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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실천 바톤터치] 외모에 대해서 '말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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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1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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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회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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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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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93
안녕하세요. 바톤을 이어받은 노새 라고 합니다.
'막연하게 느껴지는 여성주의'를 함께 실천해보는 거,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같이 공유하고 싶고,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어찌 잘 설명이 되려나 모르겠어요. ;^) ☞☜
한 번, 시작해볼게요. ☞☜
우선 저는- 여성주의를 알게 된 지가 아주 최근이에요 ☞☜
해서, 주변에서 책을 소개해주면 책도 열심히 읽어 보고, 들을 수 있는 강의들이 있으면 찾아서 들어도 보고, 좋은 세미나가 있다고 하면 또 신청도 해보고 하는 중이랍니다. ☞☜
같은 맥락에서 요번 학기, 여성학자 전희경 선생님의 학부 강의를 청강하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그 수업 중에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로- 무릎을 탁! 치고(아하!), 그 때 부터 실천해오고 있는 일이에요. ☞☜
뭐냐면, "(누군가의) 외모에 대해서 말하지 않기 - 비난도, 그리고 칭찬도." ☞☜
*
사람들을 만나면- 참 일상적으로 서로의 외모(몸, 몸매, 살, 얼굴, 머리, 옷, 키 등등)에 대해 '말'을 하는 것 같아요. 너무너무 일상적이어서, 느끼지 못하고 있더라도, '정말 그런가?' 싶어 세어보면, 하루 중에 정말 수도 없이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듣고 있단 게 후딱 드러나더라구요.
----------------> "어머, 이게 그 유행한다던 OOO야?" "머리 했네~? 색깔 잘 나왔다, 야. 얼마 들었어?" "살 빠졌어/쪘어?" "근데 너 진짜 피부 좋은 것 같애." "난 피부 좋은 애들 보다 머릿결 좋은 애들이 더 부럽더라." "바지 새로 샀어? 역시.. 이런 바진 날씬한 애들이 입어줘야 라인이 나와." "헐. 야, 저 여자 다리 봤냐?". . . . . . 하루에 백 개도 더 들을 수 있는 이 많은, 누군가의 외모에 관한 이야기들.
어떤 말은 '칭찬'이고, 어떤 말은 '질타'이고, 어떤 말은 '관심'의 표현이기도 한 무수한 그 말들.
**
근데, 가끔- (어쩌면 자주) 그런 경험을 해요.
경험① 나랑, 친구A랑, 친구B랑 있는데, 친구C가 와서는, 친구A의 피부와, 몸매와, 패션감각과 기타 등등의 외모를 막 칭찬하는 거에요/혹은 핀잔을 주는 거에요. 타고 났다느니, 관리를 정말 잘한다느니, 부지런하다느니, 능력이 좋다느니, 그냥 다 빼고 예뻐서 좋겠다라느니. 그 때, 곁에 있던 나의 느낌. 시큰둥할 때도 있지만, 가끔은 굉장히 신경이 쓰일 때도 있어요. 나는 그다지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고 나와있거나, 혹은 나도 신경을 썼는데, 친구A의 외모만 계속 조명을 받다보니, 자연스레 조명받지 못하는 나와 다른 친구들은 뭔가 소외(?)되는 듯한 느낌. 유쾌하지 못한, 그 느낌.
경험② 까페에 앉은 두 사람이, 창가 너머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B, D, ...C, C, B+, ....C, F, 오오오, A! 저 여자 좀 봐, 저 여자 좀 봐." 두 친구가 까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두고 '외모 품평회'를 하고 있던 거였어요. (너무 황당해서 친구들에게 그런 사람들이 있더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저마다 자기도 그런 사람들을 봤다고 하네요. 학교에서, 까페에서, 전철에서...)
경험③ 친구가 어느날은 서운하다고 합니다. 왜? 하고 물으니, 너는 너무 둔하대요. 헤어스타일 바뀐 거 안 보이냐고. 그렇게 친구한테 '관심'이 없냐고. 반대로 어떤 날은, '무심한 듯 세심한 듯(?)' 외모에 신경을 쓰고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가, 어떤 '칭찬'들을 듣게 됩니다. '호호 참, 별 말씀을 다.'라고 대꾸는 해놓지만, 부담스럽기 시작합니다. '저 사람이 나의 머리를, 팔뚝을, 다리를, 신발을, 몸을, 옷을, 악세사리를 '보고'있구나.' 그, 시선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그런 고민이 듭니다. '그런 게... '관심'인건가...??'
***
누군가의 외모에 대한 칭찬의 이면에는, 또 다른 누군가의 외모에 대한 (단어가 좀 강하긴한데,)비난이 있는 것 같아요.
바로 지난 화요일, 씨네 페미니즘 강좌에서 류미례 감독님의 <엄마...>를 보고 왔어요. 그 날, 류미례 감독님이 이런 이야길 하셨답니다:
"아이를 셋 낳고 동네를 다니다보면, '애국한다.'고 '칭찬'해주시는 어르신들을 종종 만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애 셋 낳은 여자에 대한 칭찬'의 이면엔, '아이 낳지 않는 여자에 대한 비난'이 숨겨져 있더라."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끄덕 하면서, 참- 외모에 대한 것도 꼭 그런 것 같다,고 생각을 했어요. "살 빼라, 예뻐져라!"라는 압력을 일상적으로 서로에게 주입하고 있는 지금 요기 요 사회에서, 누군가의 외모에 대한 칭찬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또 다른 누군가에 대한 비난이 될 수 있겠다...라고.
그래서 저는, 누군가의 외모에 대해서, 비난도, 칭찬도, 그 어떤 평가도, "말하지 않기로" 했어요.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말하고, 듣던" 것이라, 나 스스로는 말하지 않기로 하고 나니, 유독 그런 말들이 잘 들리고(...), 혹은 누군가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품평'을 제게 요구하기도 하지만('나 오늘 이거 어때?' '나 살 많이 빠진 거 같지 않아?')... 가능한한 외모에 대한 '품평'은 삼가고 있는 것 :^)
오늘도, 또 내일도,
외모품평-프리(...)데이(...)를 실천해보며 ☞☜
너무나도 일상적인! 그 말들의 빈자리를 대신할, 다른 이야기들을 모색하고 있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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