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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복지 의제발굴 프로젝트]릴레이수다회7 <믿을 구석은 가족 뿐? 성평등복지로 믿을 구석 만들기>후기
| 10년 뒤 한국 여성의 행복을 상상하다 |
성평등복지 의제발굴 프로젝트
릴 · 레 · 이 · 수 · 다 ·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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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믿을 구석은 가족 뿐?
성평등복지로 믿을 구석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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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에도 '가족'이라 힘드셨다고요? 모두 '가족'을 앓는 명절의 현장 그 와중에도 서로들 결혼하라며 성화
근데 결혼 안하는 여자들은 왜 점점 늘어만 가는 걸까? 결혼이 좋은 답이어서가 아니라, 다른 답이 없어서가 아닐까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여자들이 |
'믿을 건 가족 뿐'에서 '그러니까 결혼'으로
결론나는 이야기들
"결혼을 안 한다고 했을 때 늘상 하는 얘기는, 너 그러다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다. 늙으면, 아프면 가족밖에 없는데 어쩔꺼냐, 이런 레파토리. 사실 서로 아껴주고 보살피는 관계들이 살아가는 데 굉장히 필요하긴 하잖아요."
"근데 어려울 때 형제자매나 부모 말고 정말로 널 도와줄 사람이 있는 줄 아느냐 이런 식의 말들을 많이 하게 되는 건, 그만큼 가족 의존적으로 우리 사회가 만들어져있다는 거죠."
"그러면서 가족에 대한 혜택도 많고. 애인이 공무원이에요. 그래서 알게 된 게, 공무원은 정말 가족을 유지하는 걸 지원하는 많은 장치들이 있는데, 그걸 들으면 진짜 신기한 거에요. 세상에 부인이 거기 있다고 직장을 옮겨준단 말야? 이런 거. 상식적이지 않을 것 같은데, 결혼관계에 있으니까 가능해지는 게 굉장히 많은 거에요."
그러나, 다른 결론을 모색하는 이유
"저는 결혼에 별로 관심이 없고, 남자친구는 결혼을 싫어해요. 본인이 가족과 별로 편안하지 않으니까 내가 그 관계 안에 들어가면 나도 힘들까봐 걱정하는 거죠. 애 낳을 생각도 없으니까, 굳이 결혼할 이유가 없어요."
"저는 팔 년 째 사귀고 있는데 이정도면 엄청 사랑한 거잖아요(웃음). 근데 결혼하면 저는 솔직히 너무 불행할 것 같아요. 하나하나 따져보자면, 일단 1번에서 딱 걸려요(웃음). 명절에 시집가서 일하는 거. 일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일 년에 몇번이라도 제가 이씨 집안의 제사를 지낸다는 게 너무 이상한 거에요."
"동생이 결혼하는 과정을 보면서, 결혼보다 동거가 좋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결혼하는 과정은 이미 어떤 시스템이어서, 결혼하기로 한 순간 양쪽 집안이 얼마만큼 할 수 있나를 두고 각 집안의 재산이나 여러 조건들이 계산이 되는 거예요. 그 와중에 당사자들도 나는 우리 집 대표주자고 너는 너네 집 대표주자가 되고."
"사실 다르게 살던 사람이 같이 살기로 하면, 생활 방식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다르잖아요. 근데 그런 걸 서로 맞춰서 둘만의 방식을 만들어가기 전에, 양쪽 집의, 특히 남자쪽 집의 개입이 되게 많고, 그게 정당한 것같은 분위기고. 그러니까 둘이 싸워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이랑 같이 협상해서 생각하게 되는 식이라 잘 해결이 안 나고."
"동거할 때는 둘이 성격 맞추는 거 말고는 경제적인 거나 이런 부분을 우리가 한 배를 탄 공동체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잖아요. 저는 저의 경제가 있고 걔도 자기 경제 알아서 꾸리고. 하지만 돕기도 하고, 근데 동생네는 뭐 양쪽 집에 용돈을 드려야 되는데 우리가 이만큼 없는 상태에서 돈 이만큼 드릴 수 있냐 등등 계산해야 될 게 많고 대비해야 될 것도 많고. 거기다가 우리가 한 배를 탄 공동체인데 이런 걸로 싸워야 되겠냐는 식의, 갈등이 증폭되는 요인들도 많고."
'가족밖에 없어서'
사실 피로한 가족
"작년에 어머니가 갑자기 암 선고 받아서 한번 다 접고 내려간 적이 있었어요. 근데 그때는 부모님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어머니의 삶과 상황이 되게 안타까운 거에요. 그런 마음으로 가서, 우리가 워낙 가족 간에 친밀함이 없는 관계여서, 그냥 가서 친구를 사귀듯이 서로 뭐 물어보기도 하고, 그땐 어땠어요? 뭐 이런 거 물어보고 그렇게 지냈어요. 근데 주변에서는 딸이 와서 엄마한테 효도한다고 그러는 거예요. 근데 그게 아니었거든요. 거꾸로 그렇게 요구받았으면 되게 싫었을 것 같아요."
"저는 애인 집에 우환이 있거나 하면 사실 감정적인 케어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게 좋은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어느 선까지는 내가 마음을 내는 거고, 어느 선부터 의무로 느껴지고, 어느 선부터는 과한지, 그런 선을 내가 결정하고 같이 얘기하면서 정해가는 게 필요한데, 결혼 관계에서는 그렇지가 않고 정해진 기대나 의무가 있는 거잖아요."
