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신입회원세미나 '환절기- 봄'의 끝
여는 민우회 신입회원 세미나 ‘환절기- 봄’,
지난 5월 2일부터 30일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총 다섯 차에 걸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이름^^
나다, 노새, 막심, 이지원, 혜영, 히카루가 세미나 동기가 되었지요.
활동가 제이, 나우, 눈사람이 함께했고요.
5월2일 첫 세미나에서의 낯섦과 긴장감을 떠올려 보면 재미있습니다 :^)
첫째날, 둘째날로 이어질수록, 그리고 세미나만큼(?) 재밌는 술자리가 거듭될수록
책과 관련이 있기도 하고 또 관련 없기도 한 우리들끼리의 이야기가 쌓여 갔고
이제는 만나면 반가운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페미니즘의 도전>이라는 좋은 책을
한 문장 한 문장 꼼꼼히 읽어본 것도 뿌듯한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이번에 그어 둔 수많은 밑줄들, 다음에 다시 열어 볼 날엔 또 다르게 다가오겠지요!
마지막 세미나까지 마치고,
지원 님이 후기로 세미나에 참여하신 소회를 적어 주셨어요.
그리고 노새 님이 마지막 세미나날 우리가 보낸 시간에 대해 써 주셨습니다.
by 지원
무명 회원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회원으로 활동하기 위해 민우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여성학에 대한 관심은 대학교 때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성학을 청강한 것이 이제까지의 여성학에 대한 경험의 다였기에 정희진님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고 나누다는 세미나 광고는 마음을 확 끌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참여하기 잘 했다는 겁니다. 텍스트인 ‘페미니즘의 도전’은 정말 대단한 책이었고, 회원들과의 만남은 매회가 지날수록 저를 치유해줬습니다. ^^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고 처음으로 든 생각은 ‘책 읽고 감동하기 진짜 오랜만이다’(^^;)였습니다. 근래 성(性)과 대인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물론 일상으로의 복귀는 자신에게 달린 문제지만 말입니다.
내용적인 면에서 보자면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성인지에 대해 거의 개념화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성에 대해 많은 부분 왜곡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절망하기도 했습니다. ㅜㅜ 현실이 이 정도라니.
신입회원 세미나. 매번 가기 귀찮다고 하며(^^;;) 집을 나섰건만 돌아올 때는 왜 그리 포근한 느낌이 들던지. 머리 속 복잡한 생각을 버리고 멋지고 즐겁게 살아가는 민우회 회원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해준 민우회 새내기 동기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접혀있던 마음이 숨을 쉬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매력적인 사람들과 저녁 한 때를 보낼 수 있어서 오길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기대하겠습니다! 민우회 여러분 잘 부탁드려요.^^ |
by 노새
집에 가는 길에는 복어 요리집이 하나 있답니다. 복어를 담아 놓은 수족관이 길쪽으로 나와 있어, (청승맞긴 하지만, 고백한건데)새벽 늦게 집에 갈 때면, 습관처럼 수족관에 들러 한참동안 복어를 보다 가곤 합니다(...).
세미나 마지막 날,
그 날도 늦은 시간, 걸어서 집에 들어가는 길, 복어에게 들러 우리의 '롤링 페이퍼' 이야길 해(?)주었어요.
