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쿱생협 강좌 후기] 천고마비: 가을 하늘이 높으니 여성주의로 마음을 살찌운다 (1편)
민우회 교육팀과 아이쿱 생협이 함께 아이쿱 직원,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페미니즘 강좌를 열었습니다. 주제는 <페미니즘과 가족>, <페미니즘과 복지>였어요.
서울(10/5), 부산(10/7), 광주(10/11), 대전(10/12), 대구(10/14) 총 5개 지역에서 진행했답니다.
가족에 대한 강의는 여성학자 정희진님, 복지 강의는
대구카톨릭대 이숙진님과 한국노동연구원 장지연님이 나누어 해주셨어요. :)
강의 중간에는 여성주의, 평등감수성에 관한 깜짝 워크샵도 신나게 열렸답니다.
가족과 복지 각각의 강의와 워크샵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후기 나갑니다.
1. 정희진님과 함께 한 <페미니즘과 가족>
정희진 선생님의 강의는 생협 빵을 매우 좋아하신다는 이야기로 화기애애하게 시작되었어요. 먼저 강좌 전체 제목인 “천고마비: 가을 하늘이 높으니 여성주의로 마음을 살찌운다!”에 대해 한마디 하셨어요. 이 강의를 듣고 살을 찌우기보다는(하하) 미처 생각 못한 일상 속 고민들로 복잡해졌으면 한답니다. ‘여성이 공부하는 게 가장 급진적인 것’이라 하셨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이야기 중 하나였어요. 정말 많은 여성들이 공부를 하고 새롭게 일상을 구성하면 할수록 세상도 보다 좋은 방향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여성은 사회적 약자로서 인식론적 특권을 가진다’고 하셨는데, 공부를 통해 이 특권을 건강하게 잘 발휘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식민주의에 대해서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명료하게 정의 내려 주셨어요. 나 스스로를 정체화하는 게 아니라, 남이 나를 규정하는 걸 허용하는 것. 식민주의로부터 벗어나 보다 주체적으로 일상을 꾸려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종종 이제는 여권이 많이 신장되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요. 강의에서 몇몇 성공한 여성들의 이름이 거론되었습니다. 정치 영역에도 여러 여성들이 진출해있지요. 정희진 선생님은 이러한 현상을 여성신장이 아닌 ‘주류의 다양화’로 정리해주었어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여성의 이미지가 단일하다는 면도 지적하셨어요. 예쁜데다 좀 배웠고 장애가 없는 여성(만)을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 그렇기에 페미니즘이 그러한 여성들만 위한 것이냐는 ‘오해’도 많이 듣는데요. 성 평등보다는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이야기 또한 인상적입니다.
가족에 대해서는 주로 집안일, 가사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선생님 개인적인 이야기를 예로 들어주셔서 더 이해가 잘 되었어요. 일례로 사람은 ‘청소를 하느냐 안하느냐’로 나눌 수 있다는 이야기 재미있었어요.
생협에서 하는 강의이니만큼 생산과 소비에 대한 이야기로 가족 강의가 본격화되었어요. 백인남성 중심의 기존 주류 경제학에서는 이분법적으로 생산과 소비로 나눈 것 그리고 남자는 생산, 여자는 소비로 성별화된 이미지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였답니다. 이건 가사노동을 안하는 사람의 사고라는 것. 한창 논란이 된 ‘된장녀’가 떠올랐어요. 여성이 소비를 하는 주체로 그려져 왔는데 사실 소비만으로 그치지 않지요. 콩나물을 사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데치고 무치고 반찬으로 내놓는 데 이루어지는 여러 작업들. 우리는 가사노동이라고 부릅니다. 이어서 모든 분업(역할)은 위계의 또 다른 말일 수 있답니다. 여성에게는 또 하나의 다른 일이 아니라 이중 노동이 된다는 것이지요.
