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나는 페미니즘 복지국가에 살 거야!〉 집담회 2회차 "너도 나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쉴 거야"
20대 대선을 앞둔 지금, 페미니스트들은 어떤 사회를 꿈꾸고 있을까?
향후 5년의 복지국가 구상을 위한 페미니스트 집담회 〈나는 "페미니즘" 복지국가에서 살 거야!〉
두 번째 집담회가 10월 7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온라인 회의로 열렸습니다.
1회차 집담회 "나로서 오롯하게, 함께할 거야" 후기 보러 가기
→ https://www.womenlink.or.kr/minwoo_actions/23914
2회차 집담회 "너도 나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쉴 거야"에서는
적정한 삶을 보편적으로 보장하는 복지국가의 조건들을 함께 고민해보았습니다.
나다운, 니이모, 바다거북, 숨, 야기, 현주 6명의 참여자와 민우회 활동가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참여 이유와 자기소개]
2회차 집담회에서 함께 나눠보고 싶은 이야기들과, 평소 가지고 있던 복지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여성의 가난은 결코 여성 개인의 탓이 아니므로, 사회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복지 아닐까요? 복지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배우고 싶어서 참여했고, 최근에는 기본소득 논의에 관심이 있습니다."
"요즘 사는 게 바빠 사회 이슈에서 멀어졌었는데, 복지 이슈에 관한 페미니스트들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공공일자리와 주거 문제에 관심이 있어요. 소득 지급이 아닌 방식의 보편 복지도 많이 이야기되면 좋겠어요"
생계와 주거, 일자리 등 삶의 조건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페미니스트들과 생각을 나누며 사회 문제에 개입하고 싶은 참여자들이 모인 자리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는 말]
지난 1회차 집담회와 마찬가지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참여자들이 공통의 문제의식 위에서 토론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주제와 관련된 주된 문제의식과 사회적 배경,
그리고 민우회에서 고민해 본 페미니즘 복지국가의 의제들을 발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사진1. "너도 나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쉴 거야" 집담회 주제를 발제하는 PPT 화면과 활동가 이미지
지금의 복지제도는 적극적으로 불평등을 개선하고 사회적 재분배를 촉진하기보다,
노동이 불가능한 경우 최소한의 생존만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선별적인 복지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개개인은 자력으로 당장의 생계와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에 너무 많이, 오랜 시간을 일할 수밖에 없죠.
너무 긴 임금노동시간은 사람들이 필수적인 쉼과 돌봄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만들고,
각자의 삶을 주체적으로 계획할 수 있는 주권을 빼앗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안으로서 생존과 돌봄을 나 혼자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의 조건은 무엇일지를 함께 상상해고자 했습니다.
[토론: "너도 나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쉴 거야"]
개개인의 불안정한 일상과 양극화된 사회구조에 관한 고민을 안고서, 다 함께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현재의 사회 구조와 가치에 관한 문제의식을 담은 세 가지 소주제에 따라 각자의 일상과 삶에 있어 고민을 나눠보고,
모두에게 적정한 삶의 조건을 보장할 수 있는 복지사회를 상상하는 질문에 함께 답해보았어요.
〈소주제 1. 누구도 '먹고 살 걱정'으로 불안하지 않을 수 있다면〉
질문 하나. 누구나 막연히 불안해 하지 않아도, 버티며 일하지 않아도 괜찮도록 생활 임금을 벌 수 있다면?
"저는 방송대학교를 다니다가 지금 중단된 상태인데 방송대도 다닐 수 있을 거 같고 공방,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해서 공방이라든가 제가 다니고싶은 운동 이런 걸 가격 걱정없이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친구를 만날 때에도 한달에 누구를 몇 번 만나면 얼마가 들고 이런 생각 안하고 만날 수 있을 거 같아요."
"심리상담을 다닐 것 같아요. 지금은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는 것 같아서. 심리상담은 건강보험이 안 되잖아요."
" 지금 한국의 복지는 노동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가 없는가에 기준을 두다보니까, 노동시장에서 팔리지 못하면 우울감이 오고 위축되고. 그런데 단지 그런 경제 논리로만 환원되는 일자리가 아니라 지역사회에 돌봄 등으로 기여하는 공공일자리를 주고 생활임금을 주면, 개개인의 자기효능감이 올라가니까 우울증이라든지 정신병리적인 부분이 줄어든다든지 자살률이 줄어든다든지 그럴 거라는 거예요."
"일주일에 네 번 4시간만 일했으면 좋겠고, 300만원은 벌었으면 좋겠네요!"
질문 둘. 갑자기 쫓겨나거나 집세가 오를 걱정 없이 한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면?
“내가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의 바운더리 자체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으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거 공간 외적으로 보면 근처에 마트, 큰 공원이 있으면 좋겠고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고 가까운 곳에 여러 병원이 있으면 좋겠고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들이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그런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런 동네에서 오래도록 월세나 집값 없이 오래 머무를 수 있으면 내 삶을 장기적으로 계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본소득 말고 기본주택은 어떨까? 이런 상상은 해봤어요. 집을 주면 우리가 어디서 살지, 누구 옆에 살지 이런 것을 결정하는 데 좀 쉽지 않을까?"
〈소주제 2. 누구나 내 삶을 주체적으로 기획할 수 있다면〉
질문 셋. 노동시간이 지금보다 줄어든다면?
