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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복지 의제발굴프로젝트]릴레이수다회5 <두개의 시간표>
| 10년 뒤 한국 여성의 행복을 상상하다 | 성평등복지 의제발굴 프로젝트 릴 · 레 · 이 · 수 · 다 · 회 #5 "직장과 돌봄, 두 개의 시간표를 사는 사람들" 다섯번째 수다회에는 "세상에서 제일 바쁘다"는 직장 다니면서 아이를 기르는 3명의 여성들이 모였습니다. 직장과 돌봄, 전혀 다른 두 시간표를 동시에 사는 매일의 미션임파서블 현장 리포트. 수다회 명언록과 참가자 소나무의 다정다감한 후기로 전합니다
2012년의 주경야독
"일도 많아서 일하고 애보고 주경야독하는 기분으로 살았죠."
"뭘 자꾸 깜빡깜빡하는게, 직장에서 해야하는 일과 돌봐야하는 애와 이런 것들이 머릿 속에 꽉 차있으면 다른 게 비집고 들어올 여유가 없는 거."
"퇴근을 서둘러 해도 밥 먹고 치우면 금새 9시. 그래서 빨리 먹고 빨리 자고 이런 식이 되요. 일요일 밤이면 특히 내일 출근 생각에 마음에 여유가 없고 그러면 애한테도 편하게 대하질 못하는 저를 발견해요. 요새는 아이가 재촉하지 말라는 말을 배워서는, 엄마 재촉하지마~ 그러고."
"제 출근시간이 더 빠르니까 남편이 애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출근하는데, 남편도 잠이 부족하니까 애까지 챙기면 지각하기 쉽상인 거예요. 계속 지각이니까 남편이 하는 말이 아침에 빨리 나가게 밤에 옷을 입혀서 재우라고. 근데 애는 또 답답하다고 싫어하니까 저는 애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잠들면 살짝 입히는 거예요. 정말 거의 2년 동안은 애를 옷을 입혀서 재웠어요."
해내면서도 미안한
이상한 미션 임파서블
"일하다보면, 논의가 좀 길어지고 그러면 어영부영 9시, 10시가 되요. 그럼 이 시간에 애랑 놀아주는 게 좋았던 게 아닐까 자책하게 되면서 막 멘붕이."
"외근도 많고 술자리도 있고. 사람들이 애가 보고싶겠다 그러는데, 저는 외근하고 그러는게, 그냥 그 일만 집중하면 되니까 오히려 편하고 좋은거야. 그런 때, 나 어떻하면 좋지? 싶어지고."
"같이 놀아야 하는데 푹 빠져서 놀아주는 게 안되는 거에요. 피곤하니까 그냥 뭐 볼꺼 틀어주게 되고. 죄책감 느끼고."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일에 부담을 준다는 게 정말 어려운 지점이예요.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힘들어하는데, 그게 제가 빠져서 그런 거니까."
"통계적으로 노동시간은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조금 더 길어요. 하지만 남자들은 일만 많이 하고 여자들은 일과 가사 양육 모두를 많이 하고 있잖아요."
"이사하고 나서 힘들게 집 정리를 해나가는데 남편이 옆에서 계속 뭘 도와줄까 뭘 도와줄까 하는게 짜증이 나는거예요. 도와준다고? 뭘 도와줘, 같이 해야지."
직장의 시간표
: 일 '만' 해야 가능한
"부서 안에 아이 키우는 여자들이 많아서 비공개적으로 출근을 2~30분 정도 탄력적으로 하는 원칙을 정했던 적이 있었어요. 근데 그게 공론화가 되면서 남자 상사들이 역차별 운운.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미친듯이 달려가서 애 맡기고 회사로 뛰어와서 슬라이딩 해도 20분이 늦는데 말이에요."
"전에는 출근을 8시에서 10시 사이에 탄력적으로 하는 제도가 있었어요. 굉장히 좋았는데, 근태가 점점 엉망이 된다며 사라졌죠."
"어떤 사람은 탄력근무로 딱 30분을 쓰더라고요. 이왕 쓰는 거 그냥 1시간 쓰지 왜 30분을 쓰냐고 물었더니 애를 어린이 집에 데려다 주고 오면 딱 10분 20분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근데 또 퇴근시간이 너무 늦어지면 안되니까."
"본 업무는 9시부터인데, 그 한두시간 전에 아침회의를 해요. 퇴근시간도 5시지만 실제 퇴근은 7시 반. 아침에 어린이집이 그 시간에 여는 것도 아니고. 저녁에는 또 그 시간까지 봐주는 것도 아니고. 조력자 없이는 도저히 맞벌이로 지낼 수가 없는 직장인거죠."
"아침회의를 하더라도 출근시간 한시간 반 전에 안하고 한시간 정도만 압축적으로 해도 되거든요. 그런데 관리자급들은 어쨌든 일찍 끌어내서 뭐라도 하고 있는게 열심히 일하는 거라는 분위기니까. 일찍 일어난 새가 어쩌구. 상사들은 아이를 키우거나 살림을 해 보지 않은 남자들이니까."
양육의 시간표
: 양육 '만' 해도 벅찬
"삼시 세끼 다 챙겨먹어야 하는거, 특히 주말에 계속 집에 있으면. 그것 때문에 싸운 적이 있어요. 난 배가 안고프다고 먹고 싶은 사람이 좀 챙겨먹으라고. 그러면서도 내가 너무 변칙적으로 하려고 하는 건가 자책하게 되고. 하지만 세끼를 다 챙기기가 너무 피곤한 거예요."
"주말마다 너무 힘들었어요. 일정 없는 주말이면 애들하고 뭘해야 할지. 그래서 주말에는 무조건 나가거든요. 집에 있으면 애랑 계속 놀아줘야 하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피곤하니까 즐겁게 놀아주지도 못하고. 그래서 그냥 나가요. 나가면 알아서 잘 노니까."
