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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여성학교] 전희경 <혐오스런 OO녀의 일생> 후기
지난 9월 5일 저녁 7시반, 시민공간 <나루> 지하1층 교육장은 50명에 가까운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전국의 민우회가 함께하고 있는 2012 민우여성학교 <생각의 채널을 돌려라>,
그 중 민우회 본부에서 진행하는 전희경 님 강의 <혐오스런 'OO녀'의 일생> 때문이었어요 : )
추억의(?) 군삼녀부터 개똥녀, 루저녀, 된장녀, 최근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는 온갖 OO녀들의 난무함.
이 익숙하면서도 희안하게 매번 황당한- -; 현상 앞에 짜증나고 화나고 힘빠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 현상을 명쾌히 설명할 말을 찾지 못해 답답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전희경 선생님은 강의에 '남성사회의 젠더 불안에 대하여' 라는 부제를 붙이셨어요.
강의는 'OO녀'의 역사를 한국 남성들의 불안을 드러내는 텍스트로 읽으면서,
언어를 갖고 있는 평가자, 응시/평가의 권력을 갖고 있는 자로서의 남성이이라는
시선 뒤의 주체를 가시화했습니다.
그리고 '무시, 재독해(거슬러 읽기), 패러디'라는 저항의 전략들도 제시해 주고
대안적인 유머/패러디가 소통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주셨어요.
이 오랜 역사. 이 촘촘한 권력의 망들. 이런 것들에 숨막혀지다가도,
이러한 양상들 역시 계속해서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모'해 왔음을,
그들의 권력이란 게 아주 얄팍하고 자의적인 것에 근거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애쓰며
변태해 왔음을 깨닫게 되면서 그걸 조롱하고 이용하고 비트는 커뮤니티(민우회?!)에
함께하는 것에 대한 욕망과 힘이 솟아나기도 했답니다.
참가자 깡통의 후기로 강의 내용을 살짝 공유합니다. :-)
‘혐오스런 OO녀의 일생-남성사회의 젠더 불안에 대하여’ 깡통
우리는 참 많은 OO녀들을 만나왔고, 넘쳐나는 OO녀에 대한 분석들을 보아왔다.
개인적으로는 과하다싶은 반응에 뜨아하기도 했고, 일견 OO녀란 조롱에 합당해 보이는 행동이 있었다고 판단하면서 짐짓 모른 체도 했다. ‘혐오스런 OO녀의 일생’은 촛불소녀-개똥녀-루저녀-목도리녀-김여사까지 그 간극사이를 채우는 수많은 여성에 대한 심판의 이름으로 점철되어 있었고, 강의에 대한 나의 기대도 이 정도에 얹혀 있었던 것 같다.
강의의 부제 ‘남성사회의 젠더 불안에 대하여’를 사실은 강사가 더 강렬히 얘기하고 싶었고, 사회적으로 유통시키고 싶은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채고(제가 좀 느려요 ㅠㅠ) 얼마나 화들짝 (오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개똥녀나 루저녀들이 어떤 환경을 가지고 그런 행동과 발언들을 했는지를 사회문화적으로 분석하고 젠더감수성을 가지고 그녀들을 불러내는 것은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배후에는 전전긍긍하며 ‘남자라는 집단성’을 생성하고 유지시키기에 급급한 남성들의 불안이 있고, 우리는 오히려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강의 초반 고작 여성들에게 ‘OO녀’라는 타이틀을 부여하고 낄낄거리고, 조리돌림을 하는 남성들의 ‘유리멘탈’에 실소가 나왔다. 남성들의 공고함은 이런 식의 명명으로 하나되어야 하는 볼품없는 것이었던가 하는 심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적 주체로 정체화한 남성들이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이 IMF이후 붕괴되면서 여성에게 투사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속내들을 속속들이 들춰보면서 남성간의 위계를 건드리지도 않고, 사회적 동조를 얻어내기 쉬운 방식으로 여성을 어떻게 심판대에 올리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실로 폭력적이고 두려운 공고함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여성의 이름이 어떤 방식으로 호명되어 공적인 장소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지 돌이켜 보면, 남성은 시민/국민과 개인을 동일시하면서 공적인 영역과 맞물려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고민/인식하지 않지만, 여성은 시민이라는 존재 앞에서 ‘일개’ 개인으로 심판받는 것이 어떤 식으로든 항상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생물학적인 남성과 여성이 아니라 ‘남성의 언어’가 어떤 식으로 권위를 가지고 유통되면서 여성 개인을 심판대에 위치시키고, 응징과 판단, 때로는 미담의 주인공으로 명명하면서 심판의 권위를 가지는 지배적 서사 구성을 계속 하고 있는지를 숱한 OO녀들의 존재가 증명하고 있다.
행동과 외양들로 명명되는 OO녀의 단순한 작명센스에서 상상력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통탄하기도 하지만, ‘시대를 종횡하며 권선징악을 할 수 있는 권위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남성은 늘 그런 위치를 학습하고 있고, 남성의 언어를 유통시키고, 폭발할 듯 들끓는 목소리들을 어느 때고 담합하여 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 짜증을 유발시킨다.
아주 먼 옛날 디씨 힛갤 필수요소로 등극한 딸(기)녀에 큭큭거렸던 나를 돌아보자면, 상상력없이 단순한 것이라 하더라도 얼마나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지, 2012년에 다시 만날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이 기호의 저의를 그때도 알았더라면.. |
2012 민우여성학교는 10월 말까지 쭉- 전국의 민우회 지부에서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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