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다 인터뷰 3] "점점 옷이 손바닥만해지는 거 같아요"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에서는 [2013 다르니까 아름답다 : Diversity, now!]을 진행중에 있는데요. 요즘은 다름다 기획단과 함께 한창 인터뷰를 진행 중에 있답니다. :) 인터뷰 잘하고 있는지.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오늘부터 다름다 기획단이 정리한 총 3편의 글을 나누려고 합니다!
거울 속 어색한 나
면접 보러 가는 길
Q. 오늘 인터뷰하러 나올 때 거울보고 나오셨어요?
: 음… 네. 다 본 건 아니고 얼굴 로션 바를 때 잠깐이랑 신발 신을 때 잠깐 정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는 일은 거의 없어요. 아, 최근에는 정장을 차려 입을 일이 있어서 그 때 한번 봤어요. 2,3일전에? 평소와 다른 복장이라서 어떤 모습인가 어색해서 봤어요. 많이 어색했어요. 면접을 보러 갔는데 거기서 당연히 정장을 입고 가야 한다는 요구조건이 있어서요. ‘여자정장’이라고 하는 스커트에 흰 브라우스, 검은색 자켓을 입고 갔죠. 근데 진짜 어색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늘 어색해. 그런데 갈 때 마다. 일단 내가 아닌 거 같고. 음… 그래도 가끔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좋은 거 같다는 생각은 했고요.
매일 사람이 똑같을 수는 없는 거고. 청바지만 입고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말 그대로 결혼식도 있고, 장례식도 있고. 좀 더 차려 입고 가야 하는 그런 공식적인 만남에는 차려 입어야 하니깐 잘 어울리게 입고 싶어요. 딱 정형화된 스커트에 흰 브라우스에 검은 자켓 말고. 음… 정장이지만 나한테 잘 어울리는 걸로 입고 싶어요. 매일은 못 입겠어요. 불편해서. 요즘은 스타일링 강의가 많잖아요. 면접 스타일링 하는 강의도 많고. 머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식이 있어요. 다 똑같아요. 길 지나가다 보면 ‘쟤 면접 보러 가는 구나’ 보여요. 뭐 머리가 긴 사람들은 머리 망을 하거나, 어중간 하거나 머리 묶기 싫은 사람들은 자르고. 그런 게 있더라고요. 아나운서들 뉴스 할 때 보면 머리를 자르거나 묶잖아요. 뭐 남자들 같은 경우에도 귀 덮으면 안 되고 그런 게 있어요. 근데 그거랑 업무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Q. 본격적으로 취업준비하기 전에는 어때요? 외모 때문에 막 억울하다거나 그런 생각한 적 있어요?
: 알바면접을 갔는데… 그다지…원래 나도 별 할 마음이 없었고, 그 사람도 날 뽑을 마음이 없었는데. 소개시켜준 친구가 하는 얘기가 그 쪽에서 원하는 게 빠르고 눈치 있고 그런 사람이었대요. 근데 저를 면접 봤던 사람이 친구한테 저더러 되게 미련하지 않냐고 물었대요. 그래서 제 친구가 걔가 덩치가 있어서 그래 보이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그렇게 보신 거면 잘 못 보신 거라고 한 방 먹여줬는데. 약간 그런 거? 덩치가 있다고 둔하다고 생각하거나 미련하다고 생각하는. 저 생각보다 예민하고 빠릿빠릿하거든요. 그 알바가 유명인 수행하는 매니저 같은 알바였는데. 거기서 가장 요구한 건 수행하는 사람의 기분을 잘 파악하는 거였는데. 그런 거 잘하거든요. 보기에는 내가 미련 맞아 보였나보죠. 암튼 그때 그랬어요.
다이어트 고민하는 나
들려오는 외모에 대한 말
Q. 몇 살 때쯤부터 외모에 대한 고민을 했어요?
: 저는 지금에서야 고민하기 시작한 거 같아요. 학교 다니고 할 때는 나 편한 데로 입고 다녔어요. 지금도 화장은 안하고 다니지만 면접을 보러 다녀야 되는 것 때문에 그때만 화장을 했었고, 그때만 외모에 대한 고민을 했어요. 취업준비를 할 때 거기서(회사에서) 원하는 건 여성스러움인 거 같아요. 그냥 예쁘고 안 예쁘고 가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그런… 여자의 모습을 원하는 거 같아요. 저는 후드에 청바지 입고 다니는 게 편하지만 그들은 치마 입고 정장입고 다니고, 날씬했으면 좋겠고… 그런 거 같아요. (외모 때문에)스트레스 받을 때 성형을 해보라는 얘기는 안 들어 봤는데 살 빼라는 이야기는 되게 많이 들어봤어요. 저한테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살인 거 같아요.
그래서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은 많이 했어요. 대학교 1학년 때 20키로가 쪘어요. 20키로는 아니구나. 10키로? 10키로 좀 넘게 쪘어요. 그 때부터 옷이 안 맞기 시작하니깐. 그 프리 사이즈 있잖아요. 옛날에는 옷을 사면 맞았는데 이젠 안 맞아버리니깐. 옷을 살 때 ‘아… 안 맞으면 어쩌지’란 고민을 시작 할 때부터 다이어트를 고민을 했어요.
