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 인터뷰] 2편 :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 회원 모임인가요?
드라마, 예능, 영화, 웹툰, 웹소설, 팟캐스트 좋아하는 페미니스트 모여라!
[쏟아지는 콘텐츠 속 한줄기 빛]은
페미니즘이 한 스푼이라도 들어간,
여성·소수자 혐오/이성애중심/남성중심적 서사를 깨부수는,
여성주연/서사/창작자가 빛나는 콘텐츠를 추천받아서 모니터링 한 후
추천평과 함께 공개했습니다.
쏟콘빛은 올해 새로운 시도로 여성창작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담당 활동가 저(보라)의 팬심과 영업팀 회원 율빵의 애정 어린 추천의 합작으로 네이버웹툰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이하 진달래짐)]을 연재 중인 유기 작가님과의 인터뷰가 성사되었답니다!
[진달래짐] 콘텐츠를 중심으로 이야기 나누는 인터뷰 1편을 보고 오시면 더 재밌습니다!
1편 링크 : https://www.womenlink.or.kr/minwoo_actions/23967
2편은 유기 작가님과 보라, 율빵의 운동과 건강, 여성 창작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웹툰 이미지 출처 : 네이버웹툰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
율빵 : 평소에 작가님이 가장 많이 하는 ‘최애’ 운동은 무엇인가요?
유기 : 홈트레이닝 동작 중에서는 ‘버피테스트’를 많이 해요.
(진달래짐 캡쳐_슬로우버피)
보라 : 지옥의 운동이라고도 하잖아요.
유기 : 지옥이긴 한데 그것만큼 준비할 게 없는 운동이 또 없어요. 층간소음이 없다면 매트 하나만 깔아도 충분해요. 층간소음이 걱정되면 ‘슬로우 버피’ 동작을 하면 되고요. 힘들지만 최애 운동이라서 언제나 강추하고 있어요.
보라 : 한 세트에 몇 개씩 하시나요?
유기 : 한 세트에 최대 50개를 해요.
보라 : 한 세트에 50개 하신다고요?!? 그럼 몇 세트를 하세요?
유기 : 한 세트 50개면 3세트 이상 하긴 힘들고, 평소엔 30개씩 5세트 하면 죽는 거죠 ㅎㅎㅎ 운동 끝~
보라 : 작가님 트위터에서 걷기와 런닝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봤는데, 요즘에도 하고 계신가요? 요즘 하시는 운동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유기 : 생각보다 이걸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ㅎㅎ 저는 원래 런닝과 걷기를 좋아하고 마라톤 대회도 두 번 나갔었거든요. 최근에 헬스장 런닝 속도가 제한된 이후에는 5km 걷기로 대체했어요. 평소에 5km 정도는 그냥 걸어다녀요. 버스를 타야 하는 경우에도 시간 남으면 1시간 일찍 출발해서 라디오 들으면서 설렁설렁 걸어가요. 습관화되어서 딱히 운동이라고 생각이 안 들 정도에요.
율빵 : 산책 같은 거네요.
유기 : 네 산책 맞아요. 산책 정도로만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율빵 : 습관이 되어있다는 자체가 대단하시네요.
보라 : 헬스도 계속 하세요?
유기 : 네, 요즘은 주 3회는 헬스장에서 근력운동 하고요. 나머지 2~3일은 5km 걷기 정도만 해요.
보라 : 요즘엔 코로나로 실내운동이 어려워지면서 혼자 또는 소규모로 야외에서 하는 운동을 많이 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유기 : 걷기 인증만 해도 메달을 주는 언택트 마라톤 대회가 있는데 성취감도 느낄 수 있고 쉬워서 추천하고 싶고요. 코로나 땜에 운동 못 하는 분들 많으신데, 저처럼 뛰지 않아도 되고 땀 나지 않아도 되니까 한 시간은 걸으라고 말하고 있어요.
