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난임에 대한 다른 상상: 무엇이 위기인가?" 토론회 후기
2019년 10월 30일, 서울 파고다어학원 종로타워 지하2층 이벤트홀에서
‘저출생 위기’ 담론 속에서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는 난임부부지원사업 및 보조생식기술에 대해
여성 건강권을 비롯한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검토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토론회
<난임에 대한 다른 상상: 무엇이 위기인가?>가 열렸습니다.
토론회 <난임에 대한 다른 상상: 무엇이 위기인가?>
프로그램
사회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발제 김경례 (전남대 사회학과 강사), 노새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활동가)
토론 이경애 (예은심리상담교육원 원장), 최은영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
문한나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주임연구원), 정우진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사무관)
일시 2019년 10월 30일 (수) 오후 2시
장소 파고다어학원 종로센터 지하2층 이벤트홀 (청계천로 93)
주최 한국여성민우회
후원 한국여성재단
하나 둘, 장내에 사람들이 모이고...
토론회는 낙태죄 폐지 운동의 경과, 이후 법안 마련을 위한 여성운동의 움직임과
재생산과 관련된 법안 마련을 위한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박수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인구위기 담론 속에서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누가’ 동원되고 있는지,
국가의 위기는 누구의 위기로 대체 또는 전환되고 있는지,
진짜 위기는 무엇이고 지금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 등 새로운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습니다.”
“한편 이 논의가 난임 여성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
또 다른 낙인을 만드는 공간이 돼선 안 된다는 염려도 있었습니다.
이 자리는 정책에 대한 점검과 평가의 자리이며,
더 이상 재생산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지 않고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분명히 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 사회)
"낙태죄 폐지 운동이 단지 ‘낙태할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여성의 몸을 인구통제 수단으로 여겨온 국가에 대한 저항이자,
보호 및 지원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서 여성의 위치를 회복하고자 한 것이었던 만큼,
그동안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전개되어 온 국가 정책 기조에 대한 관심 환기와
새로운 담론의 확산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 수 년 동안 저출생 위기 담론 속에서 확대되어 온
난임부부지원사업을 비판적으로 검토해보며,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열고자 합니다."
(노새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활동가 / 발제)
바로 이어진 두 분의 발제와, 네 분의 토론내용을 아래에 짧게 공유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토론회 자료집을 참조해주세요 :)
“난임, 보조생식기술의 문제는 단지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성, 모성권, 재생산권을 둘러싼 사회구조적, 문화적 문제이다. 생물학적 모성에 대한 압박, 혈연주의적 '정상가족' 기준, 주변인들의 시선 등 사회문화적 배경 속에서 난임 여성들은 출산을 선택한다. 그리고 상업화된 의료 현장에서 상당한 본인 부담금을 지출하고 심각한 신체적 후유증을 겪고 직장도 그만두는 등 사회적 고통을 겪는다.”
“여성들은 이러한 고통을 몰라서가 아니라 직접 겪어 알면서도, 사회·문화적 구조에 영향을 받았다 해도 결국 출산을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필요한 건 이러한 과정 속에서 여성의 건강과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매체에 쏟아지는 수많은 난임 관련 담론에서 난임은 극복해야할 질병처럼, 체외수정시술은 희망의 기술로만 재현된다. 위험성에 대한 연구나 담론이 더 필요하며 시술기관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되어야 한다.”
“표준화된 의료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강제성 있는 법제가 정비되어야 한다. 난임지원사업 심의위원회 등 위원회 구성원의 젠더 감수성을 높일 필요가 있고, 현재 운영되는 난임관련 상담센터를 의료기관 외부에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김경례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강사 / 발제)
“덜 낳아야하는 시대에 낳지 않는 것만, 더 낳아야하는 시대에는 낳는 것만 지원해 온 국가. 인구의 위기는 국가의 위기였으며 국가는 언제나 여성의 몸과 노력으로 그 위기를 해결하고자 해 왔다.”
“통계상 난임여성 10명중 단 2명만이 출산에 성공하고 있다. 이토록 성공률이 낮고 장단기간 부작용이 많은 의료시술에 국가가 비용지원만으로 접근성을 대폭 높이기 이전에 과연 충분히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을지 의문스럽다.”
“국가는 난임관련 시술 전반의 과정과 임신 및 출산 성공율, 부작용과 이후 건강 관련 지표 등에 관해 명확히 파악하고, 더 정확하고 객관적인 지표와 정보를 당사자 여성들에게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새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활동가 / 발제)
“난임관련 심리상담의 목적이 그저 스트레스 낮추는 거라면 재생산을 강화하는 접근일 거고, 여성주의적 상담이라면 여성들의 주체적 결정을 지지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상담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환자/여성'이 '남성중심사회', '전문가주의' 안에서 경험하는 소외적인 현실과 거대자본의 유입, 정책 목표에 대한 비판, 그리고 여성 안의 차이와 차별에 대한 날카롭고 따뜻한 분석 작업이 필요하다.”
(이경애 예은심리상담교육원 원장 / 토론)
"난임부부지원사업은 출산율제고 방안으로서 낙태율을 줄이려했던 것처럼, 여성의 건강에 위험부담이 있을 수는 있으나 국가가 지원할테니
출산율 제고에 성과를 거둘 수 있게 해달라는 국가의 요청이다. 난임부부지원사업은 다른 이름으로 지원 될, 할 필요가 있다."
(최은영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 토론)
“2006년부터 시작된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은 난임부부의 경제적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진행되었지만 난임의 원인을 밝히고 그 원인에 대한 치료를 하고자 하는 노력보다는 더욱 많은 여성들을 신속하게 보조생식술에 접근하게 만들면서 임신 및 출산과정을 의료화, 인공화시키는 원인이 된 것이 사실이다.”
"여성을 수동적 존재나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을 정책방향의 전제로 하고, 다양한 삶에 대한 배제와 판단 멈추고, 당사자가 이 기술을 고려하고 선택하는 주체로서 설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한다."
(문한나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주임연구원 / 토론)
“그동안 여성의 건강권 및 선택권을 보장하는 체계는 상대적으로 정책 우선순위 뒤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최근 직접적 지원 방식 외에 난임 상담센터를 개설하는 등 간접적 지원제도를 만드는 노력을 해왔다. 앞으로는 난임시술 지원을 받지 않고도 건강히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혹은 당사자가 난임시술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고민 속에 결정하도록 하는 가이드 마련 등 국가 차원에서 검증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보겠다.”
(정우진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사무관 / 토론)
2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회 말미에는 플로어 참가자들의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먼 지역에서 참석해주신 당사자 여성분께서 발제자들과 토론자들에게 고루 의견과 질문을 해주시며
토론회 이후에 이어나갈 고민들을 던져주시기도 했습니다.
난임에 대한 한 가지의 상상이 아닌
다른 상상들이 가능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기만 하기 전에
짚어보고 싶은 지점들을 짚고, 필요한 질문들을 던지기 위해 마련한 이 토론회가
사회적 논의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의 토론회 자료집을 참고해주세요!
토론회 자료집을 우편으로 받아볼 수도 있습니다(착불택배/주1회발송)
▲ 자료집 신청 : https://forms.gle/z3zXp6yBrCrXwMHk6 (구글폼)
▲ 온라인 pdf 파일로 보기 : http://womenlink.or.kr/publications/22436
이 프로젝트는 한국여성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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