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의료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의견서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의견
1. 의료광고 심의위원회를 의사협회로부터 독립된 기구로 재편성해야 한다. 2. 의료광고 심의위원회 위원 중 환자/여성 등을 대표할 수 있는 비의료인 위원의 비율을 보다 적극적으로 높여야 한다. |
2월 16일 보건복지부는 '의료광고 심의위원회의 위원에 환자·여성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추가하고, 의료인이 아닌 자가 전체 위원의 3분의 1 이상이 되도록' 의료법 제 28조 2항 및 4항의 개정을 포함하는 안을 입법예고했다. 심의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는 하나 현 의료광고 심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법 개정 취지는 실현될 수 없다.
2007년부터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제 24조 2항에 따라 의료광고의 심의 업무를 의사회, 치과의사회, 한의사회에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에서 각 의료광고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의료광고에 대한 사전 심의를 담당한다. 심의위원회 위원은 심의기관인 각 의사협회의 장이 위촉한다. 의사협회 소속이거나 의사협회에서 위촉한 위원이 대부분 같은 단체 소속 의료인이 광고주인 광고를 심의하는 것이다.
심의위원회가 만들어진 이래 수 년 동안 불법광고가 적발되더라도 해당 의료인 및 의료기관에 대한 강력한 불이익 조치가 행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2009년부터 의료광고 심의와 관련하여 의사 선후배 또는 지인 간 청탁과 압력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무분별한 의료광고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자, 의사협회는 작년 11월에야 지금까지의 계도 중심의 관행에서 벗어나 불법 광고의 누적횟수에 따라 행정고발 등 엄격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애초에 보건복지부가 의료광고 심의를 그 광고로 수익을 올리려는 이해당사자 집단에 위탁하여 운영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상식적으로 심의위원회 위원 구성 및 심의행위의 주체는 광고주가 속한 단위가 아니라 그 광고에 실제로 영향을 받을 시민들을 대변하는 단위가 되는 것이 타당하다. 광고 심의에 의료인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면, 심의 자체를 의사단체에 위탁할 게 아니라 심의위원 중 일부를 의료전문가로 구성하거나 자문을 구하면 될 일이다.
보건복지부가 진정으로 의료광고 심의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고자 한다면, 심의위원회 구성비를 개선하기 이전에 의료법 24조 2항을 개정하여 의사협회로부터 독립된 의료광고심의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심의위원회 위원 중 비의료인이 3분의 1 이상이 되도록 한다는 개정안 자체도 매우 소극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의료적 정보에 대해서는 한 점 틀림이 없는 광고라도 얼마든지 소비자를 현혹시킬 수 있기에, 국민 건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의료광고에 대한 심의는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 이를테면 현재 의료광고 심의규정이 어떤 광고가 의료기관을 ‘클리닉’으로 표기했는지 ‘센터’로 표기했는지를 따지는 것보다 훨씬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할 부분은 그 광고가 성차별적이거나 인권침해적 메시지를 함의하고 있지는 않은지,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부추기고 있지는 않은지다. 이러한 적극적 심의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심의위원회 구성 시 환자/여성의 권리를 대변할 비의료인의 비중이 획기적으로 높아져야 한다.
의료 영역마저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내맡겨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무분별한 의료광고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사전심의대상인 광고뿐만 아니라 가격할인이나 1+1 등의 병원 이벤트, 하루에도 수십 건 쏟아지는 광고성 기사, 블로그나 카페 후기 등 영리 목적의 환자 유인․알선 행위가 사실상 보건복지부의 묵인 하에 관행적으로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광고 심의제도의 운영이 의사협회에 위탁되어 있고, 그 위원 구성비조차 형식적인 적정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대단히 문제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예고된 입법안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실질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2015. 3. 30.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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