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액션을 부르는 성형광고
반도의 흔한 출근길. 누군가의 이야기.
"마을버스. '싹 다 고쳤지~' '인생을 업그레이드하세요'
오늘도 낭랑한 저 목소리를 피할 수 없습니다.
정말 남들은 다 '업그레이드'에 '투자'하고 있는 걸까.
지하철을 타자마자 비포애프터 광고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노골적인 카피, 경악스러운 외모 변화, 비슷비슷한 얼굴에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오히려 비포 쪽이 훨씬 더 개성 있고 예쁘지 않나- 싶다가도
애프터 쪽이 '일반적'으로 더 '예쁜 외모'라는 걸 체감하며 살기에
오늘따라 흐릿한 내 얼굴을 지하철 차창에 비춰보며
피로를, 그리고 누구에게랄지 모를 분노를 느낍니다."
이젠 꽤나 익숙해진 성형광고의 홍수.
무한경쟁 자기계발 시대에 성형산업이 비대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당연한 것은 없다.
성형산업과 성형광고의 범람 속에 분명히 이득을 보는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영향으로 건강을 해치고 생명을 잃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것
게다가 그 광고가 외모와 삶에 대한 구린 메세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한다는 것
이런 사실들을 생각하면, 누군가의 힘과 의도에 의해 빚어진 이 상황에 참 화가 난다.
그러니까 지금은
액션이 필요한 시간-
액션1
민우회는 여성의날 기념 민우액션으로,
3/1~3/7 일주일간 SNS를 통해 성형광고 사진과 한마디를 받아보았다.
- 여성의 외모는 남성이 무릎을 꿇을 정도로 중요한 자산이 되는 모양입니다. 여성의 미모에 대한 요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님이 명백한데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많은 사람들이 답답합니다!
- '작은 가슴엔 메가 약이지!'-> 너무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물론 대부분의 성형광고들이 거의 협박 수준이긴 하지만 이건 그 중에도 역대급협박이네여;;
- 여행갔던 고속터널 화장실 문이 다 이런 광고로 도배가 되어 있더군요; 볼일도 편히 못보게 만들다니 ㅠㅠ
- 대놓고 희롱과 협박질을 허가하는 사회라니. 일상이 입에 거품 물 일이 허다해. (부글부글)
- 종아리에 그 '알'이라는 거 있으면 어때요? 다른 사람시선때문에 그거 뺴다가 죽는것보단 낫겠죠. 대체 우리는 왜 남의 시선에 그렇게 신경을 많이 써야할까요? 왜 있는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나 아닌 누군가가 되어야하는걸까요?
- 언제는 볼살이 '동안요소'라더니, 시시때때로 바뀌는 미의 기준. V라인만이 옳은 얼굴형인가요?
- 같은 사람인지, 다른 사람인지...왜 모두가 엇비슷한 눈, 코를 가져야하는지 모르겠어요.
. . .
성형광고들을 모아놓고 보니 더욱 가관이었다.
많은 사람들과 공감과 분노를 나눴다.
그리고 3월5일, 압구정역으로 직접 나갔다. 찾아가는 민우액션.
제이, 반아, 스누피, 눈사람, 나무가 함께했다.
소문은 많이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압구정역엔 5년에 한번 갈까말까의 동선으로 생활하는 담당활동가로선
놀라움을 넘어 어이가 없었다. 역 하나가 이렇게까지 성형광고로 도배되어 있다니.
놀람도 잠시, 재빨리 액션에 착수했다.
(도쿄TV에서 액션 취재를 나왔다. 한국이 워낙 아시아 성형강국으로 떠오르다보니, 일본에서도 한국의 성형문제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도쿄TV 카메라 덕분에 지나는 사람들의 관심도 더 끌 수 있어 좋았다.)
눈에 띄고 싶니? ...맞고 싶니?
거울을 중앙에 배치한 이런 광고라니. 부들부들...
일일이 다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넉넉치 않아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동해야 했다.
압구정역에서 신사역으로 가는 길에도, 신사역에도 성형광고가 까무러치게 많았다.
어떤 사람은 평소처럼 그냥 지나쳤지만,
어떤 사람은 가만히 서서 광고판에 붙은 포스트잇의 사진을 찍었다.
덧)
액션을 마친 후 액션단 단체사진 (photo by 눈사람). '노메이크업의 자신감' 폭발
액션2
성형광고와 관련하여 민우회가 펼친 액션이 또 하나 있다.
지난 2월, 한 여성이 쌍커풀과 코수술을 하다가 뇌사상태에 빠진 일이 언론에 알려졌다. 피해자 가족과 친구들이 집회를 연 후였다.언론 보도 이후에도 그OO 성형외과는 여전히 자초지종을 피해자에게 설명치 않고 다른 환자들에겐 이 병원 일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었다.
그00 성형외과는 지하철에 도배된 광고로 유명했다.
(피해자도 이름난 병원에서 수술을 하기 위해 강원도에서 강남으로 왔다)
그리고 여전히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지하철엔 그 병원의 광고가 버젓이 걸려 있고
지하철역 안내 방송에 그 병원의 음성광고가 흘러 나왔다.
