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현대자동차 2002/2003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대한 의견서
이번 귀사의 지속가능성보고서는 한국에서 최초로 발간되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강제되거나 의무사항이 아닌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보고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활동에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고려하고 지속가능경영을 경영철학으로 도입하고 실천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의지 표현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첫 시도이니만큼 부족하거나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적 상황에서 특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에 대한 보고가 미흡하다 여겨집니다. 대립과 경쟁의 노사관계 문제, 정치권과 기업간의 유착 문제, 낙후된 지배구조 시스템 문제, 소액주주보호 문제, 사회문제화 된 비정규직 차별 문제 등에 대하여 보다 세부적이고 자세하게 설명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보고서에서 공표한 가치와 원칙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의 최고경영자 - 경영실무진 - 종업원들 간의 유기적 관계가 설정되어야 하고 변화된 의식이 계속적으로 검증되고 평가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사회적·환경적 성과를 설명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 제시 또한 보고서의 신뢰성 차원에서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1. 해외 사업장을 포함한 포괄적인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하여야 합니다.
이번 현대자동차 지속가능성보고서는 주로 국내 활동에 한정하여 보고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유럽과 미주지역, 그리고 아시아 등 전 세계에 걸쳐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서 밝히고 있듯이 다국적기업은 자신이 활동하는 소재지국의 일반 기업정책, 정보공개,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및 조세 등 광범위한 영역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 생산법인을 설립하여 활동하고 있는 바, 해외 사업장의 소재지국에서의 사회적·환경적 성과를 포함한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하여야 할 것입니다.
2. 기업과 정치권의 유착관계에 대한 분명한 원칙과 설명이 필요합니다.
지난 대선 당시 재벌기업들의 불법정치자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에 대한 보고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기간을 보고서의 범위로 설정(환경 성과 : 2002년 1월 1일 ∼ 12월 31일, 사회 성과 : 2002년 1월 1일 ∼ 2003년 8월 31일)하고 있는 만큼, 그리고 현대자동차가 이른바 '차떼기'로 현금 100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한나라당에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 철저히 설명되어야 할 것입니다. 합법·불법을 떠나 대선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있는지와 있다면 회사차원의 제공인지 임원 개인 명의의 제공인지 여부, 자금을 조성한 경위, 이의 회계처리 과정, 그리고 세부적인 정치자금 제공 내역 등을 상세히 설명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는 불법적으로 건네진 정치자금이 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개인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바, 이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설명하여야 하며 설사 사실이라 할지라도 엄연히 정치권이 현대자동차에 요구하여 받은 자금이니만큼 회사와 무관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해명이 필요할 것입니다.
3. 기업지배구조 부문에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1월 정몽구 회장의 아들과 조카, 사위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경영권을 물려주는 세습경영 행태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공정한 경쟁을 치르지도 아니하고 경영능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혈연관계만을 이유로 채용하여 고속 승진시키는 것은 현대자동차가 이야기하는 '투명경영', '책임경영'과는 먼 전근대적인 경영방식으로 경영 안정성을 해치고 회사의 인사정책을 흔드는 행위입니다. 세습이 아닌 합리적 근거에 의해서 채용과 승진이 이뤄졌는지 충분히 설명되어야 할 것입니다.
GRI 가이드라인에서는 이사회와 산하 위원회에 대한 설명, 사외이사 비율과 함께 중요하게 사외이사의 독립성에 대한 판단 근거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전·현직 직업이 아닌 기존회사와의 관계나 자회사와의 관계, 혹은 고객과 공급자 관계, 지배주주와의 관련성 등에 비추어 충분히 독립적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사회적·환경적 성과와 관련한 이사의 전문성(환경실적이나 노동관행에 대한)과 주주들이 이사회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있는지에 대해 가이드라인은 설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액주주보호 차원에서 도입된 집중투표제 배제 이유가 설명되어야 할 것이며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사외이사제 무용론에 대한 사외이사의 역할과 활동성과가 상세히 서술되어야 할 것입니다.
4.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언급이 추가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임직원의 현황과 직군별 인원에 대한 보고를 넘어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듯이 남녀별, 고용형태별, 계약기간별로 분류하여 고용현황을 보고하여야 하며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에 차이를 두고 있는지 여부와 차이를 두고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되어야 할 것입니다.
5. 노사관계에서 설명이 추가되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GRI 가이드라인에서는 노사관계와 관련하여 몇 가지 지표를 두고 있습니다. 인권항목에는 '결사와 단체협상의 자유'를, 노사관계 항목에는 '노조 참여율'과 '중요사항의 협상 정책', '직원의 의사결정기구에 참여를 위한 조항' 지표 등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인권항목의 '결사와 단체협상 자유'에서는 해당 국가의 법과 무관하게 어느 정도나 적용되고 있는지 설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국내보다 노동조건이 다소 열악하다고 평가되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 그리고 남미 등에 현지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바, 현지에서 어떤 노동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노동자의 기본권인 노동 3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지 등을 상세히 설명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단순히 경영설명회 개최가 아닌 가이드라인의 LA13에 따라 직원의 의사결정기구에 참여 여부를 설명하고 이를 제도화 하지 않았다면 그러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야기되어야 할 것입니다.
6.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항목이 있습니다.
우선 보고서 발간 목적 중 하나는 이해관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니만큼 환경과 관련한 기업의 현 상황과 향후 계획을 일목요연하게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알맞게 설명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전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 나아졌는지 앞으로 어떤 계획들이 있는지를 Time Table식으로 정리하여 환경개선 사항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또한 오염물질 이외의 환경관련 정보도 다양하게 수록되어야 합니다. GRI 가이드라인의 환경관련 정보는 단순히 환경 오염물질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환경에 대한 관심 정도, 환경을 고려한 회계 작성, 제품별 환경데이터 제공 등 기업의 환경관련 정책과 방향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19페이지의 환경비용내역의 경우처럼 관련 데이터들을 좀 더 다양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입니다. 특히 소비자들은 제품을 통해 인식되는 경향이 많으므로 자동차 1대를 기준으로 전 과정에 걸친 환경오염 부하량을 제시해 주는 것도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 지역사회의 경우 기업 전체보다는 각 사업장별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기업 전체뿐만 아니라 개별 사업장별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자동차와 EU의 RoHS(Restriction of the use of certain Hazardous Substances)에 의해 2003년부터 이미 납, 카드뮴, 수은, 6가크롬 등에 대한 관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만큼 자동차에 있어 유해화학물질 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52페이지에 CMS 사업관련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는 소비자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기는 어려우므로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유해화학물질을 중심으로 관리현황이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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