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엄기영 사장은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역사적 책무를 다하라
엄기영 사장은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역사적 책무를 다하라
엄기영 MBC사장이 오늘 방문진의 사퇴압박을 거부하고, 새로운 MBC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흔들리지 않고 정도를 가겠다는 뜻도 재차 확인했다. 우리는 엄기영 사장의 결단을 환영하며, 부당한 협박에 굴하지 않고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역사적 책무를 다해나갈 것을 요청한다.
엄 사장은 무엇보다 먼저 자신에게 보장된 임기를 지켜야 한다. 경영진 중도해임은 두말할 것 없이 MBC장악의 첫 단추다. KBS에서 정연주 전 사장이 해임된 지 1년 만에 공영방송 KBS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엄 사장도 똑똑히 지켜보았을 것이다. 게다가 정권의 의지는 MBC민영화를 향하고 있다. 최시중씨도 방문진의 경영진 사퇴압박이 MBC의 정명(正名)을 찾는 일과 관련된 것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엄 사장의 진퇴여부가 공영방송 MBC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엄 사장의 오늘 선언은 단순히 소신을 천명한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할 공영방송 수장의 역사적 책무인 것이다.
한편, 엄 사장은 오늘 “새로운 MBC(NEW MBC)를 만들어야 한다”며 전사적인 미래위원회 구성 등의 구상을 밝혔다. 정권의 압력에 대한 수동적 대응을 넘어 MBC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공영성을 강화하기 위한 능동적인 선택이길 바란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엄 사장이 발표한 이른바 ‘New MBC Innovation Plan’이 △공정성위원회 설치, △효율경영, △구조조정을 주요의제로 내세운 대목이 그렇다. 미래위원회가 이런 의제들을 MBC 미래의 화두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이같은 의제가 중심이 될 경우 방문진 다수 이사들이 줄곧 제기해온 부당한 요구에 떠밀리거나 타협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소지가 다분하다
미래위원회를 구성하게 되면 무엇보다 공영방송이라는 위상에 맞게 공익성과 무료보편적 서비스의 강화라는 본연의 책무를 중심에 두고 논의를 시작해야 마땅하다. 또한 논의과정에 MBC 전 구성원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며, 민주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 엄 사장 스스로도 ‘구성원들이 힘을 모으는 게 절실하다’고 한만큼 엄 사장은 당장의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구성원들의 참여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아울러 MBC의 개혁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 MBC의 개혁방향은 공영방송의 진정한 주인인 시민들과 시청자, 그리고 시민사회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MBC안팎의 힘을 모으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임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엄 사장이 말한 대로 “정도를 걸으면 희망이 있다.”
공영방송 MBC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엄 사장과 MBC전 구성원은 물론 시민사회가 모두 함께 MBC를 지키기 위해 흔들리지 않고 정도를 걸어야 할 때이다. <끝>
2009년 8월 31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약칭 : 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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