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여성노동상담경향-③직장내 성희롱 상담
직장내 성희롱 상담은 총178건으로 올 해 고용평등상담의 43.1%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입니다. 올해는 직장내 성희롱이 법제화 된지 10년을 맞는 해였는데요, 사회구성원의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인식과 권리구제노력은 늘어났으나, 여전히 대다수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위협하는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올 해 상담에서는 노래방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회식자리 성희롱의 심각성과 성희롱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우리 모두를 돌아봅니다.
"노래방은 노래만 부르는 곳인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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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자리에서 발생한 성희롱은 직장내 성희롱 상담 중 두 번째로 높은 빈도를 보이며 성희롱 상담의 36.5%, 이중 노래방에서 발생한 성희롱은 전체 65건의 회식자리 성희롱 중 45건으로 69.2%에 이릅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002년 회식문화 바꾸기 캠페인을 통해 회식자리에서 만연한 직장내 성희롱을 예방하고 성희롱이 발생하는 성차별적, 위계적 문화를 바꾸는 노력을 했는데요, 이 캠페인 다시 해야겠습니다.
회식자리 (노래방, 회식후 귀가길) |
사업장내 (작업장, 사무실, 매장) |
출장, 야유회, 워크샵, 거래처 |
그 외 기타 장소 (출퇴근길, 사적인 만남, 차 안, 온라인) |
계 |
65(36.5%) |
89(50%) |
10(5.6%) |
14(7.9%) |
178(100%) |
<표 2> 발생장소별 직장내 성희롱 상담 유형(건, %)
노래방이 뭐가 문제냐구요?
회식은 안 가면 눈치 보이고 그 자리에서 잘하거나 못 하는 것이 업무에 영향을 줍니다. 회식 장소의 선정과 회식 방법과 내용 누가 다 결정하나요? '노래방'은 노래만 부르는 건전한 회식장소라는 생각과 상대방을 도구화시키는 어떤 행위도 가능한 곳이라는 생각의 차이. 바로 직장내 성희롱이 발생하는 원인입니다.
사례를 통해 확인해 보겠습니다.
● 오늘 회사 전체 진급자에 대한 축하 회식이 있었는데 ○○노래방에서 옆자리에 있던 같은 파트 안의 상사인 차장님이 단체로 어깨동무를 억지로 하고 있는데 의도적으로 제 볼에 키스를 했습니다. (2008.4.9).
● 회식하고 2차로 노래방을 갔다. 도우미 아가씨를 부르고 페트병으로 성기흉내를 냈다. 새로운 학장이 와서 환영해준다고 모인 자리인데 술을 따르라고도 했다. 그 자리에 나 혼자 여자였는데 노래방(노래방 이름도 ‘노래공원’이였음) 정도인줄 알았는데 너무 충격적이다. 팬티를 머리에 쓰고 4시간이나 그런 식이었다. (2008. 10. 27.)
● 과장이 노래방에서 춤추는 척 뒤에서 끌어안고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손목을 끌어 잡고 반말하고 욕설하고 러브샷 강요, 억지로 술 먹이기 등을 했다. 회식 때 마다 이런 일이 반복됐고 술 취해서 다들 그러려니 하면서 한 번도 부서장을 제지한 적이 없다. (2008. 6. 23.)
박수치고, 웃는 당신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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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성희롱은 가해자와 피해자만이 존재하는 '진공'의 사건이 아닙니다. 많은 내담자들이 문제제기하면서 직장내 성희롱이 발생하기 까지 가해자의 행위에 대한 저지 부재, 동조, 침묵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호응, 남성들이 주도하는 직장문화, 그 안에서 소수의 여성이 느끼는 불편함이 사례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함께 자리에 있던 다른 남자 간부들은 함께 성희롱을 하지는 않았지만 전혀 말리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2008.3.3).”와 같이 성희롱 사건의 현장에서 다른 남성들이나 직원들이 가해자의 언행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가해자에 동조하고 있고 오히려 성희롱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아니에요!
성적인 농담, 여성비하적인 태도, 남성중심적인 문화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호응하지 맙시다~~ 맙시다!
사례 이어집니다.
● 저희 회사는 제조업이라서 현장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이랑 여직원은 저 혼자입니다. 식당에서는 밥 먹을 때 부장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야한농담을 하면 아주머니들이니 당연히 맞장구를 쳐줍니다. 문제는.사장이나..부장이나 똑같다는 겁니다. (2008.01.11).
● 최ㅇㅇ씨는 점심을 다 같이 먹는데 자신이 포경수술 한 애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본인은 앉아서 자신의 불알을 칼로 도려내니 피가 나고 그걸 뒤집어 까더니 신기하다고 하고 칼로 자르는데 소리가 사각사각 났다는 등 적나라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주변에 남직원들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대답을 하며 비웃어 댓고 저는 바로 앞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주변엔 다 남직원들뿐이었습니다.(2008.04.08)
● 술에 만취한 상사가 여직원들의 코, 볼을 꼬집고 가슴을 만졌습니다. 주위에 있던 남자 직원들은 그 분위기, 소위 말하는 흥을 깨지 않기 위해서 여직원들이 그 상사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신체적인 성추행을 시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 상황은 충분히 불쾌하고도 남아 함께 문제제기했습니다. (200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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