5월 30일. 세미나 마지막 시간, 합정역 '크리에이티브 살롱 9'이라는 긴- 이름의 카페에 모인 우리는, 빙그르 둘러 앉아 먼저 < 페미니즘의 도전 >을 펼쳐놓고, 한 챕터씩 골라 각자 맘에 드는 구절을 모두에게 읽어주기를 했어요. (필기를 하다가 말았는데,) 지원님은 > "사유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폭력'이다" 라는 내용의 구절 등이 인상 깊었다고, 막심님은 > "착한 여자는 천당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라는 구절등을 꼽아주셨어요. 나우님은 > '더러운 일(dirty work)'에 관한 구절을 꼽아주셨는데, "이런 노동의 본질은 일의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되, 노동의 결과는 전유하고 싶은 지배자가 피지배자에게 시킨다는 데 있다."라는 부분이었지요. 혜영님은 > "모든 이야기는 말하는 이의 '그 순간'의 자기 현실에 대한 사회적 해석, 체현의 가시물이며 정치적으로 협상하는 언어들이다."라는 부분 등을 꼽아주셨구요, 제이님은 > "성별 사회에서 여성의 자원과 남성의 자원은 동등하게 평가되지 않는다. '여성적 자원'인 몸은, 소멸하는 유한한 자원이지만 남성의 자원은 그렇지 않다." 등의 내용을 꼽아주셨어요. 저는 >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은 '창녀'가 아니라 포주다."라는 부분을 꼽아보았습니다. (필기를 하다 말아버려서, 나다님, 눈사람님이 꼽아준 부분은 필기를 놓쳐버렸어요. ;ㅁ; 미안미안...)
비록, 한 개, 혹은 서너개의 짧은 구절들이었지만- 지난 4주 간의 세미나와, 우리가 읽은 책 내용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다시금 한 번, 공유된 문장들을 곱씹어볼 수 있었어요. ('아, 맞아. 여긴 나도 밑줄 그었었어, 오, 이런 구절이 있었네? 역시, 함께 책 읽기의 묘미는, 이런 .. 서로가 그은 밑줄긋기에 있는거지!' 하며, 짧은 시간, 참 좋았습니다아.)
저는, 요다음에 이어진 시간이 무지 좋았는데 :)
우선, 알록달록 색색깔로 오려진 동그라미 종이를 제이 님이 세 장씩 나눠주셨지요. 세 개의 동그라미에는, 우리 각자가 요즘 지니고 있는 세 가지 화두를 하나씩 적었어요. 돌아가며, 자기의 화두들을 소개하고- 그리고, 종이를 옆으로 돌려가며- (꼭, 롤링페이퍼처럼!) 짧게, 한 마디씩-두 마디씩, 뭐라뭐라- 각자가 서로에게 '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적어주었어요. 응원, 지지, 제안의 이야기들을, 또각또각.
한 바퀴를 빙- 돈 롤링페이퍼가 자기에게 오자 우리 모두들은, 빵빵 터지기도 하고, 이거 누가 썼냐며~ 메세지의 주인을, 필체를 대조해보며 찾아보기도 하며~ 세 장의 동그라미 편지들을 안고 뒷풀이 장소로~~! (그날따라, 모든 술집들은 왜이리 초만원!인건지!)
뒷풀이 자리까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 정류장 벤치에 앉아서 세 개의 동그라미를 다시 꺼내봤더랬어요. 개인적으로는 뭔가, 푹푹 와닿는 것들이 많았으므로- 다시 한 번 읽어보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수족관에 들러- 복어들에게 바로 그 동그라미 편지들을 읽어(..)주었답니다... "야, 복어야. 이거 참- 좋지 아니하냐'며.
동그라미 이야기들을, 세미나의 선물처럼, 기념품처럼 잘 간직하고 있어요.
(이제 마지막이니까 전체적인 소감 한 마디도 덧붙여야지!!!) 5월, 다섯 번의 세미나 동안 꼬박꼬박 함께 만난 모두들이 참 반가웠어요. 매주, 일찍 끊겨버리는 지하철이 야속(..)할 정도로, 아쉬운 만남이었던 터라, 세미나가 끝나고도 모두 자주 봤으면 좋겠다는.. ☞☜ (진심이에요 진심!)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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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미나 날 우리들의 모습! :)
5월 매주 다섯 번 봄밤의 기운 속에서,
마음속에 깊숙이 들어왔던 책의 구절들과 한 명 한 명의 사람들이 소중합니다.
환절기가 지나고 어느덧 여름,
하지만 서로의 변화를 지켜봐 주며, 계속 민우회에서 만날 수 있으니 참 좋습니다. :^)
다음 신입회원세미나 ‘환절기’는 이제 올해 가을, 10월달에 진행될 예정이에요.
과연 어떤 ‘마법의 가을’이 될는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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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참으로 싱그럽네요. 후기는 더더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