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람재판동행] 피해자에서 첫사람이 되기까지
봄볕 좋던 지난 4월 19일, 양성교육을 마친 첫사람 재판동행단의 첫 동행이 있었습니다.
떼로가는 첫사람-이 정말로 떼로 갔어요!
열명이 넘는 첫사람과 더불어, 오늘은 다른 피해자 부모님들께서도 자리를 함께해 한결 더 든든하고 씩씩한 날이었답니다.
재판이 끝난 뒤에는 피해자 부모님들의 말씀을 듣고, 자리를 이동해 이번 사건과 재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머리를 맞대었어요.
다음 재판은 5월 24일로 결정되었답니다. 다음 동행에서 보아요!
이날의 이야기를 지은님의 후기를 통해 함께 나눕니다:-)
'피해자에서 첫사람이 되기까지'
2016. 04. 19. 서울고등법원에서 장애인준강간 등 사건의 재판동행을 위하여 다수의 첫사람들이 모였습니다. 피해자 부모님과 지방에서 올라오신 지인분들의 열정까지 더하여 이날의 법정은 방청석이 만석에 가까울 정도였습니다.
1심에서의 무죄판결로 검사가 항소를 하여서 항소심 선고기일까지 지정되었는데, 재판부 변경으로 인한 공판절차 갱신으로 인해 선고기일에서 변론재개가 된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첫사람의 탄원서가 재판부에 호소력 있게 전달된 것(으로 믿습니다^^) 또한 변경된 재판부에서 신중하게 절차를 진행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계기가 되었으리라 짐작합니다.
마침 <추적60분> ‘13번의 악몽, 처벌받지 않는 그들’에서 피해자의 심리 상황을 밀도 있게 다룬바 있었습니다. 19일 재판의 피고인은 방송에 나왔던 가해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방송에서와 같이 피해자의 장애(를 피고인이 인식하고 있었느냐)가 사건의 쟁점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방송을 다시보기하면서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겪어왔던 성폭력의 후유증과 아픔에 더욱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장애를 인식했는지 여부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많은 고민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통상 보일만한 행동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사건을 보게 되면 그에 벗어난 피해자의 행동은 가해자에게는 면죄부가 되는 경우가 있어서 안타까울 때가 있었습니다. 이번 재판부는 피해자의 행동을 세심하게 이해하려는 감수성으로 판결을 내리기를 바랍니다.(이런 바램이 무리가 아닌 당연한 날이 오겠죠?ㅎㅎ)
이날 재판에서 느꼈던 건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재판부에서 신중하게 절차를 진행하려는 노력이 엿보였고,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의견서도 적극 반영하여 검사에게 증인 채택 여부를 알려달라고 한 점입니다. 제가 2013년 재판동행지원을 하던 때에는 국선변호사 제도가 시행된 초창기여서 변호사가 공판기일도 제대로 통지받지 못하거나 의견 진술도 제한적이었는데, 오늘 재판을 보니 이제는 피해자 국선변호사에게도 기일통지가 되며 출석도 체크되는 등 형석적으로나마 역할이 더 확장되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문심리위원에 대해서도 피고인의 번호인이 이의신청을 제기하니 재판부에서 직권으로 다른 심리위원을 선정하였습니다.
피고인 변호인은 수사 과정에서 전문적인 자격을 가진 분들의 참여로 이미 충분히 다루었는데 상당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 의견 조회가 필요하느냐며 불만섞인 의견을 제기하였습니다. 빨리 종결짓고 싶어하는 그들의 불안한 심리를 뒤로하고 재판부의 의지대로 충분히 검토되기를 바라면서 오늘처럼 첫사람의 존재감을 계속 드러내보이는 것도 우리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재판은 속행이라 금새 끝났지만, 1층 로비 한켠에 모여서 피해자 아버님의 열변을 유심히 들었던 분위기와 공감대는 가슴 깊이 담겨질 것입니다.
저도 준강간 피해자이고 저처럼 억울한 사람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지만, 이렇게 첫사람으로 연대할 수 있어서 저의 치유에도 한발 더 다가가는 것 같습니다. 첫사람으로 동행할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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