예전의 66과
지금의 66은 다르다
: 제가 가장 강요받는 건 그런 거 같아요. 옷을 사러 가도 “살 좀 빼라”고 하고. 저는 생각보다 옷을 크게 입는데요. 몸 자체가 보는 것보다 큰데 점원은 꼭 안 맞는 작은 사이즈를 권해요. 난 이 사이즈가 맞는다는데…. 근데 안 맞으면 되게 민망해해서 되게 창피해하거든요. 조명도 엄청 밝잖아 옷가게는. 막 땀나고 얼굴 빨개지고. 제 친구가 원피스를 사러 갔는데 점원언니가 누가 입으실 건데요 해서 “제가 입을 건데요” 하니까 딱 점원언니가 “저희는 그렇게 큰 사이즈 안 나와요” 이러는 거예요. 껄껄.
Q. 맞아. 요즘엔 옷이 66사이즈까지 밖에 안 나오는 가게도 진짜 많죠?
: 맞아요. 66도 66이 아니야. 내가 봤을 땐. 똑같을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십 년 전 하의 사이즈 29와 지금의 29는 다른 거 같아요. 점점 작아져. 똑같은 브랜드의 똑같은 옷도 점점 작아지는 거 같아!
Q. 다이어트 해본 적 있어요?
: 막… 남들처럼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거나 그런 적은 없었어요. 운동도 엄마가 “너 살 좀 빼라”고 하면서 등록을 해줬는데요. 그 때 살이 쫌 빠지긴 했는데. 워낙 원래 운동을 좋아해서, 그거 아니라도 운동은 자주자주 하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많이 먹어서 안 빠지는 거지.
그리고 후배가 레몬디톡스 다이어트?! 그거 해보라고 세트를 사준 적이 있어요. 근데 한 3일 했나? 3일 했는데 친구들 때문에 망했어요. 친구들이 더 이상 굶는 걸 볼 수 없다고 막 밥을 먹여서 망했어요! 그래서 뭐… 그 때는 살이 안 빠졌죠. 고생만하고 레몬물만 먹는데… 아 막 토할 거 같아요. 전 그런 거 다 눈속임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막 식욕억제제? 그거 말고는 다 자기안정 효과인 거 같아요. 자기가 안 먹고 운동해야지 빠지는데 그건 아닌 거 같고, 다 눈속임인 거 같고. 주변에 식욕억제제를 먹는 사람을 몇 봤어요. 근데 우울증이 와….
Q.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은 평소에 서로 외모에 대한 이야기 자주해요?
: 동생은 진짜 말랐어요. 마른 편에서 완전 마른 편에 속하는데 화장이나 이런 것도 저보다 훨씬 관심이 많고. 걔는 저보고 “언니는 언니가 아니야”라고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이고요. 엄마는 그냥 살만 좀 뺏으면 좋겟다?! 아빠는 뚱뚱한 건 자기 관리를 못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보고 너는 게을러서 살찌는 거라고 말을 하는. 그래도 그거를 엄청 스트레스를 주는 걸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살을 뺏으면 좋겠다? 그래서 저희 집은 제가 살을 뺏으면 하는 게 가족의 기원이에요 (같이 으하하하하하) 저만 말랐거든요. 아니, 저만 아니거든요. 갑자기 대학 때 살이 찌긴 했는데… 그게 7년이 되긴 했지만 으하하하. 처음에는 되게 되게 놀래요. 보는 사람마다 놀래서 살 좀 빼라고. 원래 그랬으면 그럴 일이 없는데. 근데 이젠 다들 내성이 생겨서 그러려니 해요.
점점 더 커져가는 강요
Q. 살 빼라는 얘기 들으면 어때요?
: 내가 찌고 싶어서 찐 것도 아니고. 내가 게을러서 그런 건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내가 운동을 안했다고 그걸로 내 인생을 평가 받는 건 기분이 나쁘고. 살이 생각보다 쉽게 빠지지 않는 다는 걸 그들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쪄봐야 알죠. 쪄봐야 이게 빼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거에요. 그렇다고 내가 그 사람들 보다 엄청 2~3배씩 먹는 건 아닌데…. ‘뚱뚱한 사람은 자기관리 못 한다’가 담론이 된 거 같아요. 그걸로 모든 걸 평가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일반화의 오류? 다른 걸 하다가 살 쪘을 수도 있는 거고. 공부를 열심히 하다가 살 찌기도 하는 거고. 그러다 생긴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푸는 경우도 있고. 아무튼 그 사람의 외모를 가지고 그 사람을 평가하는 건 잘못된 거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까지 세상의 여자들이 마른 게 이상한 거 같아요.
점점 그렇게 원하는 거 같아요.
점점 더 평균 몸무게가 내려가는 거 같아요.
점점 말라야 예쁜 옷만 나오는 거 같아요.
점점 옷이 손바닥만 해지는 거 같아요.
맞아. 옷이 말라야 예쁜 디자인으로만 나와요. 전에 뉴스에서 나왔던 그 항공 승무원 복장이 말라야 예쁜 스타일이잖아요.
점점 그래지는 거 같아요.
● 사랑(다름다 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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