"결혼 관계 안에서의 보살핌의 문제는, 그 보살핌이라는 감정을 주고 받기엔, 이미 정해져 있는 틀이 있어서, 내가 컨트롤 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들어가게 되는 거. 그게 문제인 것 같아요."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를 부양하는 상태가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고 생각해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관계의 피로감에 싸여서 살잖아요. 의무감, 기대, 돈을 얼마를 드려야 되고, 뭐 이런 것들."
"가족이 서로 보살피고 따뜻한 공간이고 이렇게 얘기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여러가지 경제적, 물질적 기반들 위에 있는 무언가 이고, 정해진 기대나 요구들이 있는 곳이고, 그래서 지금의 가족은 그냥 단순히 서로를 아껴주는 공간만은 아닌 것 같아요."
필요한 건 다른 믿을 구석들
"사실 오늘 주제, 복지라는 게 저는 가족이 아니더라도 한 인간이 존재 가능하게 만들어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혼자 살 때 계속 월세를 냈어요. 이 월세 부담이 어떻게 해결이 안 되나 싶어서 임대주택을 알아보는데, 신혼부부를 위한 그런 게 진짜 많더라고요. 나는 결혼할 계획이 없어, 그런데 나는 집이 필요해. 근데 왜 결혼한다는 이유가 우선순위가 되는거지? 복지라는 건 기본적으로 한 인간이 생존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주는 거지, 그게 니가 결혼했기 때문에, 니가 애를 셋을 낳기 때문에 주는 혜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거에요. 일인 독립세대를 기반으로 모든 제도가 재정비 됐으면 좋겠다는 거."
"그리고 결혼해서 가족을 꾸려야 안정된다는 그게, 저는 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해요. 결혼한 사람이 이혼하기도 하고, 결혼해서 오래 살지만 누가 먼저 죽기도 하고, 삶의 형태는 되게 다양한데 사람들은 항상 부부가 서로를 부양하고 돌보는 그런 관계만을 자꾸 이야기하는 게."
"프랑스의 시민연대협약이나 네덜란드의 동반자등록법처럼 결혼보다는 좀 더 독립적인 관계지만 동반자로서의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제도같은 게 있으면 어떨까요?"
"결혼이랑은 다른 거니까 혼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관계의 방식들을 좀 변화시키지 않을까? 일단 시월드가 없는 관계라는 점에서."
"근데 너무 커플 조장하는 거 아닌가? 결혼이 아니어도 커플을 조장하니까 싱글인 사람들은 더 박탈감느끼고 우울하고 괴롭잖아요."
"전 친구들끼리 이런 계약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꺼라는 생각이."
"요즘은 '나 누구랑 살기로 했어' 이러면 어떤 사람들은 결혼할꺼야? 또 어떤 사람들은 동거할꺼야? 이렇게 묻는데, 다음 세대에는 너 거기 등록할거야? 이럴수도 있겠네요."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와 동거인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
트리에르바일레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내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재정적인 독립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른 여느 엄마들처럼 계속 일을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수다회 후기 by 거북
수다회는 결혼, 동거, 돌봄의 관계, 관계의 제도적 보장, '노후'에 대한 상상 등을
고민할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결혼이나 동거에 대해서 요즘 너무 시달리고 있었던터라
좌담회에서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동거를 '노후'나 '지속가능하고 적절한 보살핌이 있는 생활 양식인가'와 연결지어 생각하니
앞으로 내가 원하는 삶이 예전과 좀 달라져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최근 다시 학생 생활으로 살면서 경제적으로 동거인과 가족들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오랫동안 '완전한 독립'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여겼고, 그래서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독립된 상태 (특히 가족으로부터) 를 추구하였어요.
물론 지금도 이런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그 이유가 독립보다 어울려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달까요.
그리고 지금같은 시기에 도움을 받게 되는 것이고,
어느 순간이 되면 제가 주변에 다시 기여할 수 있을 때가 있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의 의무나 당위가 아니라, 그 연결망 안에서 생기는 순환이 있으면 하고 바라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왜 결혼을 안하냐’는 말처럼 억울한 말이 없습니다.
좀 멋있게 주체적인 선택인 것 처럼 말하고 싶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의 결혼은 이미 할 수 없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요 며칠 트위터에서 유행하는 '시댁 대나무 숲'만 봐도,
관계를 만드는 자원인 돌봄과 보살핌이 '시월드' 안에서 어떻게 변질(?) 되는지 알게 됩니다.
저처럼 이성애 관계의 동거도 삶에서 이런 긴장감이 올때가 있지요.
주변 사람들에게 유사 결혼으로 취급되는 일도 많고,
양쪽 가족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안좋은 일이 생기면 뭔가를 그 집에 가서 뭔가 해야 하는 의무감이 올라와서 스스로 당혹스러울 때도 많습니다.
내 마음 속에 있는 결혼제도를 바꾸려면,
관계와 삶에 대한 좋은 상상이 있어야 한다는 걸 느끼게 되요.
갖고 있는 것을 지키려는 노력이나 배타적인 관계에 대한 보장 보다는
없이 살아도 나쁘지 않게 살 수 있는 제도,
허구적 가족보다 가까운 이웃 안에 살 수 있도록 연결시켜주는 제도 같은 것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민우회에 이렇게 글 남기면, 만들어주시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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