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낙태죄 전면폐지 필리버스터 일부 발언을 소개합니다.
2020.10.15
낙태죄
전면폐지
필리버스터
일부 발언을 소개합니다.
1.
제가 셋째 아인데, 셋째 아이 출산을 두고
고민하던 아들 부부에게
저의 친할아버지는 낳으라고
압박을 넣으셨다고 했는데요.
제가 태어난 게 할아버지 말 때문은 아니겠지만
할아버지는 저와 친밀감을 느끼고 싶을 때마다
자주 이 일화를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저는 그 얘길 들을 때마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특히 얘기를 듣고
엄마에게 느끼는 감정이 복잡했는데요.
세 명의 아이를 홀로 육아를 감당하던
엄마의 피곤한 얼굴에 대고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라고 미안해해야 하는지.
셋째 아이가 아들이 아니라서
서운했던 엄마에게
아들보다 실속 있는 막내딸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습니다.
권김현영 선생님의 말처럼,
성차별 사회에서 딸의 탄생은
온전히 축하받지 못할 일이었고,
독박육아의 현실에서 여성에게 임신은
어떤 좌절이나
고통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사건입니다.
이런 현실을 빼놓고
낙태죄를 오직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대치로 설명하는 것은
부정의한 일입니다.
- 도나님 발언 중
2.
제가 첫 임신을 했을 때
임신이 된 줄 몰랐어요.
그래서 원래 불규칙한 월경주기였지만
월경을 안하길래 병원에 갔더니
이미 5개월이 지나있었습니다.
놀랐습니다.
저는 임신을 해서 제 몸에 변화가
남들이 하는 입덧 같은 것들이
심하지 않아서요.
임신 말기에
다른 선생님께 진료를 하게됐는데
그 선생님이 초음파를 보더니
큰일났다고 하셨습니다.
태아의 머리가 너무 크고 몸도 커서
임신 주수가 잘못 계산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비전문가로서
의사의 말을 반박할 수도 없고
불안한 마음으로 시기를 앞당겨서
제왕절개 수술로 첫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낳고보니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의사는 물론 전문가지만
여성의 몸은 모두 다른데
일률적으로 규제하고 통제하고
처벌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은박님 발언 중
3.
저는 인공임신중절경험자입니다.
운이 좋아 4주차에 임신 사실을 알았고,
6주차에 병원을 방문하였습니다.
어차피 수술을 한다면
조금이라도 덜 생명에 가까울때가 낫겠지 싶어
바로 병원을 찾았지만
병원에서는 2주 뒤에 오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너무 작아서 ‘깔끔하게’
수술이 되지 않을 수 있으니
애를 좀 더 키워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생명생명하면서
미프진 판매는 금지하고
지울 때는 좀 더 키워서 오라는 건
무슨 경우일까요.
임신중지를 선택하고
어렵게 찾은 병원에서는
일단 의사를 만나보기 어려웠습니다.
모든 상담은 상담실장과 진행되었고,
처치에 대한 이야기는커녕,
현금결제 요구와 수술날짜 얘기가 전부였습니다.
병가를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주말에 수술받겠단 요청은
저만의 요구가 아니었고,
꽤 비굴하게 부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의사를 선택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여의사를 선택하거나 하는 등의
옵션은 당연히 없고
주말에 출근하는 의사를 배정받았습니다.
의사와는 열 마디 남짓 나눠본 것 같네요.
백색 형광등에 회색 시멘트 벽 창문하나
없는 병실에서 눈을 뜨고 나니
내 처지를 온전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이 온통 내가 죄인이길 깨닫고
수치심을 느끼길 원하는 것 같았습니다.
작년 4월 분명 낙태죄가 폐지되었다고
기뻐했던 것 같은데 꿈만 같습니다.
14주라는 제약을 걸고
이미 사문화된 법을 되살려,
어떻게든 여성을 몸을 가벼히 굴리고
죄 없는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싸구려로 만들려는 수작에
진절머리가 납니다.
- 수진님 발언 중
올해 10월 민우회는
6시간동안 60여명의 시민과 함께
낙태죄 전면폐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여성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처벌조항과 의사거부조항 의무상담 등이 포함된
정부입법예고안은 독소조항을 그대로 담은 채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낙태죄 전면폐지가 시대적 요구다!
국회와 정부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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