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쌈닭, 라운드에 서다! 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 <몸 편>
9월 8일,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의 <성폭력피해에 공감하는 첫사람> 액션단들이 3월부터 기획해온 쌈닭 시리즈 2탄!
<쌈닭, 라운드에 서다!, 몸 편> 여성주의 자기방어 훈련이 있었습니다.
쌈닭 1탄 <내 안의 쌈닭끌어내기, 애티튜드편>에 이어서
2탄 <쌈닭, 라운드에 서다!, 몸편>은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여보는 시간이었는데요.
몸을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12명의 예비쌈닭들이 소수 정예로
여성주의 자기방어 훈련 강사 미정에게 쌈닭의 기술을 전수받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날 직접 '라운드'에 서서 쌈닭의 몸짓을 수련했던 회원 찬의 후기입니다.
쌈닭 1탄에 이어서 2탄에 참가한 회원 “찬”입니다.
1탄에서 강사 미정님 쌈닭 강의에 푹 빠져버려서 망설임 없이 2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2탄에서는
1탄에서의 마음가짐, 싸움의 자세 등의 요약본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고,
직접 방어훈련에 돌입해 보는 자리를 가졌어요.
우리가 경험하는 사소하고 미묘한 것 공격들,
시선, 공간침해, 훑어보기, 레이저포인터로 가리키는 것, 욕설, 성희롱, 음담패설, 성기보여주기,
나를 보면서 자위하는 것, 손들기, 몸 붙이기, 귀에 바람 불고가기, 추행, 폭행, 잡아끌기, 때리는 폭행
이런 공간침해는 '공격'이라고 이름을 붙여줘야한다.
매번 내가 이동하거나 양보할 수는 없다.
방어를 하는 것은 서로 나의 동그라미를 지키며 평화롭게 살기위함이다.
공격자가 되기위함이 아니다.
동그라미 밀어냈다면 일차적으로 승리한 좋은 싸움이라고 카운트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찌그러진 동그라미를 밀어내는 표현을 해야한다.
/ 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 강사 미정
드디어 , 본격적으로 밀치는 훈련시작!
처음보는 분과 말도 트기도 전에 파트너가 되어서 몸으로 첫인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어색하기도 전에 각자의 파트너들과
서로의 손바닥으로 밀치며 버티고 밀어내는 힘겨루기를 할 때마다
파트너의 “기”라던가, 힘의 에너지가 0.1초 만에 저의 몸으로
바로바로 전달되는 느낌이 바로 들었습니다.
이때부터 인가요,, 저의 심장이 넘나 신나서 폭발하기 시작 한 것이요..!
밀치기에 이어서 팔씨름 같은 끌어당기기-밀기의 훈련으로,
몸이 익숙해지자 강사 미정님께서 직접 참가자들 사이에 뛰어 드셔서
탱탱볼처럼 자신의 몸을 밀쳐 볼 수 있도록 거침없이 몸을 던져 주신 열정이 너무 멋지셨습니다.
미정님께서 직접 몸을 던지신 덕분에
사람의 몸을 있는 힘껏 밀치고 방어하는 그 감각을, 손바닥과 배의 중심으로 퍼지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반복되는 밀치고 힘겨루기를 하고난 후에
실제상황에서 빠져나오고 내가 살 수 있는(?) 손목 빠져나오기 기술도
너무나 현실훈련이었어요.
저는 손목이 잡히면 빠져 나온다는 개념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처럼 “뭐, 확 당기면 되지” 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요.
빠져 나올때 어느 방향으로 비틀어서 쉽게 나올 수 있는지를 경험하고,
다시 내가 되받으면서 간지나게 손목 제압하는 기술을 익힐 때는
정말,,“와 이거 꾸준히 힘 기르고 무한반복 연습하면
큰 타격 없이 포스로 제압할 수 있겠구나”라는 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가장 어려웠던 X자 방어법이 방어훈련에서 좀 힘들었는데요,
X자 훈련은 상대의 날아오는 양날의 팔들을 막으면서 밀어내는 기술이어요!
그런데 순간순간 이것이 밀치는 건지, 마구잡이로 때리는 건지, 저는 조금 애를 먹었답니다ㅠㅠ
그 탓에 저의 파트너분과 미정님께 타격상처를 많이 입힌 것 이 죄송한 마음이었답니다.(그래도 재미있었어요ㅎ..)
이렇게 밀치고 잡아끌고 빠져나오고 할때 마다
그간의 제가 겪었던 위협상황에서 다시 한번 상상하게 되고,
“맞아 그때”,“앞으로 이렇게 해야지” 라는 시나리오 생각이 다시 한번 재탄생하는 경험이었답니다.
마음 속 시나리오 쓰기가 중요하다.
백번 시나리오를 쓰고 실제로 한번 활용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 생각하겠지만 중요하다.
/ 미정
방어훈련을 통해서 너무 너무 !!! 재밌고 신나기도 하면서,
"나의 몸의 굳건함은 곧 정신적 자신감으로 직결된다"는 신념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있다. 함께 훈련해야한다
방어 태세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공격의지는 줄 수 있고 상황이 종료될 수 있다.
/ 미정
몸에도 지능이 있다는 강사 미정님의 말씀이 머릿속의 뇌리에 박히는 훈련이었어요.
이러한 여성주의 방어훈련이 열릴때 마다 많은 분들이 참석하셔서 용기를 얻어가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유쾌하고 유익한 강의와 몸 훈련을 통해
여성주의 자기방어 훈련에서 각자의 '동그라미'를 지킨다는 것의 의미를 새기는 시간이었고,
익숙치 않았지만 몸을 사용하는 감각이 싹트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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