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월드컵 기간! 중요 현안 외면하지 않는 제대로 된 보도를 촉구한다!!!
월드컵 기간
중요 현안 외면하지 않는 제대로 된 보도를 촉구한다
곧 2006독일월드컵이 시작된다. 월드컵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뜨겁다. 2002년 월드컵보다 더 과감하고 현란해진 응원과 옷차림 등 응원 열기는 이미 치러진 세네갈, 보스니아 평가전만 봐도 이미 월드컵이 시작돼 실제 경기를 치르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대부분 경기가 새벽에 치러질 예정인지라 월드컵 시청을 위한 몸만들기를 주문하는 전문가들도 있고, 지나친 흥분으로 발생할 사고에 대비해 여러 가지 조언을 하는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오히려 이것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 있을 정도로 각계 각층의 관심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은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월드컵 관련 마케팅이 판을 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 발생했던 여러 불미스런 일들도 기억하고 있다. 모두 독일로 갈 것을 유혹하는 각종 이벤트가 넘쳐나는가 하면, 도대체 축구에 관심 없는 이들은 월드컵이 끝날 때 까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비애국자 취급 받기 딱 좋은 상황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상업적 움직임 뿐 만 아니라 월드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우리 언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과 신문사들은 다양한 이벤트와 기사, 프로그램 편성 등을 통해 한껏 분위기 고취에 나서고 있다.
방송의 경우, 월드컵에 대한 애정은 대단하다. 채널을 이리 저리 돌려도 월드컵, 뉴스도, 광고도 모두 월드컵 월드컵 월드컵이다. TV만 보고 있으면 \'모든 세상사가 월드컵으로 통하는 듯 해, 도무지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알기가 힘들다\'. 월드컵이 시작하기 한 달 전 D-30일이라는 타이틀로 저녁 메인 뉴스를 장식하는가 하면, 오락프로그램도 모자라 각종 다큐멘터리 편성까지 엄청난 물량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가공할만한 위력을 가진 방송이 월드컵이 시작한 것도 아닌 D-30을 기념(?)하기 위해 직접 독일로 날아가 리포트를 하는 모습을 보고 독일기자들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며,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어디 그 뿐인가, 방송사들의 지나친 취재 열기는 태극전사들의 훈련을 방해했다고 감독의 항의를 받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월드컵 열기로 온 나라를 몰아갈 때 지금 우리는 중요한 현안들이 눈앞에 있다. 5.31 지방선거가 그것이었고, 6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한미FTA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선거는 끝났지만, 5.31 지방선거의 경우, 선거제도의 변화로 유권자가 알아야 할 사항이 굉장히 많았음에도 제대로 된 정보 전달이 없었다.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후보자 동정중심, 경마식 보도가 아닌 정책중심의 보도가 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이번 선거에서도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여전히 이미지 중심의 보도가 문제로 지적되었다. 물론 지방선거를 다루는 비중 역시도 월드컵 보도에 밀려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그 뿐인가, 우리나라의 미래와 우리 국민들의 삶의 방향과 질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한미FTA도 월드컵 보도에 밀려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보도대상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 모니터 결과이다. 거의 관심 밖이었던 FTA 관련 보도가 최근 들어 가뭄에 콩 나듯이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월드컵이 본격 시작되고 나면 그마저도 관심대상에서 밀려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선전해주길 바라지 않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4년 전의 영광을 재현해주길 아니 그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주길 모두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 했다. 지나치면 아니 한만 못하다고 하지 않던가. 분명 월드컵도 우리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국가적 대사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지만, 한번 길을 잘못 들어서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중대사안인 한미FTA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공유시키지도 않은 채, 정부는 몇 달 만에 성사 시키겠다 벼르고 있다. 이에 대한 졸속협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지금, 정부 일방의 일정으로 추진, 어떤 안으로 통과되는지도 모른 채 통과되어 만약에 우려하는 문제들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 당사자는 바로 국민, 시청자이다. 체결하자, 하지 말자 식의 단순한 이분법적 논리전달이 아닌 제대로 된 정보를 통해 국민들이 한미FTA를 이해하고, 어떻게 준비하고 받아들이고, 행동해야 하는 지를 전달해주는 것이 마땅한 방송의 역할이라 하겠다. IMF 위기보다 더 큰 어려움을 예고하기도 하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잘 모른다는 이유로 보도 비중을 낮추거나 아예 배제하고, 시청자들을 월드컵에만 집중하도록 유도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제대로 된 정보 제공 없이 다가온 IMF 경제위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던 그 피해를 지금까지도 국민들이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는 일도, 4년전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에 취해 있을 때 미군 장갑차에 치여 죽어간 어린 친구들의 모습을. 한미FTA도 월드컵 열기에 묻혀 자칫, 과거의 아픈 기억을 되풀이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시청자들은 염려스럽다. 월드컵 기간 중 다른 볼 권리, 알 권리를 박탈당하고 월드컵 소식만을 들어야 한다는 우려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월드컵 소식 비중 있게 다루는 거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월드컵으로 인해 모든 중요 현안, 쟁점들이 배제되고 누락되길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대로 된 정보제공을 원한다. 이를 위해서 방송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적어도 방송사의 저녁 메인뉴스 마저 월드컵으로 도배하는 일은 반대한다. 과거처럼 스포츠뉴스가 엄연히 존재하는 데도 메인뉴스 탑에서부터 시작해 절반 이상을 월드컵으로 채우고, 또 스포츠 뉴스에서 같은 리포트와 같은 화면을 되풀이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월드컵 기간 만이라도 차라리 스포츠 뉴스를 늘리더라도 정규뉴스와 월드컵 뉴스를 분리해서 방송, 다른 중요한 현안들이 월드컵에 묻혀 또다시 불행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를 제안한다.
2006년 6월 5일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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