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대한 의견
대한 의견서
지난 8월3일 행정안전부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행정안전부가 밝히고 있는 제안 이유는 사회적으로 요구가 큰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내용을 신설하여 규제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현행 법률체계를 개편하고, 기부금품 모집등록을 원칙허용 방식으로 변경하여 등록에 있어서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기부금품의 사용기한 설정, 사용명세 공개 등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를 추가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ㆍ보완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부문화 활성화, 기부금품 사용기한의 제한, 원칙허용 방식으로의 기부금품 모집 등록기준 도입, 기부금품 사용의 투명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예고된 법안은 기부의 활성화라는 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개정안이다.
행안부의 기부금품 모집제도 업무편람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기부금품 제공여부는 전적으로 국민 개개인의 자유의사에 의해 결정되며 그것을 통해 만족을 얻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규제는 공익적 차원에서 최소한의 법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제출된 법안은 정부부처의 관리를 중심으로 되어 있는 기부문화 활성화에 역행하는 법안으로 평가된다.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등록금지조항과 사용연한 신설조항, 행정비효율의 문제이다.
1. 등록금지조항의 문제점
개정안의 취지는 최소한의 규제만 두는 네거티브제로의 전환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넓은 영역의 사업을 지목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내용 또한 해당부처의 해석권한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1) 영리․정치 또는 종교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제4조 제2항 제1호 가목)
이와 같은 등록불가 사유는 너무 넓은 분야를 포괄하고 있어 많은 일상적 활동이 제약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모든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을 ‘정치’라고 해석될 수 있으며 ‘종교 활동’에 대해서도 종교단체의 포교의 자유를 제한할 가능성이 많다.
2)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 찬성 또는 반대할 목적으로 하는 사업(제4조 제2항 제1호 나목)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정부정책에 대한 감시와 비판 그리고 대안제시가 그 목적인데 이것을 위한 기부금품 모집을 제한하는 것은 시민사회단체의 고유 역할 자체를 부정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정부 정책에 대하여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렴 수단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3)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 하는 사업(제4조 제2항 제1호 다목)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하여 모금을 하는 경우는 재판에 드는 비용이나 상해 또는 재물 손실에 대하여 피해자에게 물질적, 의료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정안대로라면 공익소송이나 억울한 피해자 구제관련 사업에 대한 모금이 불가능해진다.
4) 법령위반 등 불법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제4조 제2항 제1호 라목)
집시법과 관련하여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억제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2. 사용연한 신설조항의 문제점
기부금 사용연한을 기본 2년으로 정하는 신설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기부자와의 협약, 사용처의 현실적 조건 등에 따라 사용기한은 다양화 될 수 있음에도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관리부처의 편의만을 고려한 것이다. 이는 동시에 사용연한의 연장신청으로 인한 관리 및 행정비용의 추가발생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3. 행정비효율의 문제
법 제14조에서는 기부금품의 모집상황과 사용명세를 공개할 의무와 함께 사용을 끝낸 때에는 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회계감사를 받아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익법인은 이미 관리감독, 공시의무, 회계감사 등의 의무를 현재에도 준수하고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는 행정상의 중복과 비효율의 문제가 야기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기부금품 모집에 대해 건별로 등록할 경우 사업건별로 추가적인 법률의무를 동일하게 이행해야 하므로 행정적 비효율 뿐 아니라 비용지출의 이중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한국의 기부문화는 2000년 이후 매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높아진 시민 의식과 온라인 인프라 구축으로 인해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모금을 전문적으로 하는 전문재단과 단체가 생겨났고 SNS시대에 누구라도 제안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할 수 있는 역동적인 형태로 변화․발전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뿐 아니라 크라우드 펀딩도 활성화되면서 기부문화가 활성화 효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시점에 행정안전부는 온라인 모금에 대해서도 기부금품모집법의 등록대상으로 보고 있어 이미 만들어진 기부문화의 활성화를 저해하고 모든 기부금품 모집에 대해 관리․감독하겠다는 구시대적 발상으로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또한 개정안은 행정비효율의 문제, 기부금품 제외 대상의 문제, 기부금품 모집행위에 대한 문제, 적용대상의 문제, 타 기관과의 형평성의 문제, 모집비용의 문제, 과잉처벌의 문제, 사후관리제도의 문제 등 기존의 문제점들을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다고 평가된다.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사실 상 기부자의 권익보호와 비영리단체의 투명성강화를 위해서는 ‘허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등의 전면적인 개선이다. 기부금품법은 시민사회 활성화 및 시민단체의 활동에 중요한 법이므로 정부가 시민사회와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견지해줄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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