 상황입니다.
“정당이 자발적으로 열어놓지 않는 상황이므로 한국의 정치구조는 여성이 진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할당제가 있어야 한다.”
김민정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는 할당제의 의미는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를 프랑스의 역사를 통해 발제해주었습니다.
“여성들한테는 정치적 성향이 안에 충분히 있다. ‘정치? 밥하는 것보다 쉽다’. 할당제의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결과의 평등이다. 구성을 도전해서 바꿔내는 것이다. 1980년대 시의회에서 프랑스가 ‘한 성이 80%를 넘을 수 없다’를 법에 넣었다가 이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보아 헌법개정 논쟁이 일어났고 이후 개정 운동이 있었다. 90년대 동수 개념이 생겼고 유권자의 의식이 변화했다. 97년에 조스뺑이 여성을 30% 포함시킨 지역구 공천명단을 발표했다.”
“프랑스에서 동수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흘렀다. 동수법의 제정과정에서 알 수 있었던 것은 보수적이고 완고한 프랑스 정치인들도 시민단체의 끊임없는 노력과 유럽연합의 압력, 유권자의 요구 앞에서 의견을 바꾸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유럽연합의 압력을 적절히 활용한 시민단체의 노력과 이를 통한 유권자의 요구가 동수법 제정에 큰 원동력이 되었다. 동수법 제정으로 프랑스의 여성정치는 진일보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선거후보에 남녀를 동수 공천하라는 동수법은 후보뿐만 아니라 선거결과에도 큰 영향력을 미쳐 많은 여성의원이 당선되게 했다. 그 결과 동수법 이후 각급 선거에서 여성의원의 비율은 전반적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토론과정에서 서동진 계원디자인예술대학 교수 는 ‘할당제가 전제하는 성평등의 정치가 현 정치위기, 대표의 위기 상황에서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 문제제기했습니다. 또한 대표를 가능하게 하는 매개적 기관에 대해 여성과 정치적 시민으로서의 여성 관계를 지적했습니다. 또한 할당제와 동수제가 한국의 정책공간에 적용될 때 어떤 형태가 될지 문제제기했습니다.
김유임 경기도의원 은 양성평등한 여성의 사회적 조건을 형성하지 않으면 국가의 경쟁력이 결국 어려움에 처할 것을 말하며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활용할 것을 말했습니다. 양성평등한 사회구축을 위해 여성정치인의 50%를 목표로 한다면 그 빠른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정책 구상도 할 수 있으며 공천 2년 전에 여성 예비후보를 가공천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윤보라(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 박사 과정)님 은 정치참여 실천전략으로 여성이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주체로 다른 실천을 살펴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2008년 촛불집회에서 이삼십대 여성이 새로운 주체로 불러지고 생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4년 동안 정치활동을 활발히 벌여온 것에 주목했습니다.
이후 질의응답에서는 질문이 활발히 이어졌습니다. 숫자에 국한되지 않는 성평등과 민주주의, 그리고 여성의 정치참여와 민주주의에 대한 질문을 더 본격적으로 실천적으로 이어갈 예정입니다. 숫자 속에 감추어진 진실, 불평등에 저항하는 실천에 대해 앞으로도 함께 이야기해요!
(토론회 발제문과 토론문 파일 전문은 첨부파일을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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