그토록 큰 피해가 있었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도
타격 없이 유유히 정상영업을 하는 성형외과의 광고는
제2, 제3의 피해로 사람들을 이끄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민우회는 서울메트로와 서울시에 공개요구서를 보내
그OO 성형외과 광고를 즉각 중단할 것과
성형광고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시 <그00 성형외과 광고 게재 중단 및 불법 성형광고 등의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개요구서>(클릭)
서울메트로 <그00 성형외과 광고 게재 중단 및 서울메트로 광고 심의 강화에 대한 공개요구서>(클릭)
열흘이 넘는 기간 동안
언론 보도에도 재촉 전화에도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의 답변은 쉬이 오질 않았다.
그러다 3월초 서울메트로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계약조건때문에 조명광고는 내릴 수 없을 것 같다는 답변을 구두로 들었다.
여지껏 미루던 답이 이거라니-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안그래도 다음날 압구정역으로 나갈 성형광고 액션을 준비하고 있던 터였다.
원래의 계획에 더해, 성형광고 액션 후 신사역으로 건너가 서울메트로와 그00성형외과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로 했다.
그00 성형외과의 광고 카피에다가 글자를 덧붙여 두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 사안에 대해 알 수 있게끔
자보와 찌라시(?)를 준비했다.
-
<신사역에 있는 이 광고는 말합니다>
이 광고는 자신합니다.
성형수술을 가장 잘한다고 말입니다.
이 광고는 말합니다.
성형수술을 원하면 이 병원으로 오라고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 광고는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수술 도중 뇌사상태에 빠진 환자에 대해서
병원이 수 개월 간 제대로 된 사과도 진상 규명도 하지 않았던 사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이 광고가 걸려있는 지하철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갑니다.
사람들은 광고 너머의 진실은 모른채
화려한 광고에 마음이 움직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의 가족들이 애타게 진실을 알고 싶어합니다.
그들이 이 광고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요?
지하철에는 여전히 이 광고가 그대로 걸려있습니다.
광고의 공공성보다도 광고비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 광고를 내리기를 요구합니다.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은 책임있는 진상규명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시민의 발' 이라고 말하는 지하철은
무분별한 성형광고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공공성 확보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광고가 말하지 않는 진실을
주변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주세요.
이 광고의 문구는
"말하지 않아도 거기"입니다.
하지만 "(잘못했다) 말하지 않아도 (뻔뻔히 광고하는) 거기" 라고 읽겠습니다.
-
지나는 몇몇 사람은 정말 이런 일이 있었냐며, 주변에 꼭 알리겠으니 힘내라는 말을 해주었다.
다음날.
서울메트로는 광고대행사 측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협의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00 성형외과의 모든 광고를 중단 조치했다는 공문이 왔다.
사실 좀 낙심하고 있었는데, 생각지 못한 결과였다.
민우회는 환영한다기보다는 안도한다는 말이 더 적합한 심정으로 논평을 발표했다.
[논평] 성형 권하는 사회에 제동 걸기 위한 우리의 목소리(클릭)
다시 한 번 느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거였구나.
정말로 관계부처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달린 문제구나.
액션 3 그리고 또...
논평에도 쓰여 있듯이
여전히 성형수술로 인해 건강을 잃을 뿐만 아니라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이야기,
수익을 높이기 위해 충격적인 방식으로 수술을 행하는 성형외과의 이야기가 연일 보도되고 있고,
여전히 정부는 성형의료관광에 열을 올리고
지하철뿐만 아니라 인터넷신문, 극장, 뉴미디어를 통한 성형광고가 익숙한 일상이다.
성형광고를 보자보자하고만 있을 수 없었던 우리의 액션
문제적 성형외과 광고에 대한 적극적 대응은 이 일상을 전반적으로 바꿔나가가 위한
다양한 활동의 일부일 것이다.
민우회는 얼마전 했던 기자회견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성형 대중광고를 전면 금지하도록 하기 위한 활동도 전개해나갈 예정이다.
3월8일 여성의날 행사에서 2시간만에 144명의 서명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 온라인 서명도 받기 시작했다.
"온라인 서명 페이지 링크에요"
-> 서명하러 고고씽 (클릭+ㅁ+!)
100만명쯤 거뜬히 모아볼 수 있지 않을까..!
주변에 퍼뜨려 주세요! https://docs.google.com/forms/d/16wYlla5j8j8Menz6lSyLgo_5hbY-HtJSu0YHaq8Q_lM/viewform
이 사회에서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은 정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근데 그 욕망을 이쪽 저쪽으로 내몰아서 활용하는 지금의 사회는 '당연한'게 아니다.
거대한 물살 속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 같아도
꾸준히 이어지는 액션들로 계속 옆길을 내볼 테다.
어제 봤던 성형광고도 달라 보이게. 성형이 여러 선택지중 가능한한 아주 멀리 있는 것이 되게.
외모가 한 사람의 작은 일부분이 되게.
다음 액션에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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