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무례와 오지랖을 뒤로하고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민우회 30주년을 맞이하여 출판된 신간을 소개합니다 :-)
<온갖 무례와 오지랖을 뒤로하고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입니다.
겨드랑이털을 제모하지 않았습니다. “난 겨털 있는 여자 싫더라”
성별임금격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여자는 능력 없고 일을 적게 해서 돈 덜 받는 거잖아”
하루에도 몇 번씩 무례한 말을 들을 때가 많습니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애는 키워 봐야 어른이 되는 거다”
화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너 쌩얼 아파보인다? 그리고 요즘 화장은 예의야”
깊은 고민 없이 막말을 던지는 ‘오지라퍼’ 때문에 분노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길을 막아서는 무례와 오지랖에도, 그것을 ‘뒤로 하고’ 우리는 계속 페미니스트로 살아갈 것이라는
다짐, 선언, 선전포고(?)를 담아서 책 제목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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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여성민우회의 소식지 <함께가는 여성>과 홈페이지에 실렸던 페미니스트들의 글을 엮었습니다.
제모, 패션, 건강 등 몸과 관련된 이야기, 함께 혹은 홀로 사는 삶에 관한 이야기, 결혼과 육아에 대한 고민, 그리고 직장, 교회, 장례식 등
일상 곳곳에서 겪었던 다툼과 갈등 등 페미니스트라면 한 번쯤 직면했을 경험에 대한 솔직한 글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 같은 세상에서, 돌이킬 수 없이 변한 자신을 지키며 삶의 어느한 구석에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페미니스트들이 생생히 존재한다는 기록입니다.
처음 페미니즘을 접했을 때, 페미니스트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될 때,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것이 지칠 때, 이 책이 읽혀지길 바랍니다.
온갖 무례와 오지랖을 뒤로하고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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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이유 없이 아팠던 때가 있었다.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아플 때 이곳 저곳 병원을 옮겨 다니다 다다른 병원에서 의사는 엄마와 나에게 조심스럽게 정신과를 가보면 어떻겠냐고 말했었다.
충격 받은 엄마의 눈빛을 보며 처음으로 모든 걸 말하고 싶었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담배도 피고, 여성운동을 하고 싶고, 내 유년 시절은 많이 우울했다고.
억울함과 외로움이 뭉쳐서 일그러진 부위가 많은 것 같다고. 그렇지만 정신과를 가 보라는 것부터가 충격인 엄마의 눈빛을 보고 생각을접었다.
‘엄마아빠 다 거짓말이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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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간을 벗어나자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고 ‘내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자문을 했을 때, ‘너무 지겨워서’라는 울림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서른이 되면서 생긴, 인생의 신작로를 어느 정도는 닦아 놓아야 할 것 같은,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젊은 여자 아이’가 이제는 아니어도 된다는 그 안도감과 시원함이 가져다 준 자신감이라면 좀 설명이 될까?
20대를 살아가면서 ‘젊은 여자 아이’이기에 겪었던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반말과 무례함.
‘경계 밖과 안의 그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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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설거지를 둘러싸고 티격태격하던 남편과 아들이 나란히 거실에 앉아 빨래를 개키기 시작한다.
누나와 엄마의 스타킹과 속내의까지 착착 각을 세워 접은 뒤 각자 방 서랍까지 배달하는 것으로 빨래 개키기는 끝난다.
앞으로도 집안일 훈련은 쭈욱 계속될 것이다.
함께 먹을 식사를 위해 국 끓이고 생선 굽고 나물 무치는 멀티태스킹의 현장에서 내 아들이 숟가락 하나 놓지 않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아들에게 집안일 시키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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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색 이후에 싸해지면서 멈춰진 그 시공간을 깨뜨리고, 전환할 수 있는 전략이 바로 이것이라고 말해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작고 미약하더라도 불편함을 사색하고 대응할 근력이 나에게 있다는 것이 환기되면서 ‘정색하지 말 걸’이라는 후회는 멈췄다.
다음 번 모임에서 그 남성과 어떻게 싸워야 할지 여전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모임에 빠짐 없이 더 적극적으로 나갈 것이다.
그리고 정색이 필요한 상황에서 망설임 없이 정색하고 불편함에 대해 꼭꼭 씹어가며 말할 것이다.
‘정색해도 괜찮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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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은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엮은 페미니즘 책입니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한국 여성의 다양한 고군분투가 생생히 잘 담겼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신나고 멋지지는 않지만, 너무 지치거나 힘 빠지지는 않는 ‘꽤 할 만한 싸움’의 기록들입니다.
책을 만들면서 “헐! 내가 쓴 줄!” 이라는 말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공감할 만한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으니 꼭 읽어주시고 주변에도 권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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