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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포럼 - 이야기하자, 압구정역 4번 출구
이야기하자, 압구정역 4번 출구 – 한국 성형 실태 및 대안 모색을 위한 포럼
공동주최 : 국회의원 남윤인순, 여는 한국여성민우회
2013. 07. 11 목요일 오후 2:00 ~4:30 국회의원회관 2층 의원식당
2012년 성평등 의제 발굴을 위해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의 삶과 가장 밀접한 욕구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가운데, 여성건강, 특히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성형, 다이어트와 같은 외모 관리는 우리에게 끝없이 고민해야할 일상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성형 광고가 대문짝만하게 붙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출퇴근해서 안부인사를 대신하여 서로의 외모와 옷차림을 평가하는 말을 건넵니다. 끼니때마다 살에 대한 걱정과 먹고 싶다는 욕구는 충돌하며 자기분열을 일으키고 결국에 먹고 나면 후회에 휩싸여 운동을 하기도 합니다. 친구, 동료와의 수다 속에는 성형과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점심시간은 성형과 다이어트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장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피할 수 없게 촘촘히 우리의 일상을 집어삼키고 있는 성형, 다이어트 열풍 뒤에는 한국의 문화, 사회, 경제적 배경이 있다는 것을 밝히고, 성형열풍의 무차별적 확산에 한몫 제대로 하고 있는 의료시장과 미디어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인식 속에 이번 포럼이 기획되었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와주셨고, 그만큼 한국의 성형 실태에 대해 고민하고, 몸을 규정하고 차별하는 획일화된 기준에 반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는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김인숙님이 사회를 맡아주셨고, 성형에 대한 인식을 다시금 환기시킨 SBS 스페셜 “그녀 뼈를 깎다”를 함께 보는 것을 첫 순서로 포럼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서 여섯 분의 발제자를 모시고 성형 실태와 대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예뻐지기, 끝이 없는 트랙에 갇히다 – 그리고 여성들의 이야기
김희영(여는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외모관리가 더욱 심해졌고 심각해졌다. 여는 한국여성민우회 “다르니까 아름답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성형, 다이어트 경험이 있는 여성 22명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여성들이 성형이나 다이어트를 왜, 어떤 순간에 결심하는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여성들이 외모 관리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소로 노동시장에서의 외모로 인한 차별, 일상적인 차별과 배제, 자기 만족이라는 속성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몸에 대한 기준이 획일화된 사회에서 여성들은 신체적, 정서적으로 병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무엇보다 외모로 인한 차별이 생기지 않도록 인식을 확산시키는 운동이 필요하다.
아시아에서의 한류와 의료관광
김종미(영국 Coventry University 문화미디어학과 교수)
현재 의료관광에 대해 연구 중인데 연구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규제가 거의 없고 정부에서는 의료관광이라는 명목으로 성형산업을 팽창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인 여성의 미용성형을 목적으로 한 의료관광이 늘어나고 한류 열풍에 힘입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용성형을 목적으로 한 의료관광이 늘어나고 있으나 불법적인 시술이나 사후관리 미비 등의 실태에 대해서는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 외국인 여성들의 권리, 건강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고려해야할 것이다. 대안으로는 제반 의료법 정비, 사후관리의 엄격한 시행, 광고에 대한 관리 감독, 승인 시스템 마련 등이 있다.