율빵 : 저는 걷다 보면 주변에 먹을 것 유혹이 많더라고요. 방앗간이 많아서 ㅎㅎ
유기 : 그 정도 유혹은 넘어가도 돼요 ㅎㅎ 먹으면 되죠. 저도 붕어빵 많이 사먹어요..
율빵 : 저는 단기간 체중감량만을 위한 운동으로 인해 몸도 마음도 지쳤던 경험이 있습니다. 만약 작가님이 진달래 관장이라면, 이렇게 외적으로 보여지는 것을 위한 다이어트에 자꾸 마음이 가는 제2, 제3의 ‘계나리’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유기 : 단기간 체중만을 감량하기 위해 운동한 경험 모두가 있으실 거예요. 저도 물론 있고요. 그게 잘못되었다는 걸 모두가 알아요. 하지만 막상 그 상황에 닥치면, 예를 들어 설날에 많이 먹어서 살이 찌거나 요새처럼 운동 못 하면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 일단 해보라고 해요. 굶거나 유산소 운동만 죽어라 하면 몸이 알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을 때 그만둬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다음 근력 운동도 하고, 식단을 챙기면서 스스로 깨닫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냉정하게 들릴지 몰라도 일단 해보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보라 : 맞아요. 식단과 운동 밸런스를 누가 옆에서 다그치는 게 아니라 나리가 본인이 깨달아가고 실천하는 과정이 너무 좋았어요.
율빵 :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람을 보면 내가 의지박약이라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난 실패했는데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비교하게 되고, 또 잘못된 방법을 시도하게 되고... 그런데 그럴 때 자기 탓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나랑 안 맞는 방법인 거잖아요.
유기 : 너무 중요한 말씀이에요. 자기 탓을 하는 게 최악인거 같아요. 저는 의지박약이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거든요. 그 말을 생각하는 순간 의지가 사라져요. 그리고 겉모습만 보고 성공, 실패를 판단할 수는 없잖아요. 다른 사람은 신경 안 쓰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네요.
(진달래짐 캡쳐_식단과 자책)
율빵 : 웹툰 댓글이나 SNS에 [진달래짐]을 즐겨보고 있는 사람들의 글이 많이 있던데 이런 반응을 챙겨보시는 편일까요? 그렇다면 가장 힘나는 반응은 어떤 것일까요?
유기 : 요새는 매화 반응을 챙겨보는 편이에요. 예전엔 악플이 너무 많아서 안 봤는데, 요즘엔 챙겨보고 있어요. 제일 좋은 건 이걸 보고 운동을 시작했다는 거예요. 웹툰을 보고 운동을 시작했다고 하시면 독자와의 소통에 성공했다는 기분이 들어요. 제 작품관이기도 한데 저는 웹툰으로 대화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반응이 나오면 나와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들어 뿌듯했어요. 그리고 작품을 보고 자신의 경험과 진심 어린 조언을 나누어주시는 걸 보고 많이 감동 받았어요. 댓글에서 헬스 꿀팁도 공유하고, 작품 내용과 관련된 경험담을 공유하는 장이 열린 게 창작자로서 매우 뿌듯했습니다.
율빵 : 이걸로 운동 시작한 사람 저입니다. 운동 뽐뿌(?)가 오게 하는 웹툰인거 같아요. 보고 있으면 ‘좋아 보이는데?’, ‘나도 해볼까?’ 생각이 드니까.
유기 : 와 진짜요? 어떤 운동하세요?
율빵 : 저는 자세랑 근육을 제대로 알고 싶어서 필라테스를 다녔고요. 한 달 정도 운동해보니 근육을 알고 자극하고 근육통이 풀리고 하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지금은 근육을 키워보고 싶어서 헬스를 등록했어요.
유기 : 너무 잘하셨어요. 저도 필라테스 짧게 해봤는데 속근육을 터치하면서 하면 힘들지만 재밌더라고요.
율빵 : 너무 힘들죠. 끝나면 머리카락 산발돼서 나가고 ㅎㅎ 그룹 트레이닝이어서 수업을 쫓아가는게 힘들지만 너무 재밌고... 그리고 웹툰에서도 나오듯이 잡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잡생각이 사라지고 모든 감정을 다 빼서 없어지니까 만족스러웠어요. 보라님도 운동 좋아하시나요?
