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인권침해와 선정보도 규탄 긴급기자회견문
문화일보의 신정아씨 관련 인권침해와 선정보도 규탄
언론,여성,인권단체 긴급 기자회견문
도저히 언론의 행태라고는 믿기 힘든 경악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어제 문화일보를 본 우리들은 참담함과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한낮 온 거리에 뿌려진 살구색 신문에 담긴 '신정아 누드 사진 발견'이라는 기사제목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펜으로 난도질하는 테러와 다름없었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문화일보는 더 이상 '언론'이 아님을 선언한다. 나아가 앞으로 문화일보의 책임을 묻기 위해 불매운동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임을 밝힌다.
문화일보가 신정아씨와 관련해 제기한 '성로비 의혹'은 '한 건 터트리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작태로서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문화일보로 인해 한 사람의 인권은 무참히 짓밟혔다.
한국사회에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낙인찍힌 여성에게 사생활이 없다는 건 상식이 되어버렸다. 특히 돈과 권력이 관련된 사건에서는 여성이 성을 매개로 돈과 권력에 접근했다고 성급히 결론짓는 일이 다반사다.
권력과 부를 가진 여성이 젊고 미모를 가졌을 경우에는 거의 모듡 언론과 네티즘들이 마치 '판관'처럼 행사하며 사생활을 파헤치고 비난을 퍼붓는 데 주저함이 없다. 문화일보의 이번 '알몸사진' 게재는 한국사회에 내재된 이 같은 여성비하와 성적 대상으로만 여성을 바라보는 저급한 성인식이 배경이 되었다.
문화일보는 '신씨가 각계의 원로급 또는 고위급 인사들에게 성로비를 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물증'이라는 단 한명의 익명 취재원의 '추측' 발언을 근거 삼아 "성로비도 처벌 가능한가"라는 기사까지 썼다. 그 외에는 '알몸사진'과 '성로비'가 연결되는 그 어떤 근거도 문화일보의 기사에서 찾을 수 없었다. 기사는 '처벌 가능한가'라고 묻고 있지만 신정아 씨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점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결국 신정아씨는 '죄'를 짓지 않았을뿐더러 '로비'를 했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만약 결정적인 증거가 되는 사진이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를 신문 지면에 게재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하물며 증거도 되지 않는 여성의 '알몸사진'을 싣는 문화일보의 행위는 결코 정상적인 언론활동으로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문화일보의 의도가 오직 한 가지뿐이라고 단언한다. 신씨의 사진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의 관음증과 호기심을 최대한 자극해 이목과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것이다. 바로 천박한 저질 상업주의 그 자체인 것이다.
문화일보의 편집국장은 사진 게대에 대해 '사건의 본질을 보여주는 상징적 증거'라며 '국민의 알 권리에 기여한 것'이라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어떻게 죄를 묻기도 힘든 행위가 '사건의 본질'이 될 수 있는가? 차라리 신정아씨의 인권은 생매장되든 말든 '신문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한 건 저질렀다'고 솔직하게 말하라.
이미 문화일보는 연재소설 '강안남자'에서부터 천박한 성인식과 '황색찌라시'로서의 진면목을 드러낸 전력이 있다. 그런 신문이 급기야 알몸사진까지 게재한 것을 보며 우리는 인권의식의 실종을 우려함은 물론, 여성인권에 대한 매우 직접적인 위협까지 느끼게 된다. 우리는 이번 문화일보의 보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법적,사회적 책임이든, 독자들의 자발적이고 광범위한 구독중단이든, 행위에 걸맞는 책임을 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다른 언론들이 이번 문화일보의 '여성인권 테러'를 반면교사로 삼아줄 것을 당부한다. 문화일보의 보도가 있은 뒤 하루만에 이미 일부 언론은 우려할 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몇몇 언론은 문화일보가 제기한 '성로비 의혹'을 이미 기정사실화해 '성적방종' 운운하는가 하면, '다채로운 남성편력, 잠못드는 유력인사 많을 것'이라는 기사제목(경향)을 대문짝하게 붙이기도 했다. 사실 문화일보의 '테러'이전부터도 대다수 언론들은 '분홍빛 e-메일'에 담긴 사연이라든지, 신정아씨의 거주지 정보 등을 까발리기 위해 혈안이 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여성에 대한 천박한 인식이 만연한 탓에 "덜 예쁜 여자 골라야 서비스 좋다"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여성 비하 발언은 거의 언론이 다루지 않았다. 신정아씨 논란은 밝혀야 될 사안과 드러내지 말아야 할 사적영역이 온통 뒤섞인 채 온 신문과 방송화면에 도배질되고 있음에도, 이 후보의 발언은 언론사 편집국장들과의 술자리에서 나왔음에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언론의 천박한 수준을 그대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문화일보의 자중과 진지한 반성을 촉구하며 다음을 요구한다.
하나, 문화일보는 독자와 국민 앞에 즉각 공식 사과하라
하나, 문화일보는 이번 기사 파문과 관련된 기자와 간부를 징계하라
하나, 문화일보는 반성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자진폐간하라
하나, 양식있는 기업들은 문화일보 광고게재 중단하라
하나, 모든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를 호도하지 말고, 개인 사생활 폭로를 일체 중단하라
하나, 더 이상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삼지 말고, 성폭력적,인권침해적 언론보도를 즉각 중단하라
2007년 9월 14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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