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외치는 방송사, 노동·인권·여성은 뒷전 - 노컷뉴스 2018.06.22.
윤 소장은 방송에서 남성이 과대 대표되고 있는 문제도 심각하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의 '방송심의제도 특정성별영향평가'(2015)에 따르면 드라마, 오락, 생활교양, 시사토크 등 전 분야를 막론하고 남성의 비율이 더 높았다. 드라마는 남녀가 각각 53.1%, 46.9%였고 오락물은 71.7%, 28.3%였다. 생활교양은 62.4%, 37.6%였고 시사토크는 64%, 36%였다.
윤 소장은 최근 시작한 오락 프로그램 SBS '집사부일체', KBS2 '거기가 어딘데??', KBS2 '1%의 우정' 등이 모두 남성 출연자로만 구성됐다며 "남성 중심의 오락 프로그램이 가능한 이유는 남성 특유의 봐주기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남성은 (잘) 될 때까지 봐주고 키워주지만, 여성은 한 번의 평가로 출연 여부가 판가름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남성 PD 사단이 있지 않나. 프로그램의 시너지를 높일 수도 있지만, 범법을 저지른 사람들이 PD 사단을 통해 출연자로 복귀하기도 한다. 제 식구 감싸기"라고 바라봤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소장은 방송의 '성평등 구현'이 멀어 보이는 이유로 구조적 문제를 들었다. 대부분 고위직을 남성이 차지하고 있어, 성평등한 문화나 프로그램에 관심이 없다는 게 첫 번째다. 여성은 결혼할 경우 장기근속을 하거나 능력을 발휘하기가 힘들다. 성평등한 조직문화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조직의 구조와 분위기는 자연히 프로그램에도 반영된다. 작년부터 '바디 액츄얼리', '뜨거운 사이다', '까칠남녀'가 생겨나긴 했으나 젠더 관점이 들어간 프로그램은 이게 다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그 수가 적다. 전체 프로그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도 안 되는 수준이다.
드라마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낫다. '청춘시대', '마녀의 법정', '미스티', '미스 함무라비' 등 여성이 중심이 된 작품이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소장은 "'마녀의 법정'은 여성가족부 지원작이었다. 외부의 돈이 들어와야 (방송사에서) 만드는 게 굉장히 문제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윤 소장은 무엇보다 '여성 관련 주제'가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는 문화를 비판했다. 그는 "여성 문제가 거의 다뤄지지 않고, 간혹 다뤄질 때도 사내의 전폭적 지원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개인적 관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열악한 환경에서 겨우 만들어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윤 소장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평등한 조직문화 구축(여성이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 필수, 여성이 다수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 사내 성평등위원회 설치 등) △출연자 균형성 맞추기(모든 프로그램에서 의식적으로라도 한 성별이 60% 넘지 않도록 하고 새로운 출연자 발굴하려고 노력)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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