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이명박 정권의 타락,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이명박 정권의 타락, 어디까지 갈 것인가
8월 22일 경향신문은 지난 17일 정정길 청와대 대통령 실장과 이동관 대변인, 유재천 KBS 이사장, 최시중 방통위원장 등이 서울 시내 모처에서 김은구 전 KBS 이사 등 전직 KBS 임원들과 회동을 갖고 KBS의 새 사장 인선 문제를 논의한 사실을 보도했다.
하루 전인 21일 유재천 이사장 등 ‘친이명박 이사’들이 주도한 KBS 이사회는 KBS의 새 사장 후보 추천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KBS 내부 구성원들이 이를 막으러 필사적으로 쫓아다녀 KBS 이사회는 여의도와 서울 강남북을 오가며 파행적으로 진행됐고, 결국 5명의 사장후보를 압축했다. 그 5명 가운데 김은구 씨가 새 사장으로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즉, KBS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추천해야 할 KBS 사장 선임을 사실상 청와대가 진두지휘하고 있음이 적나라하게 폭로되었고, KBS 이사회는 청와대 지침을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들임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5배수 후보군을 압축했다지만 이는 청와대가 지명한 인물을 새 사장 자리에 앉히기 위한 ‘쇼’일 뿐이다.
KBS 사장은 방송법에 따라 KBS 이사회가 ‘임명제청’하도록 되어 있다. 임명제청을 받은 대통령은 임명권을 행사해 ‘임명장’만 수여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토록 노골적으로 공영방송 사장 인선 문제에 개입할 수 있단 말인가.
최시중 씨는 이날 회동에서 “KBS 후임 사장이 중요하다.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려고 여러분을 모시게 됐다”며 자신이 회동의 주선자인 것처럼 말했다고 한다. “내가 결정하지 않았는데, 누가 결정하나”며 KBS 사장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했던 최시중 씨가 이제 자신이 마치 ‘KBS 사장 면접관’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세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이라고 하지만 이토록 막가파식의 방통위원장이 세상천지에 누가 또 있겠는가.
정 실장 또한 “KBS 문제가 중요하니 후임 사장을 잘 정해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KBS 사장을 정하는 문제에 청와대가 도대체 무슨 명분과 근거로 나선단 말인가.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밀실에서 KBS 사장 인선을 논의했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영방송 사장조차 밀실에서 낙점해 밀어붙이면 된다고 여기는 것인가. 아무리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민주주의’가 내동댕이처진 신세지만,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
이런 ‘대책회의’까지 해놓고도 청와대는 “KBS 사장 선임에 개입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시치미를 떼며, 오히려 ‘청와대 3명 압축설’ 등을 보도한 언론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할 것’이라고 ‘협박’까지 했다. 그야말로 철면피가 따로 없다.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이명박 정권의 ‘폭주’는 도대체 어디까지 갈 작정인가. KBS 사장 인선에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이 이토록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면, 이명박 정권은 스스로 폭주를 멈추는 것이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연주 사장 해임을 무효화하고, 밀실야합으로 KBS 사장을 낙점하려했던 것을 국민 앞에 사과하라.
최시중 씨는 더 이상 방송을 난장판으로 짓밟지 말고 방통위원장을 물러나라. 그것이 자신과 이 정권을 조금이나마 덜 욕보이게 하는 행동이다.
유재천 이사장을 포함한 ‘친이명박 KBS 이사’들 또한 청와대 수족 노릇을 그만하고 KBS 이사 직을 내놓아라. 도대체 KBS를 어디까지 망칠 셈인가.
야합에 따라 KBS 사장 후보군이 된 김은구 씨 등 5명 또한 스스로 공모를 철회하라. 이미 KBS 사장 선임 절차 자체가 불법적임이 온 천하에 드러난 만큼 그 누구도 KBS의 새 사장이 될 수 없다. <끝>
2008년8월22일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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