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 여성의 날에 2년 뒤의 서울을 기대한다
「여성의 삶을 바꾸는 서울 비전」 환영논평
<3.8 세계 여성의 날에 2년 뒤의 서울을 기대한다>
3월 6일 서울시는 「여성의 삶을 바꾸는 서울 비전」을 발표했다. 「여성의 삶을 바꾸는 서울 비전」은 6개 영역(성평등, 일자리, 건강, 안전, 임신출산, 소외계층지원)에 걸쳐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될 서울시 성평등 정책들을 담고 있다. 이는 오랜만에 제시된 '시혜가 아닌 사회개혁을 지향하는 여성 정책'으로 좋은 성평등 정책 사례이다.
'여성 배려‘ 정책이 아닌 '성차별 개선’ 정책을 환영한다.
여성 정책은 여성을 소수자로 배려하는 정책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성차별적 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최근의 ‘여성의무공천제 특혜 논란’에서 보듯 여성 정책이 시혜적인 정책으로 협소하게 이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시된 「여성의 삶을 바꾸는 서울 비전」은 여성 정책 본연의 방향성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성평등위원회 설치', '성평등기본조례 제정', '정책 결재시 성평등 관점 고려 여부 검토', '공무원 중 여성 관리자 비율 확대'처럼 정책결정구조에 성평등 관점을 도입하는 제도들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성차별은 특정 영역에 국한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특정 영역에서만 시행된다면 그것은 한계가 분명한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질적인 성차별 개선을 위해서는 영역별 정책 과제와 함께 시정 전반에 성평등 관점을 도입하는 이러한 제도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양육과 출산 지원 위주의 여성 정책을 여성건강권과 노동권 보장 정책으로 확장한 것을 환영한다.
최근 여성 정책의 특징 중 하나는 양육과 출산을 주된 지원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양육과 출산은 여성의 삶에서 중요한 사건일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여성의 삶 전체가 아닌 일부분이다. 사회적인 질병으로서의 '주부 우울증'이 보여주듯이, 오히려 이 특정 부분 중심으로만 여성의 삶을 지지하는 것이 여성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성의 삶을 바꾸는 서울 비전」은 ‘양육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를 추구하며 그 기반으로 '남성육아휴직 의무사용 권고'와 같은 일 가정 양립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동시에 대부분 여성인 '서울시와 시 투자출연기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유통산업 여성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중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월 2회 휴무 조례 제정', ‘2시간 이상 서서 일하지 않기 캠페인’, ‘유방암 ․ 자궁경부암 등 2대 여성암 퇴치를 위한 무료검진 확대’, 여성 우울증 대책으로서의 '여성전용 정신건강치료센터 설치'와 같은 정책들도 중요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는 양육 위주의 여성 정책을 여성노동권 보장 정책으로, 출산 위주의 여성 정책을 여성건강권 보장 정책으로 확장하는 한 시도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오랜만에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여성정책이 발표된 것을 환영한다. 다만 비혼 여성, 한부모 가족의 여성 가장, 장애 여성, 이주 여성 등 다양한 여성들의 현실이 풍부하게 반영되어 있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 앞으로 더 많은 정책 과제를 발굴하기를 기대한다.
「여성의 삶을 바꾸는 서울비전」은 지방정부에서 실현가능한 성평등 정책의 범위가 결코 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서울시의 이번 발표를 계기로 각 지방정부가 지자체의 성평등 정책을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기를 바란다. 또한 발표된 계획들이 성실히 시행되어 2년 뒤, 달라진 서울시 여성의 삶을 확인하며 다시 한 번 환영 논평을 낼 수 있기를 바란다.
2012년 3월 8일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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