이해 안 되는 상황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서 정리해주셨어요. ① 패스, 그냥 넘어간다. ② 기존의 관점으로 환원한다. 즉, 생각하는 대로 본다. ③ 혼란스러워한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 ④ 생각을 하며 고민한다. 이 중에서 세 번째와 네 번째 반응이라면 페미니즘이 도움이 될 거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이번 강의를 통해 혼란스러워하거나 미처 생각 못한 우리의 일상 속 여성문제들을 고민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2. 이숙진님과 함께 한 <페미니즘과 복지>
두 번째 강의는 <젠더 관점에서의 복지국가 논의>라는 제목으로 이숙진 선생님께서 진행해주셨어요. 요즘 ‘복지국가’ 논의가 사회 전반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는데요. 정확히 어떤 것일까 궁금했었는데 어려울 수 있던 이야기가 잘 정리되는 느낌이었어요. :)
복지국가란,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근거로 어려움 없이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통해서 이루는 것이랍니다. 또한 그냥 복지정책을 세우는 게 아니라 민주화라던가 평등 지향적 제도들이 발달된 국가가 복지국가라는 것. 국가운영전략 속에서 복지를 고민한다는 것이지요. 기존의 복지는 잔여적(시혜적)인 측면(공공부조적 개입, 저소득 빈곤대책으로서 이러한 복지는 복지국가가 아니더라도 있는 것. 그렇기 때문에 어떤 복지인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셨어요.
초기 복지국가의 논의에서는 ‘산업화와 남성생계부양 가족에 기초’로 설계되었답니다. 사회보험이 남성정규직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말이지요. 그래서 직장이 보험료의 일부를 납부하고, 만약 직장이 없다면 혹은 비정규직이라면 사회보험 가입이 불가하다는 것이지요. 가사노동을 하는 여성이나 요즘 비정규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 노동자들 같은 경우에는 사회보험에 가입조차 안 되는 건 너무 부당한 일이에요. 한편, 전통적인 가족구조에서는 돌봄 담당을 가족 특히 여성에게 맡깁니다. 그 일부를 하겠다는 게 초기 복지국가의 특징이라는 것. 그러나 새로운 사회의 위기(new society risk)가 왔어요.
여성 혼자 하기에는 허락되지 않는 복잡한 상황이 온 것이지요. 이에 어떠한 대처를 하는 복지국가를 지향해야 할까. 복지국가로 유명한 덴마크의 에스핑 앤더슨(Esping-Andersen)이라는 학자가 내놓은 젠더 레짐(gender regime 젠더체계)과 복지국가에 대한 이야기 인상적이었습니다. 표를 간단하게 보여드릴게요.
|
자유주의 |
보수주의 |
사민주의 |
계층화 |
이원화 |
분절적 |
통합적 |
탈상품화 |
최소한(개인책임) |
중간(남성중심) |
최대한(양성평등) |
재분배 |
낮음 |
중간 |
높음 |
인적자원관리 |
시장중심 |
공공역할 중시 |
포괄적(무상교육) |
그런데 “여성주의자들은 에스핑-앤더슨의 복지레짐이 개별 국가의 복지제도 형성 이전에 이미 가족에서 고착된 성별분업과 이에 대한 사회의 낮은 평가, 그리고 여성과 남성 사이의 기회의 불평등문제 등이 복지제도 구성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였다고 지적”했더니. 에스핑-앤더슨은 탈가족화 개념을 통해 보완했답니다. 비판을 겸허이 수용하고, 괜찮은 학자네요. 그러나 보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동시장 밖에서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여성(전업주부)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돌봄 노동에 대해서 사회화하는 수단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가 이어졌는데요. 여러 돌봄 제도화의 방향에 기초하여 사회 전반적으로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 그 모델의 지향은 이인소득자모델과 보편적 돌봄수행자 모델에 기초하되, 이를 단일화하지 않고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을 그리고 돌봄을 하고자 하는 이는 돌봄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를 위해서는 탈가족화, 탈성별화 등을 비롯하여 젠더관점이 필수라는 것. 페미니즘과 복지국가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장지연 선생님의 <페미니즘과 복지국가> 강의와
여성주의 평등감수성 워크샵 후기도 곧 오를 예정입니다. :)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