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포럼 후기] 모자보건법 상의 '배우자 동의'항목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 11월 7일(목) 오후 2시, <인권재단 사람>에서 있었던 ‘낙태죄’ 법 개정을 위한 연속포럼 그 첫 번째, 모자보건법 상의 ‘배우자 동의’ 항목의 현실 후기를 전합니다.
이날은 1973년 제정된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에서의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동의’ 항목과 이 법이 허용한계를 두고 있는 이유이죠. 형법이 제정된 1953년 이래로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온 조항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에 대해 물꼬를 트는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민우회 상임대표 김인숙 선생님의 사회로 진행된 이 자리는 각 영역에서 여성들의 임신중절에 대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발표자들의 선 발제 후 참석하신 분들의 의견과 질문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법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연구자, 여성단체 활동가, 민우회 회원 등이 함께 해준 소중한 시간들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보았습니다.
* 발표 진행은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답니다! :)
▶ 낙태 처벌 법체계 및 개정론
김정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객원연구원
▶ ‘배우자 동의’ 항목의 실제 : 남성에 의한 협박 상담 사례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활동가
▶ 형법과 모자보건법상의 ‘배우자’가 내포하는 의미
배은경║ 서울대학교 여성학협동과정
▶ 낙태 유죄판결에 대한 항소 사건 변론 보고
차혜령║ 낙태로 기소된 여성 공동변호인단,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첫 번째 발표를 맡아주신 김정혜 연구원님은 한국의 경우 원칙적으로 형법에서 낙태를 전면금지 하고 있으면서, 예외적으로 모자보건법 상의 허용조항을 두고 있는 낙태처벌법체계에 대한 설명과 함께 낙태법이 가지는 문제점을 짚어주셨습니다.
낙태 불법화의 효과로 나타나는 시술 비용 상승, 불법적 약물 유통, 원정 낙태 등의 문제점, 낙태 현실과 법의 괴리되면서 대부분의 낙태의 사회경제적 사유 불인정으로 오는 문제점, 임신, 출산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도하게 축소하는 문제를 짚어주셨습니다. 이중에서도 첫 번째 포럼의 주제인 ‘배우자 동의’ 항목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제3자의 동의에 좌우되는 처벌로서 기능하고 있는 ‘배우자 동의’ 요건은 해석상의 불확실성과 요건 자체의 부당성으로 인하여 문제가 됨. 혼인하지 않았거나 사실혼 관계에조차 있지 않은 여성은 태아의 생부의 동의가 불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생부의 동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유추하여야 하는가? 기혼여성의 혼외 임신의 경우, 임부는 자신의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가, 태아의 생부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가? 입법 당시 미혼자의 임신, 혼외 임신은 단지 고려 대상 밖이었던 것은 아닌가? 출산 시 배우자는 현실적으로 자녀에 대한 책임을 분담할 가능성이 높으며, 가족 구성원으로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 그러나 임부 본인은 낙태를 원하고 배우자는 출산을 원하는 경우, 임부는 배우자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신과 출산을 강제당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두 번째 발표 민우회 여성건강팀 정슬아 활동가는 그간 민우회의 임신중절과 관련 활동들과 함께 최근 남성에 의한 협박 상담사례에 대해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2013년 현재까지 민우회에 접수된 상담 건수를 내용적으로 분석해보면 ‘낙태’를 이유로 한 고소협박에 대한 것이 12건의 상담 중 10건에 해당하며, 작년 총 3건이 접수된 것에 비해 확연히 늘어나고 있음을 볼 수 있음. 이는 둘의 관계가 정리되는 과정에서 관계유지와 금전적 요구를 위한 보복성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모자보건법 상의 ‘배우자 동의’ 항목은 남성에게 여성을 고소할 수 있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는 문제점을 갖는다. 이처럼 법적 ‘동의’라는 것이 출산 후 양육에 대한 경제적인 책임분담과 사회적 책임분담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중절 자체에 대한 동의만을 강요한다고 찾아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점을 갖게 된다.”
세 번째 발표는 배은경 교수님께서 맡아주셨는데요. 형법과 모자보건법 상의 ‘배우자 동의’가 내포하는 의미에 대해 말씀해주신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용어적 부분에서 본인은 ‘낙태’ 혹은 ‘임신중절’이라는 용어대신에 ‘임신중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함. 이는 여성들이 임신상태를 중단할 수 있는 과정을 나타내기 때문임. 여성의 결정에 의한 임신중단이 전면 범죄화되어 있는 가운데, 예외적으로 허용된 임신중단 방법은 오직 의사에 의한 수술뿐이며, 이 경우 ‘수술’의 주체는 의사이고 여성은 ‘동의’만 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음. 실제 ‘배우자 동의’항목의 경우도 의사들이 향후 남성들로 자신의 동의없이 수술했다는 문책을 면하기 위해 고려된 것임을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여성의 재생산은 인정없는 자율성, 권리없는 책임 위험부담은 여성전담으로 이루어져 온 역사를 봐야하며, 이 총체적 상황을 사회적으로 가시화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 발표는, 최근 꾸려진 낙태로 기소된 여성을 위한 공동변호인단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차혜령 변호사님의 ‘낙태 유죄판결에 대한 항소사건 변론보고’로 이어졌는데요.
해당 사건은 1심에서 피고인 여성에게 벌금 200만원, 시술의에게는 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 및 자격정지 1년, 파트너 무죄판결이 나온 사건에 대한 항소심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후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과 함께 여성의 처벌근거인 자기낙태죄의 위헌주장과 함께 파트너 폭력, 모체 건강을 해할 사유, 기타 임신중절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경위 입증 증거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하셨답니다.
발표 이후에 나왔던 질의 중에는 배우자 동의 항목 삭제가 남성들의 책임을 면해주는 근거로 작용하지는 않을까에 대한 우려, 법적 동의가 아닌 허락의 주체로만 존재하는 남성들과 어떻게 실질적 책임 영역으로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들을 나눴답니다. 그리고 다음 포럼의 주제로 실질적 법 개정을 위한 내용, 자기낙태죄 조항의 폐지로 여성들의 임신중단에 대한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기본권 침해의 논의들(자기결정권, 재생산권, 자유권 등등)을 종합적으로 다뤘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들을 주셨습니다.
이상, 긴 시간 동안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전하며, 2014년 초에 이어질 2, 3차 포럼에도 지속적은 관심을 부탁드리며 후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포럼 발표문은 아래를 클릭하시면 확인해보실 수 있으며, 총 3차례의 포럼이 끝난 후 한 번에 녹취록을 포함한 자료집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향후 진행될 포럼은 내용과 일정이 확정 되는대로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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