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후기] 학내 여성운동, 나의 페미니즘과 우리의 페미니즘 사이에서
7년 차를 맞이한 물, 길(스물, 여성주의로 길을 잇다의 준말)은
학내 여성주의 모임, 학회, 교지, 여성위원회 등 10개의 학내 단위와 개인들이 모여 활동을 시작했어요.
남성학우들의 카톡방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적 대화들, 강의 시간 교수님들의 일상적 성차별 발언,
학내 성폭력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피해자가 대자보를 붙이는 모습들까지.
일상적이고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학내 문화를 바꿔내고
'사소하다'고 취급 받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아내기 위해
8월부터 두달간 일곱 차례의 회의를 진행했어요.
회의에는 동국대 여성주의 교지 오프너, 동덕여대 페미니즘 동아리 WTF, 덕성여대 여성주의 소모임 노라, 이화여대 여성위원회, 인권법률공동체 두런두런, 성균관대 여성주의 모임 나은/모여, 고려대 소수자 인권위원회 준비모임, 연세대 등 다양한 모임과 개인들이 참여했어요.
올해 페미니즘의 키워드 중에는 포스트잇도 빠질 수가 없는데요, 강남역 사건 이후 조성된 추모 공간에 수천 개의 포스트잇이 붙었던 것 처럼,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문화적 장치로서 포스트잇으로 액션을 하자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포스트 잇 문구로는
최근 몇 몇 대학에서 일어난 단톡방 성추행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나는 네가 男톡방에서 한 말을 알고 있다’,
학생 복지보다 건물 짓고 수입에 골몰하는 학교측에 ‘학교야? 건물주야?’
수업시간에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소수자 비하에 거리낌 없는 교수에게는 ‘교수님 그 발언 노-오답’
그 외에 ‘오빠 소리 그만’, ‘어딜 훑어’ 등과 같이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위계와 시선으로 인한 문제 등을 제기하였습니다.
포스트잇 액션을 통해 그간 세미나 위주로 진행되던 모임 안에서 실천이나 액션에 대한 욕구를 가졌던 물길 구성원들에게
다른 학우들과의 접점을 찾고, 이후 일상운동에 대한 역량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어요.
활동들을 함께 나누고, 기획회의에서 나왔던 고민들을 바탕으로 10월 29일(토) 오후 2시, 서울여성플라자에서
<학내 여성운동, 나의 페미니즘과 우리의 페미니즘>라는 제목의 발표회를 개최했어요.
들어가는 강의로, 권김현영 선생님과 함께 페미니즘 공부와 운동(활동)사이의 고민들을 짚어보고,
여성혐오, 성차별 등과 같은 현재 당면한 문제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특히 강의 후 최근의 사회적 이슈와 맞물린 이화여대 투쟁, 낙태법 폐지 시위에 대한 활발한 질의응답이 오가는 등,
다각도로 운동 방법론을 모색할 수 있었어요.
이어진 발표시간에는 물길 기획단 멤버가 직접 나와
“액션을 통해 내가 평소 느끼던 두려움의 실체를 직면하게 되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의 의미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나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는 걸 확인했다, 앞으로도 일상문화에 문제제기 하는 소소한 액션을 기획하고, 그 과정을 통해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과의 접점을 찾아야겠다.” 등 액션을 통해 느낀 바를 진솔하게 전달해주었어요. 물길 포스트잇 액션 외에도 교수의 성차별, 소수자 혐오발언 대응기와 물, 길 5기 선배의 학내 운동경험, 운동 이후의 고민들을 나누면서, 페미니스트로서 어떻게 함께 싸워갈 것인지, 젠더 폭력 대응 뿐 아니라 다양한 의제로서 페미니즘 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전체 토론 자리에서는 우리의 고민과 싸움이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이후 연대 활동의 아이디어를 나누는 등 활발한 토론을 이어갔어요.
물길 발표회는 네트워크 형성 뿐 아니라,
참여한 이들 모두가 구체적인 고민과 활동을 모색하고 일상 속에서 여성운동의 주요 주체로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물, 길 7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시작될 액션을 기대하며!
내년에 다시 만날 물, 길을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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