"아침에 출근할 때 빡빡하지 않은 시간에 열시쯤 출근해서 점심시간도 1시간 반. 양치도 여유롭게 하고. 퇴근할 때도 해가 있으면 좋겠고 내가 너무 지쳐서 나가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을 더 주는 거보다는 일을 덜 주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저는 프리랜서인데, 언젠가 제가 일을 빨리 끝내는 기적 같은 일이 있어났어요. 9시에 시작해서 1시에 끝났는데 밥도 천천히 차려먹고 산책도 하고 책도 한 권 읽었는데 아직 여섯시인 거예요. 물론 지금은 그러면 수익이 따라오지는 않거든요."
"프리랜서로서 일을 하는 만큼 버는 것이기 때문에 법정노동시간은 이미 너무 많이 넘어갔어요. 나를 돌보는 시간을 고려하면 수입이 너무 줄기 때문에. 과연 내가 일하며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한테 마음과 시간을 쓸 수 있나 생각하면 안타까운 상황이고요. 그러려면 하루에 두 세 명만 만나야 하는데, 생계를 위해서는 하루 일곱 명은 만나야 하거든요."
질문 넷. 삶 가운데 2년이라는 기간 동안 내게 아무런 조건 없이 소득이 주어진다면?
"운동 쪽 강사되는 것에 쓰고싶어요. 직업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운동 관련해서 해부학 이런 거 배우고, 몸이 움직이는 원리를 설명해주시는 걸 들으면서 몸에 대한 이해도 생겼고 삶 자체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지금 한국사회의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고, 서로 싸우고, 너무 날카롭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것도 많이 줄어들 거 같아요. 저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조건 없이 소득이 주어진다면 저한테 왜 주는지 물어는 볼 거 같아요. 갑자기 저한테 왜 주지. 받아본 적이 없어서 마음이 궁핍해가지고. 그 소득을 받으면 그 다음을 위한 도약을 쪼들리지 않게 한다든가. 선뜻 누군가하고 나눌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소득이 온전히 나 혼자 쓰는 것도 괜찮지만 좀 더 필요한 누군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랑 같이 나누고 싶은 마음도 들 것 같아요."
〈소주제 3. 우리 삶을 재단하는 사회적 가치 체계가 변화한다면〉
"이 사회가 경제적인 이익이 늘어나면 그 외에 모든 것은 어느 정도 좌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환경 문제가 계속 제기됐을 때에도 그래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얼마고 환경오염을 제재하는 법이 나오면 석탄 관련 기업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니까 오히려 피해자가 기업이라고 이야기하는 현실인데. 그게 금액만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문제인데도요. 선하고 모두의 공공이익을 추구하는 게 어리고 멋모르는 걸로 치부되는 현실을 바꾸고 싶은 거 같아요."
질문 다섯. 사회적 비용을 일으켜 얻은 이익을 사회가 환수한다면?
"요즘에 공정에 대한 거, 정의에 대한 거 사회적 이슈가 높아져가는데 법을 지키지 않아도 누군가가 있다는 건 법치국가 내에서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법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과징금이 좀 더 높아졌으면 좋겠고, 그 환수금을 사회적 비용으로 적절히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거를 해야만 우리가 상상하는 기본소득 같은 것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돈이 돈을 번다고 기업들만 돈을 계속 벌잖아요.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무인화를 하고. 하다못해 맥도날드 가도 키오스크 있고 일하는 사람이 얼마 안 되잖아요. 그런데서 얻는 이익들도 전부 다 기업들이 가져갈 거 아니예요. 사람들은 일자리만 잃고. 할 수만 있다면 그런 이익도 나누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질문 여섯. 환수한 이익을 사회적으로 정의롭게 분배한다면?
"은행성차별 때에는 너무 화가 많이 났는데 그 벌금을, 너무 약소한 벌금을 어디에 썼는지도 모르잖아요. 그걸 성평등기금으로 쓰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 당시에는 일단 입사원서를 낸 사람 명단이 있잖아요. 그 사람들한테 1인당 오백씩 줘도 모자란다고 생각했어요. 최근에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망월천에 오수를 그냥 버려서 문제가 되었던 사건이 있잖아요. 그냥 사과문 쓰고 끝났다는 거 같아요. 그런데 그 물을 상수도로 식수로 이용했다는 게 버젓이 다 나타났는데 지역주민들에게 위자료든 무슨 명목이든 분배를 했어야하는 게 아닌가. 환경부담금 같은 걸로. 천은 막혀있는 게 아니고 계속 흐르는 거잖아요.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한테 보상도 하고 환경부담금도 내야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여성들이 돌봄 부담을 많이 하잖아요. 저를 포함해서 엄마, 외할머니 이 삼대에 걸친 돌봄노동을 비용으로 환급을 하는 거예요. 대신에 이거를 가장이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쓰지 않고 그렇게 하면 비용이 어마어마할 거 같거든요."
"부정의한 수단을 사용하거나, 불평등을 야기하거나, 오염을 유발하는 등 사회적 비용을 일으켜 얻은 경제적 이익을 환수하는 사회"
"환수한 이익을 사회 구성원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하고,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여하는 사회"
복지 영역에 그치지 않고 전 사회적 가치체계의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페미니스트 정치가,
향후 5년 도래할 새로운 사회의 기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 사진2. 집담회 참여자들의 Zoom회의실 인증 사진
페미니즘 복지국가에서 너도 나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쉴 거야!
민우회는 집담회에서 함께 나눠본 지향들을 오는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리기 위해,
앞으로도 적극적인 대선 대응 활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페미니즘 복지국가를 위한 민우회의 활동에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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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민우회 회원확대 캠페인 [한 사람 더하기] (8~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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