보라 : 저도 운동을 좋아하는데 한 운동을 꾸준하게 하기 보단 3개월, 6개월 짧게 여러 운동을 했어요. 주로 스피닝, 탁구, 배드민턴처럼 여러 명이 함께하는 동적인 운동을 좋아해요. 그런데 운동을 하면서도 근육의 움직임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없는데, 웹툰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계나리’처럼 ‘아 승모근이 여기가 아니었구나!’ 이렇게요.
(진달래짐 캡쳐_승모근은 어디일까요?)
보라 : [진달래짐] 덕분에 운동을 시작했다는 댓글도 있는 반면 온라인상의 백래시가 댓글 등에서 여성창작자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창작자로서 고민되는 점이나 변화하길 바라는 점이 있으실까요?
유기 : 처음에는 너무 악플이 심해서 댓글 창에 못 들어갔어요. 겪어보니 생각보다 충격이 컸고 상처받고 마음고생도 심했죠. 댓글창이 작가와 독자들의 소통의 공간인데, 악플 때문에 그 기능을 변질 되어버려서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댓글창을 아예 막아버리는 게 능사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플랫폼의 조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창작자 스스로도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창작자는 자신이 틀렸는지 스스로를 검열 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그랬고요. ‘내가 틀렸나?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라고요. 그럴 때 자신을 믿고 기획했던 대로 지속하는 게 창작자로선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플랫폼과 독자께서 여성창작자가 만든 작품 세계를 관심과 믿음으로 지켜봐 주시길 바라요. 저를 믿고 응원하는 독자가 있기에 힘이 났어요. 그리고 플랫폼에서 논란이 있다고 창작자를 자르지 않는거? ㅎㅎㅎ 악플이 너무 많이 달릴 때는 ‘나도 이러다가 잘리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플랫폼 피디님이 “걱정하지 마세요.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이 훨씬 많아요”라고 하시며 절 믿어주신 것도 큰 힘이 되었어요. 플랫폼과 독자가 창작자를 응원 해준다면 좋은 작품을 만들게 하는 선순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라 : 완전 믿습니다. 갑자기 종교처럼 ㅎㅎㅎ
율빵 : 저도 믿습니다. 악성 댓글들이 [여성전용 헬스장]이라는 제목에 꽂혀서 무조건 싫다는 반응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유기 : 그렇죠. 사실 생각해보면 반박할 가치도 없었어요.
율빵 : [진달래짐]을 만나고 난 후 싫고 괴롭기만 하던 운동이 조금은 재밌어졌는데요. 이 소중한 웹툰을 소장하고 후기도 나누고 싶은데, 토크콘서트나 소장본 발행과 같은 계획이 있을까요?
유기 : 단행본은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고요. 저도 맘 같아선 토크콘서트도 하고 싶은데 얼굴이 나오는 촬영은 지양하고 있어서 종종 강연만 나가고 있거든요. 저의 입장을 이해해주실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언젠가 체육관에서 만날지도 모르니 그땐 반갑게 인사해주세요^^/
율빵 : 앞으로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 에 펼쳐질 이야기들을 다섯 글자로 조금만 아주 조금만 스포일러 해주신다면 무엇일까요?
유기 : 구상중인데 키워드는 극복인거 같아요. 5글자로는 '같이극복해'
보라 : ‘쏟콘빛’은 페미니스트에게 여성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나 여성창작자들 콘텐츠를 추천받아 두 달에 한 번씩 추천평과 함께 콘텐츠를 공개하고 있는데요. 작가님이 추천하는 다른 여성 창작자의 콘텐츠(웹툰, 영화, 드라마, 예능 등)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 쏟콘빛 추천 콘텐츠 링크 : https://c11.kr/rvrh
유기 : 저는 팟캐스트 [듣다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 ‘듣똑라’]를 추천합니다. [듣똑라]는 시사정치 팟캐스트인데 어려운 내용도 쉽게 풀어주시고, 진행자도 패널도 모두 여성이에요. 유튜브도 하시는데 특히 경제 콘텐츠가 인기가 많더라고요. 저도 경제를 다루는 에피소드를 추천합니다. 왜냐면 경제를 공부를 많이 하는 게 여성에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최근에 많이 느끼고 있어요. 여성은 경제에 무지하다는 편견도 있고, 여성이 연봉이 낮고 임금격차가 크기도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경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추천 드려요.
