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돌보미 사업’은 국가보육제도의 부실함을 할머니에게 떠넘기는 제도이다
- 손주 돌보미 사업 반대 성명서 -
‘손주돌보미 사업’은
국가보육제도의 부실함을 할머니에게 떠넘기는 제도이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3월 1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손주 돌보미 사업’을 시행하는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손주 돌보미 사업’은 여성가족부에서 시행 중인 아이돌보미 사업과 연계해 할머니가 아이돌보미 교육을 받고 손주를 돌볼 경우 국가에서 손주 돌보미 수당을 지급하는 보육제도이다.
‘손주 돌보미 사업’은 당장은 반가운 정책일 수도 있다. 할머니가 손주를 돌보고 있는 맞벌이 가정이 이미 많은 상황에서, 이런 보육 형태를 국가가 지원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할머니가 손주를 돌보는 맞벌이 가정이 많은 이유, 심지어 할머니가 없으면 맞벌이는 불가능한 일로 여겨지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손주 돌보미 사업’이 보육제도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황당한 정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이 일하기를 원할 때, 양육을 부모 세대에 의존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선 한국 기업들이 대부분 아이를 키우면서는 도저히 일할 수 없는 노동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남편과의 공동 양육은 문화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쉽지 않고, 민간 어린이집은 신뢰할 수 없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그 수가 적어 대기기간만 몇 년이다. 그래서 결국 찾는 해결책이 할머니다. 이런 상황에서 ‘손주 돌보미 제도’를 시행한다는 것은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그대로 둔 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어불성설,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임시 대처이다.
또한 보육제도는 보육을 엄마의 일에서 공동체의 일로, 가족의 책임에서 국가의 책임으로 바꿔나가기 위한 제도여야 한다. 하지만 ‘손주 돌보미 사업’은 보육을 엄마의 일에서 할머니의 일로 바꾸는 제도, 국가보육제도의 부실함을 가족의 몫으로 떠넘기는 제도이다. 보육제도가 지향해야할 정책 목표에 정확하게 역행하는 보육제도인 것이다.
돌봄을 여성의 역할로 한정 짓는 효과를 낳게 될 이 제도를 다른 부처도 아닌 여성가족부에서 검토 중이라는 것은 현재 여성가족부의 한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이기도 하다. 여성가족부는 ‘손주 돌보미 사업’ 추진을 중단하고 성평등한 관점과 구조적인 통찰력을 갖춘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2013. 3. 20.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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