성형유혹은 미디어를 타고 – 미디어에 등장하는 성형과 외모차별 문제
윤정주(여는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가장 큰 문제는 미디어가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디어에서 성형수술 방법을 상세히 소개하거나 연예인들의 성형수술 사실을 지속적으로 소비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성형수술이 많이 알려지고 보편적인 것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규제를 한다고 해서 성형수술이 아예 없어질 수는 없겠지만 미디어에서 외모와 성형수술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것만으로도 성형 열풍을 조금은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디어 종사자들에게 사회접 파급력을 항상 생각하며 성찰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SBS 스페셜> 그녀 뼈를 깎다 – 내 딸의 양악 수술
박상욱(SBS PD)
왜 이 주제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시청자들이 가졌을 의문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발제를 맡게 되었다. 한 연예인이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해서 죽을 각오로 양악수술을 했다는 인터뷰를 보고 도대체 양악 수술이 어떤 의미를 가져다 주길래 저런 큰 수술을 하는 건지 그리고 수술을 한 후에 과연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겨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 기존의 프로그램처럼 심각한 부작용만 보여주어 남 일이라 생각하게 만들거나,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어 성형을 결심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평소에 외모에 대한 농담이나 지적을 쉽게 하곤 했었는데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양악 수술을 원하는 사람들이 외모를 지적하는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얼마나 상처받는지 알게 되었고, 결국엔 외모에 대한 지적을 하는 나 자신이 잘못 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미용성형과 관련된 법적 쟁점
이한본(민변 여성인권위원회 가족법팀장)
법적인 영역에서 미용성형은 의료행위로 규정되기 때문에 동일한 규제가 가능하다. 현행 법 안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누락하는 광고들을 신고하고, 치료방법이나 예상되는 위험 등을 설명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의사에게 위자료 청구를 하는 것이 무분별한 성형수술을 규제하고 이슈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한다면 성형을 받지 않겠다고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의사가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를 부각시킬 필요성이 있다.
의료 상업화의 첨병, 미용성형산업 – 의료 측면의 규제방안
이상윤(건강과 대안 책임연구원)
한국은 인구 대비 횟수로 보면 실질적으로 성형 1위 국가임에도 규제가 거의 없다. 아주 심각하다. 미용성형에 한정해서 규제방안을 생각해보았다. 의료적 영역에서만 규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규제도 필요하다. 의료적 영역에서는 현행법에 따라 단속하는 것이 우선이고 지방정부가 그 책임을 맡고 있는데 잘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의사 내부의 자가 규제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상업적 이해관계가 결탁되어 있어 환자와 제3자의 감시와 감독이 필요할 것이다. 성형을 원하는 환자에게 숙고기간을 주는 방안도 있다. 성형을 하려는 동기와 욕구는 굉장히 다양하다. 그런데 그 욕구가 성형하는 것으로 모두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시켜주어야 한다. 불법적인 시술에 대한 규제도 필요한데 현행법에서는 규제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정책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시장에서의 규제 방안으로는 가격 덤핑을 막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 인증 시스템 구축, 불법 의료광고 규제, 정보 비대칭성 완화 등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용성형의 실체를 드러내고 진짜 문제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공유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운동이 중요하다.
발제가 끝난 후 마련된 전체토론 시간에 좋은 발언을 해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양윤석 서기관
보건복지부의 공식입장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한 말씀 드리자면 정부에서 산업적 관점으로만 미용성형을 보는 것이 아니고 전제는 국민의 건강이다. 미용성형은 건강보험 비급여 영역이라 자유롭게 놔뒀었는데 앞으로 현황 파악과 대안에 힘쓸 계획이다. 정부에서 미용성형의 실태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이런 자리가 필요했었는데 고맙다. 여러 정책이나 대안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필요했는데 좋은 이야기들을 듣고 간다.
여는 한국여성민우회 “다르니까 아름답다” 기획단 사랑
기획단 하면서 든 생각을 나누고 싶다. 기획단을 하기 전에는 성형이나 다이어트에 대해 여성들이 스스로 내면화하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많은 여성들을 만나보니 예상과 달리 스스로 문제의식을 많이 느끼고 있었고, 자신의 욕구나 사회의 시선이 부딪칠 때 많은 고민을 하며 내리는 결정들이고 스스로 현명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마 전에 라식수술을 했는데 이 사회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 게 맞는건지 고민을 많이 했다. 병원을 알아보고 가격비교를 하고 수술하는 과정에서 수술대에 올라간 내 몸은 사람이 아니라 그냥 대상이었다. 수술과정이나 방법, 재료 등에 대한 지식도 거의 없는데 가격비교를 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다가 내 눈인데 가격을 후려칠 수도 없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이번 포럼에서 여러 분야의 발제자들이 성형의 실태를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해주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확히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실태조사와 현행법에 따른 단속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 공유되었습니다. 이번 포럼은 앞으로 성형에 대한 미디어와 의료차원에서의 규제가 실질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만드는 첫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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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자료집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womenlink.or.kr/nxprg/board.php?ao=view&ss[fc]=2&bbs_id=main_data&page=&doc_num=4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