"바램이 첫째 따로 둘째 따로 데이트하기, 한번도 그래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애들 수업하는 모습 한번만 봤으면 좋겠다 그랬는데."
"어린이집 회의도 있고 학교도 반모임이라던지 모임들이 계속 있거든요."
"근데 휴직하고 살림을 맡아 하다보니 회사 나가서 일하는 게 정말 편한 걸 알겠어요. 하루 세끼 밥을 한다는 게 보통일이 아니에요"
"아이를 원하다가 낳게 된 건데도, 생각보다 너무 힘들더라고요. 정말 이렇게 힘들 꺼라는 걸 왜 아무도 이야기를 안 해준 건지. 저는 제가 이렇게 힘들어할 줄 몰랐거든요."
"어떤 직장남이 하는 말이 회사 사장보다 우리 애가 일을 더 많이 시킨다고. 그래서 자기는 직장을 다녀야 겠다고."
두 시간표 사이의 임시 다리는...
"결국 친정엄마가 근처에 사시면서 애를 봐주셨어요. 그러다가 엄마도 너무 지치고 저도 애가 더 크면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더 없겠다는 생각에 휴직을."
"육아 때문에 친정 근처에 살거나 친정 어머니와 같이 사는 맞벌이 부부가 엄청 늘고 있잖아요."
"2년 동안 외숙모댁에 애를 맡겨서 주말만 데리고 왔었어요. 그런데 아이랑 매번 떨어지는 걸 못하겠어서 어린이집에 갈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 직접 키우게 된거죠. 데려온 첫 해는 되게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아침에 출근이 늦는 일이 많아지니까 그런게 눈치가 보이고."
"살림하고 애를 낳고 키우고 이런 일들이 부모님의 도움이 있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을 고용해야 가능하다는 거죠."
그리고 어느 시간표에도 없는
'내 시간'
"혼자 있는 시간, 널부러져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어디가서 아무 생각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딱 한 일주일만 그렇게 있다오면 소원이 없겠다는."
"휴식이 필요해요. 근데 회사가 지금이 너무 중요한 시기라 쉽지가 않아요."
"만약 하려고 마음 먹으면 쉬는게 가능은 한가요?"
"근데 제가 스스로 그런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일한지 13년이 지났는데, 그러다가 애 낳고 키우고. 돌아보면 삶이 궁핍한 거예요. 하다못해 책을 하나 봐도 일과 관련된 마케팅이나 시관관리 이런 거고, 시간이 주어져도 안절부절 못하고 뭔가 알차게 못 쓰는 것 같고."
"사실 뭔가를 하기에는 너무 토막 시간들이 주어지잖아요."
"전 휴직하고 좀 여유가 생기면서 일단 운동을 시작했어요. 하고 싶었는데 못했으니까. 그리고 영어공부랑 요가도 해야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렇게 사는 일의 소소함을 느끼면 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시민단체에서 하는 좋은 교육 같은 것들도 많더라고요. 회사 다닐 때는 딱 단절하고 살았었는데, 이제 세상 돌아가는 것도 좀 보고.
새로운 하나의 시간표를 위해 "저는 초과근무만 없어도 좋겠어요. 그러면 누구 손 빌리지 않아도 일하면서 살림이나 육아도 어떻게든 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최근 2~3년 사이에는 육아휴직을 쓰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는 거 같아요." "그럼 대체인력은 어떻게?" "큰 애 출산휴가 때는 자리를 공석으로 두고 다른 팀원들이 나눠서 했고요. 작은 애 출산 휴가 때는 일이 바쁜 상황이어서 공석으로 둘 수가 없었는데 또 다른 휴가들을 썼다가 복직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대체가 됐어요." "그럼 휴가를 여러사람이 자주 쓸 수록 대체가 더 쉽겠네요?"
대한민국에는 정말 대단한 슈퍼우먼들 많이 있지만, 난 내 몸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사람이다. 그렇게 날아 집으로 오면 10살 아들녀석은 아직 숙제가 뭔지도 모른채 뒹굴거리고, 이 모든 것이 온전히 혼자만의 몫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난 집에서 육아에 힘쓸 기운이 없다. 틈틈이 나의 힘듦을 징징거리기식의 수다로 풀어내곤 했지만 인스턴트가 아닌, 가족들과 함께 따끈한 밥 지어 오손도손 식탁앞에 둘러 앉을수 있을 정도의 언젠가 그런날이 오리라... 속이 좀 풀린걸까? 아웅다웅 모여있는 세 남자가 이뻐 보인다. by 소나무
그런 내가 7시30분부터 회의가 시작되고 12시간 엉덩이 땀나도록 앉아 하루를 보내면서도
회사문 나서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리 가벼울수만은 없는 곳에서 13년째 버티고 있다.
또 6살 녀석은 책을 읽어달라며 바지가랑이를 붙들어 대면 오늘의 아름다운 2부가 시작된다.
아이들이 어렸을땐 시댁의 도움을, 현재는 친정의 도움을 받고 있으니
참으로 억세게 운이 좋은데도 내 몸은 지쳐간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마련된 자리에서의 수다는 사실 좀 낯설고 어색...할 줄 알았는데
웬걸... 할말했다는 후련함과 나의 징징거림에 어거지로 위로해주는 이들이 아닌
비슷한 고민들이 낯선이들의 입에서 나오니 공감 100 퍼센트.
퇴근시간이 허락되면 좋겠다.
똑같이 돈버는데 가사는 왜 나만하냐는 이 불편한 진실이
더이상 내 얘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회사도 집도 종종걸음 아닌 양반들 팔자걸음으로 걸을수 있는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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