보라 : 저도 팟캐스트 많이 듣는데 지난 4월 선거 때 쯤 [듣똑라]를 들었어요. 많은 정치 콘텐츠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할 때에도 [듣똑라]는 차별화된 지점이 느껴졌어요.
유기 : 시각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대선주자 중에서 어떤 대선주자가 페미니즘적인 정치 공약을 내세우는지, 혹은 성적 문제가 있었는지를 아주 콕 짚어주니까... 가장 궁금했던 지점을 속 시원하게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던 콘텐츠에요. 그리고 [듣똑라]에서도 [진달래짐] 추천해주셔서 깜짝 놀라고 기분 좋았죠.
보라 :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창작자를 꿈꾸는 여성들과 (이 인터뷰를 보게 될) 민우회 회원들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유기 : 주변의 여성 창작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작품을 안 봐주면 어떡하지?’에요. 여성 콘텐츠는 여성만 본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여성이 모두 제 콘텐츠를 보는 것도 아니고 남성이라고 보지 않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런 생각이 들수록 걱정 말고 더 많은 창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서 간 사람도 뒤에서 받쳐주는 사람도 있으니까 믿고 다 같이 나아가자고 말하고 싶어요. 여성서사를 다룬 콘텐츠가 풍성해질수록 콘텐츠 소비자도 많아질 거거든요.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지 말고 일단 만드세요! 믿음을 가지고 함께 나아가다보면 어느새 더 커진 세상이 되어있을 겁니다. ‘다 같이 갑시다’
이렇게 유기작가님에게 캐릭터 비하인드부터 여성의 몸을 그리는 방식, 요즘 하는 운동과 여성창작자로서의 고민까지 들어보았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할 때는 낯섦에서 오는 설렘이 있었다면 인터뷰를 마칠 때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는 듯 한 기분에 또 다른 설렘을 느꼈답니다.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도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지나가 있더라고요. 인터뷰를 함께 진행한 율빵님께서 후기를 보내주셨습니다!
율빵 : 쏟콘빛 활동을 하면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웹툰 작가님과 인터뷰를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요. 그게 현실로 일어났습니다(눈물) 우선 이런 기회를 주신 한국여성민우회와 성평등미디어팀에 감사합니다. 수상소감 같지만 아니고요… 인터뷰 후기입니다. 질문마다 성심성의껏 답해주시는 작가님 덕분에 인터뷰가 무척 풍성했습니다. 작품 비하인드부터 독자로써 알지 못했던 창작자 시점의 얘기를 들어서 즐거웠고, 건강한 운동과 일상에 대해서 잠시 인터뷰를 벗어나 수다를 떨고 나니 마치 진달래짐 헬스장 회원들끼리 만난 것 같았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유기 작가님과 한국여성민우회를 옆에서 믿고 응원하는 한 명의 팬으로 남아있겠습니다. 화이팅!
보라와 율빵의 팬심이 가득 담긴 단체 사진으로 인터뷰 후기를 마무리 해보겠습니다.
(단체사진_하트를 만들고 있다. 왼쪽부터 율빵, 유기작가님, 보라)
곧 공개될 [쏟콘빛 2021 총결산] 영상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A타입 코미디부터, B타입 로맨스, C타입 우정, D타입 세상이 궁금할 때, E타입 도전하고 싶을 때! 다양한 콘텐츠 추천이 준비되어 있고요. 올해 콘텐츠 동향 분석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2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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