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나, 낙태했어
이 책에 실린 인터뷰를 진행하며 우리가 지금 낙태할 ‘권리’를 말하는 것조차 너무 서글프게 느껴졌습니다.
고작 낙태할 ‘권리’라니요. 수술대에 올려 주는 것을 권리라고 말해야 하는 암담함 말입니다.
낙태할 권리와 낙태하지 않을 권리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채 낙태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는, ‘생명과 선택’이라는 이분법의 감옥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험과 이야기 속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한국여성민우회 지음|140*205mm|188쪽|11,000원
ISBN 978-89-92711-96-8 03330 2013년 2월 20일 발행
물론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고, 그 선택에 대해서 후회를 할 수도 있는 건데요. 그건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어쨌든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의지로 뭔가를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일이라고 생각해요. 나에게 낙태는 “낙인”이다 낙인이 두 가지 면이 있잖아요. 하나는 비난의 대상으로서의 찍히는 낙인이고, 하나는 찍혀 버린 자가 가질 수 있는 자유요. 고상한 사람보다 망나니가 세상을 막 살 수 있는 것처럼요. 내가 낙태를 계속할 수 있는 자유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여자에 대해 그어 놓은 그런 고정 관념, 선들을 벗어난 데서 오는 자유요. 나에게 낙태는 “어쨌든 보듬어야 할 기억”이다 공유할 사람이 필요한 거예요. 내 경험을 읽고 해석해 줄 만한 현명한 사람이. 그러니까 그런 치유 책자를 만들어서 여학생들한테 줘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병원에서야 임신하고 출산하면 받는 책이 많지만 낙태하고 주는 책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몸조리를 어떻게 하라든지. 우울할 때 들으면 좋은 음악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났지만 보듬고 살아야 하는 어떤 기억인 거잖아요. 보다 건강하게 그 기억을 만들 수 있게끔 하는 작업이 하나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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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가슴 아파하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주변에서 낙태를 겪은 여성들을 보지 않기도 어려운 한국사회건만 이상할 정도로 여성들의 경험은 들리지 않는다.『있잖아… 나, 낙태했어』는 이 침묵의 공간을 뚫고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리게 해 주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책이다. 이 책은 한국의 법정책이 근엄한 금지주의를 취하고 있음에도 우리의 현실에서 낙태는 이미 너무나 다양하고 살아 있는 스토리라는 것을 깨우쳐 준다. 낙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 땅의 모든 여·남 시민들, 그리고 정책입안자들의 필독서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양현아(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낙태’는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주제입니다. 종교적, 철학적 논쟁도 치열합니다. 그러나 정작 여성들의 얘기는 빠져 있었습니다. 왜 낙태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낙태 과정에서 여성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고통을 겪는지. 이런 얘기들은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견해만 강요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진실로 생명과 삶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현실과 경험에서 출발하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25명 여성들의 솔직하고 아프고 안타까운 얘기를 담은『있잖아… 나, 낙태했어』는 소중한 기록입니다. 우리가 출발할 곳은 여기입니다.
- 하승수(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청소년을 위한 세계인권사』 저자)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기에 말해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여기에 있다. 25명의 낙태 경험에 25개의 사연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한 해 수십만 건에 달하는 이야기가 매년 침묵당해 왔다는 뜻일 것이다. 낙태와 관련된 문제적 현실은 손쉬운 도덕적 단죄나 찬반양론이라는 프레임 속에서는 단 한 가지도 ‘해결’될 수 없다. 이 책은 ‘당신이 생각하는 낙태’와 ‘세상이 알아야 할 낙태’ 사이에 놓인 거대한 간극을 드러내고, 동시에 그 간극을 메우며, 납작하게 짓눌려 있던 우리의 사유를 확장시킨다. 사람은 ‘생명’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로는 거의 아무것도 설명될 수 없다는 것, 모든 감정이 그러하듯 죄책감 역시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것, 책임과 윤리를 논하려면 우선 좋은 관계와 좋은 삶이 논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려 주는 이 책을 읽고, 위로받는 사람이 나만은 아닐 거라고 믿는다.
- 전희경(여성학 연구자, 『오빠는 필요없다』 저자)
같이 아기 만든 남자들이여! 주홍글씨의 남자 주인공처럼 그대들도 함께 나서 주세요. 기쁨을 나눴으면 책임과 고통도 함께해야 진정한 사랑이니까요.
- 이유명호(한의사,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 저자)
▣차례
6 머리말 25명의 낙태에는 25개의 사연이 있다
12 민우회로 걸려온 전화, 떨리는 목소리
22 당신이 생각하는 ‘낙태’는 없다 : 그녀들의 이야기 24 25명의 그녀 26 그 선택의 ‘가혹함’에 대하여 | 낙태, 결정의 순간 52 어떤 하루 | 그날 그 산부인과에서 71 피임, 실천하기 | [왜]와 [어/떻/게] 사이에서 86 그 남자는 어디에 | 없거나 있거나 97 ‘죄책감’ 요구하는 사회 | 우리 이렇게 하자. 앞으로 이 일에 관한 얘기는 꺼내지 않기로 116 그 경험의 얼룩 | 낙태, 이후 139 나(만)의 경험을 넘어 | 자매애라는 세 글자 148 나에게 낙태는 ooo 이다
152 낙태, 자주 듣는 질문 몇 가지 154 자연 주기법도 했고, 질외사정을 했는데도 임신을 하게 됐어요. 158 낙태를 했습니다. 몸을 위해 뭘 챙겨야 하는 거죠? 161 이야기할 사람이 없습니다. 163 도움이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는 곳
164 낙태를 법으로 처벌해야 할까? 166 낙태 관련 통계 168 국내 낙태 관련 현행법 171 외국의 사례
178 맺음말 세상이 알아야 할 ‘낙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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